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현 대전시 환경녹지국장
신용현 대전시 환경녹지국장

"수많은 사람들이 사랑 없이 살 수 있었지만 물 없이 산 이는 단 한 명도 없다."

영국의 시인이자 철학자인 위스턴 오든(W. H. Auden)은 물의 중요성을 한 문장으로 표현했다. 물의 소중함은 누구나 알고 공감하지만 이를 실감하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물은 인간 생존과 건강한 삶을 지속하는 데 필수적이며 모든 인간의 존엄성을 유지하게 한다. 즉 물에 대한 접근은 인간의 기본적 권리인 것이다.

하지만 세계적으로 물에 대한 기본 인권이 지속적으로 위협받고 있다. 유엔의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인구 10명 중 3명은 안전한 식수를 이용하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위협이 증가하는 가장 큰 이유는 기후변화다. 기후변화는 계절별 물 가용량 변화를 초래해 수자원 이용을 악화시키고 있다. 특히 폭염, 폭우와 같은 극한 기상 상태가 증가하면서 수문학적 변화는 가속화됐고 그 영향은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작년 여름 유럽에서는 500년 만에 최악의 가뭄이 발생했고, 파키스탄에는 연평균 강수량의 최대 8배까지 비가 내려 전 국토의 3분의 1이 물에 잠겼다. 우리나라도 별반 다르지 않다. 작년 8월 서울엔 단시간 내에 연평균 강수량의 30%를 넘는 기습 폭우로 인해 반지하 거주민들이 참변을 당하는 일이 발생했고, 광주·전남지역은 올해 초까지 최악의 가뭄으로 식수 공급에 비상이 걸렸다.

물환경의 변화는 급격한 수량 증가에 따른 피해뿐만 아니라 홍수 기간 다량의 오염물질 유입과 가뭄에 따른 수질 악화를 동반하고 있다. 이처럼 기후변화에 따른 물환경 변화는 사회 안전에 큰 위험 요소로 자리하고 있다.

물 환경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이상적인 도시는 급격한 빗물 유출을 막고 서서히 방출함으로써 이를 수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는 '스펀지'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대다수의 도시와 마찬가지로 대전시도 시가화지역 불투수면적은 62%나 되며, 물순환 회복률은 54%에 불과하다.

강우 시 빗물의 반은 토양에서 흡수하거나 저류하지 못하고 단시간 내 하수구를 통해 하천으로 유출된다는 의미다. 이와 같이 악화된 물 순환기능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저영향개발기법(LID·Low Impact Development)을 의무적으로 도입하는 방안 등 강력한 대책이 필요할 것이다.

개발사업을 위해서는 식생수로와 투수성포장, 침투도랑 등 스펀지 역할을 할 수 있는 시설을 반드시 설치하는 것이다. 또한 빗물을 안전하게 수집, 이동시킬 수 있는 배수 시스템과 빗물 저금통과 같은 저류시스템을 다양하게 갖춤으로써 물환경 변화에 대한 회복 탄력성을 높일 수 있는 물순환 정책이 필요하다.

그러나 그린인프라 확충이나 제도적 기반 구축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시민들의 인식 전환과 참여 여부다. 환경부 통계에 따르면 1인당 일평균 물 사용량이 2011년 279ℓ에서 2020년 295ℓ로 매년 늘어나고 있다. 물 사용량 증가는 가뭄에 더해져 물 부족을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

물은 한정된 자원이라는 것을 인식하고 생활 속에서 물 절약을 실천하는 것이 물환경을 보전하는 최선이 방법이다. 오는 3월 22일은 '세계 물의 날'이다. 물의 소중함을 알리고 물 부족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해 1992년 유엔이 지정한 날로 물이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한 번쯤 다시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모든 정책은 시민이 중심이 돼야 하며 어떤 정책도 시민의 참여 없이는 성과를 볼 수 없을 것이다.

신용현 대전시 환경녹지국장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