남태헌 산림청 한국산림복지진흥원장
남태헌 산림청 한국산림복지진흥원장

전국의 양지바른 산이나 경관이 수려한 곳에는 묘지가 많다. 정성들여 묏자리를 마련했던 전통 장묘문화의 영향이지만, 산림을 훼손해 조성한 대규모 집단묘지와 방치된 무연고 묘지는 경관을 해치고 위화감마저 준다.

저출산 고령화로 인구가 줄고, 묘지관리에 대한 젊은 세대의 인식차와 관리인력 부족 등으로 장례문화가 빠르게 변하고 있다. 특히 자연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수목장림의 역할과 기능이 주목받고 있다.

자연장(自然葬)은 화장한 유골의 골분을 나무나 꽃, 잔디 등의 주변에 묻어 안치하는 것을 말하고, 수목장림(樹木葬林)은 이렇게 자연장을 할 수 있도록 산림에 조성한 자연장지를 말한다. 수목장림은 자연훼손을 최소화하고, 생태계 유지, 생물 다양성 보존 등 산림의 선순환 체계를 구축하는 친환경 장례 방식이다.

2021년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장례 방법으로 자연장을 선호하는 비율이 33%로 높게 나타났으며, 보건복지부 제3차 장사시설 수급 종합계획(2023-2027)에 따르면 자연장 형태 중 수목장의 선호 비중이 80.2%로 가장 높았다.

자연장에 대한 국민적 관심은 높지만, 장사시설에 대한 님비(NIMBY) 현상과 지역갈등으로 조성에 어려움이 많다. 산림청과 한국산림복지진흥원은 지역사회 상생과 발전에 기여하는 공공수목장림의 바람직한 모델을 제시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 경기도 양평군에 있는 국내 최초 국립수목장림인 하늘숲추모원이 좋은 사례다.

한국산림복지진흥원에서 운영하는 하늘숲추모원은 평균 수령 50년생의 소나무와 잣나무, 참나무류 등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멸종위기 야생동물인 담비를 비롯해 노루, 산새 등 다양한 동물들이 어우러져 아름다운 숲을 이루고 있다. 또한, 정성스레 심고 가꾼 꽃과 나무, 데크길과 벤치 등은 이 숲을 더욱 아늑한 안식과 치유의 공간으로 만들어준다. 아울러, 수목장림 이용객을 위한 웰다잉 치유 프로그램, 취약계층 장례지원, 지역사회와 연계한 사회공헌 등 다양한 인식개선 활동도 이어가고 있다.

수목장림이 황량한 묘지의 이미지가 아닌 아름다운 자연을 담은 숲으로, 고인의 안식과 남은 가족들의 치유와 힐링의 공간으로 국민에게 새겨지기를 기대한다.

남태헌 한국산림복지진흥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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