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도영 전북연구개발특구본부 기획경영실장
하도영 전북연구개발특구본부 기획경영실장

한국전쟁의 상흔이 가시지 않아 미국의 원조가 절실했던 1960년대 초, 미 의회에서 한국 원조 삭감 논의가 올라왔다. 이에 한 상원의원이 한국에서 개량 발전시킨 리기테다 소나무를 언급하며 원조 삭감안을 부결시켰다. 이런 기술을 개발한 나라라면 원조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제는 재배하지 않지만, 우리나라 식량 자급에 큰 역할을 했던 '통일벼'가 있다. 1970년대 중반까지 한국은 식량부족 국가였다. 기존 벼 품종으로는 식량 자급이 어려워 통일벼라는 이름으로 품종개량을 추진해 쌀 자급에 성공했고 현재는 아프리카 식량 위기 해결을 위해 활용되고 있다.

이 두 사례는 과거 농생명 분야의 발전이 우리 일상생활에서 얼마나 극적인 변화를 가져왔는지 보여준다. 다른 방면으로 농생명 분야는 우리나라가 산업화에 안정적으로 안착하는 데도 큰 도움을 주었다. 녹화사업과 품종개량을 통해 식량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산업화에 필요한 노동력을 제공·부양할 수 있었다. 역사적으로 산업화 시기에 필요한 도시노동자의 원활한 공급은 농업 생산성이 뒷받침돼야 했기 때문이다.

오늘날 농생명 분야는 자국의 식량 자급 차원을 뛰어넘어 고부가가치 산업이자 주요 수출 산업으로 발전했다. 2020년 토마토 종자의 g당 가격은 13만 원으로 당시 금값의 2배가 넘었으며 브라질, 아르헨티나의 경우 농축산물 무역으로만 연간 727억 달러, 308억 달러의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를 보면 2020년 기준 한국의 농축산물 수출액은 76억 달러이며 수입액은 280억 달러다. 수지로 보면 총 204억 달러 적자로 세계 4위 규모다. 또 사료를 제외한 식량자급률 수치는 1970년대 80%에서 2019년도 21%까지 떨어져 식량 안보에 취약한 구조다.

수출입 불균형과 낮은 식량자급률은 농지가능면적, 농촌인구 고령화, 영세성 등에 기인한다고 본다. 따라서 한국 농업의 현실을 개선해 나가기 위해 농생명 분야는 나아갈 방향은 어떠해야 할까?

풍차와 튤립으로 유명한 네덜란드의 사례를 통해 청사진을 제시할 수 있다. 네덜란드는 2020년 기준 미국에 이어 세계 2위의 농산물 수출국이다. 전 세계 농산물 수출액 중 약 7%(미국은 11%)를 차지하고 수출품목 또한 원예·육류·유제품·채소·과일로 다양하다. 세계 상위 10대 종자 회사 중 3개 기업이 네덜란드 토종 기업일 정도로 농식품 강국이다. 하지만 네덜란드의 국토 면적은 남한의 40% 정도에 불과하다. 더구나 간척사업으로 염도가 높아 농사짓기에 적합하지 않고 비가 자주 내려 식물 생장에 불리하다.

네덜란드는 이런 불리한 환경에서 어떻게 세계적인 농식품 강국이 됐을까?

먼저 정부 차원에서 식품클러스터를 조성해 농업부분 세계 1위인 바헤닝언 대학, 니조 식품연구소 등 우수 연구소와 세계적인 농식품 기업들인 네슬레, 유니레버 등을 입주시켰다. 이들 연구·교육기관과 기업들이 서로 협력해 네덜란드 농생명의 발전을 끌어내고 있다.

또 농업에 스마트 온실, 수직농장 등 R&D를 통한 농생명 분야의 최신 기술을 적용했다. 광합성을 대체하는 LED 조명등, 드론, 로봇 등을 활용한 최첨단 자동화 재배시설을 운용해 경작 면적의 한계를 극복하고, 유럽 평균 대비 5배 많은 농업 생산성을 끌어냈다. 더불어 농업기계, 비료 등 관련 설비, 자재 등을 수출해 일거양득의 효과를 보고 있다.

위 사례를 통해 우리는 다음과 같은 방향을 도출할 수 있다. 먼저 클러스터 기반의 기술사업화 생태계 조성이 필요하다. 이 기반 아래에서 스마트 농장 도입, 종자 산업에 대한 기술 개발을 통해 노동력 절감형·고부가가치형 농생명 산업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또 친환경 시대를 맞아 저탄소·그린생태계 조성을 위한 기술을 육성하고 실증 특례 등을 통해 지원해야 한다. 특히 이런 상황은 현재 연구개발특구가 추진하는 것과 결을 같이하는 것으로 활용·확대하는 방법도 생각해 볼 수 있다.

환경오염·기후위기로 인해 안전한 먹거리, 식량안보가 중요해지고 있다. 농생명이 과거에 배고픔을 해결했듯이 현재의 위기를 해결해 줄 것이다. 그렇기에 선진 사례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우리가 당면한 위기를 극복할 수 있도록 농생명 분야에 대한 우리의 관심과 응원이 더욱 필요하다.

하도영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 전북연구개발특구본부 기획경영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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