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형 국회의원 정진석 선임 비서관
조지형 국회의원 정진석 선임 비서관

양곡관리법 논란이 뜨겁다.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쌀값이 전년 대비 5% 이상 하락하거나 쌀 수요 대비 초과 생산량이 3% 이상일 때 정부가 이를 의무적으로 매입하는 것이다.

1985년에 국내 한 해 쌀 소비량은 인당 128kg 이었으나 지금은 인당 57kg 정도다. 생산량 변화에 비해 소비량이 대폭 감소했다. 더군다나 WTO 규정에 따라 매년 40만 톤 이상을 의무적으로 수입해야 한다. 당연히 쌀 가격은 하락할 수밖에 없다.

반면에 쌀 생산량의 변화량은 크지 않다. 1948년 공표된 '양곡매입법'에 따르면 무단 국외 수출은 사형에 처한다고 할 정도로 쌀은 우리 민족의 근간으로 여겨져 왔다. 그 때문에 쌀 생산에 대해 수많은 지원책이 있었으며 이는 쌀 재배 농가의 소득보전과 쌀 생산 기술의 발전으로 이어졌다. 지금은 기술의 발달로 쌀농사 300평을 짓는데 드는 노동력은 다른 작물에 비해 수십분의 일 수준이다.

사정이 이러다보니 언제부터인가 '풍년'이라 함은 마냥 기쁜 소식이 아니게 되었다. 쌀의 초과생산이 쌀 가격 하락으로 이어지고, 수익성이 약화되면 자연스럽게 생산량이 조정되는 것이 시장 원리지만 관련 분야를 지키기 위해 시장을 왜곡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정부는 꾸준히 지원책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나 정치 원리는 경제와 행정 원리를 압도하고 말았다. 농업인들이 유권자로서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선거 때마다 농(農)퓰리즘이 넘쳐나고 결국은 오늘날에 이르게 되었다.

물론 식량안보를 이유로 양곡관리법을 찬성하는 의견도 있다. 곡물자급률이 겨우 20%라 일견 정당해 보이지만 쌀 자급률이 90%를 넘는 상황에서 식량안보를 '쌀'에 초점을 맞추는 것은 논의의 핵심을 피하는 것이다.

우리에게는 기회가 있다. 쌀의 적정 생산량을 달성하고 다른 작물의 경쟁력을 강화시켜, 바뀐 식습관에 맞는 농업 환경을 이룩하고 식량 공급을 다원화하여 안보에 대처할 수 있는 시간이 아직 있다.

농(農)풀리즘의 악순환을 끊어내는 것은 지금 세대가 아니라 다음 세대를 위한 것이다. 오늘 모두가 출산율 저하를 걱정하지만 막상 우리는 내일을 살아갈 아이들에 대한 고민이 부족한 것은 아닌가 싶다. 양곡관리법으로 인한 세수부담은 언젠가 우리의 아이들이 지게 될지도 모른다.

조지형 국회의원 정진석 선임 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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