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영민 과장
오영민 과장

미래 기후영향을 눈앞의 정책에 어떻게 투영시킬까. 이 글은 이 질문에서 시작한다.

정책은 든든한 지지를 받을 때 성공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런데 먹고사는 문제를 둘러싼 수많은 정책과제를 눈 앞에 두고 먼 미래를 위한 정책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지지할까. 기후변화는 북극곰과 툰베리만으로 대변되어서는 해결이 어렵다. 나는 북극곰의 딱한 현실과 사회 변혁을 위한 높은 이상과 강한 의지, 선한 영향력을 존경하지만, 다양한 방식의 기후정책이 가능하다는 것을 믿는 사람이다.

목적은 하나이나, 방법은 다양하기 때문이다.

어떻게 하면 10년 후 먹거리를 만들고자 오늘을 변화시킬 수 있을까. 오늘의 과제를 과거의 틀로만 이해하려하면 결국 경로의존적 함정에 갖히고 만다는 것을 인정하자. 새로운 문제의 해결이 새로운 구조 속에서 가능하다는 것이 보이지 않을까. 오늘 당장 하루를 굶는대신 10년 후 1만원을 적립하자는 식의 해결책은 자칫 공허하다. 200년간 줄곧 굶주리다 이제 좀 살만해진 이웃에게 날씬해지려면 굶으라고 말하는 이웃같다고나 할까나.

나는 풍요의 중독도 빈곤만큼이나 끊어내기 어렵다고 본다. 쓸모있을지 없을지도 모르는 미래의 1만원 적립금을 받기위해 이 이웃이 시키는대로 할 사람이 몇이나 될까. 풍요로운 동네로 새로 이사온 사람들도 여전히 잘 먹고 잘 살게 해 줄 방법은 없을까. 200년 넘게 해오던 것을 이제와서 새 이웃에게만 못하게 하는 것이 과연 공정한가. 아니면 이 동네의 번영에 기여할 수 있는가. 이렇게 하면 이 동네가 과연 앞으로 200년간 더 풍요로와 질까라는 의문이 여전할 것이다.

이제, 다시 현실 정책의 문제로 돌아와 보자. 우리는 과연 화석연료 대신 재생에너지만 쓰고, 글로벌 생산사슬에서 로컬 생산경제를 활성화하고, 무탄소 차량을 타면서 어떻게하면 지금까지와 다른 방식으로 인류의 번영과 수많은 인류를 절대빈곤에서 빠져나오게 할 수 있을까. 그래서 질문은 기후를 더이상 악화시키지 않을까에서 끝나지 않는다. 기후환경을 악화시키지 않으면서도 우리가 빈곤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가를 물어야 한다. 그래서 오히려 지금의 과제는 클리쉐처럼 등장하는 성장과 환경의 이중주를 불협화음없이 연주할 절호의 찬스이기도 하다.

이 문제는 후진국과 선진국 모두에게 공통된 도전과제이다. 세계은행은 아르헨티나, 방글라데시, 중국, 이입트, 페루, 필리핀 등 총 24개국에 대한 분석을 한 결과, GDP의 총 1.4%를 기후 적응과 감축 분야에 투자하는 경우 2050년까지 총 70% 가량 온실가스 감축효과를 달성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화석연료 집약적인 산업분야에서 나타나는 부정적 효과들이 감쇄되는 경우 GDP와 고용에 긍정적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보았다. 물론 세심한 정책 디자인과 선진국의 재정지원 증가가 수반되어야 한다는 전제를 달았다. 저소득 국가의 경우에는 GDP의 5%를 넘는 상대적으로 더 많은 투자규모가 요구되기 때문이다. 거시경제적 영향 측면에서는 소득수준이 낮은 아프리카나 서아시아 국가들의 GDP 영향이 상대적으로 더 크게 나타났다.

따라서 필자가 바라보는 기후변화 문제는 지구사용 방식의 변화다. 나아가 경제와 성장의 지속성에 관한 새로운 사회적 합의의 문제다. 그리고, 아직 더 돈을 벌어다줄 수 있는 엄청한 매몰비용(sunk cost)을 들인 기술과의 이별에 관한 서사다. 기후만 걱정할 수 있다면 얼마나 단순하게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인가. 반대로 성장만을 걱정할 수 있었다해도 과제는 더 단순했을지 모른다. 그러나 경제와 산업의 거대한 구조에 대한 깊은 이해없이 그 구조를 함께 구성하는 문제에 대한 해결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아직 성장하지 못한 나라들, 여전히 가난한 수많은 절대 빈곤선 이하의 사람들, 미래를 살아갈 젊은 세대들 모두에게 형평한 성장의 해법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 그 고민과 기후대응이라는 숙제가 결국 맞닿아 있으며, 기후대응이 그 오랜 문제들을 해결하면서 미래를 여는 절호의 기회가 될 수 있도록 새로운 구조를 만들어 내는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다.
 

오영민 환경부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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