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기연 산림항공본부장
고기연 산림항공본부장

지난해에 대형 산불이 발생했던 울진, 밀양 등 남부지방의 연 누적 강수량은 중부지방 대비 63.3%에 불과했다고 한다. 또, 작년 우리나라 연평균 기온은 12.9˚C로 기상관측 이래 9번째로 높았다. 이러한 이상기후 속에서 봄철 산불조심기간(2월1일-5월31일)을 맞은 산림항공본부는 운항, 정비, 안전 등 각 분야의 준비를 마치고 산불 상황에 대비한 비상근무에 돌입했다.

산불이 나면 산림 헬기는 일출부터 일몰까지 산불과 사투를 벌인다. 연기, 송전탑, 고압선 등 항공 장애요인을 회피하며 고난도 임무를 수행한다. 이륙 후 2시간 30분의 공중 진화를 마친 산림 헬기는 산불 현장 인근에 마련된 이착륙장에서 30분 남짓의 여유를 갖는다. 이 짧은 시간 동안 유조차 운전원은 급유를, 정비사는 헬기 점검을 하고 조종사는 김밥 같은 간편식으로 끼니를 때운다.

헬기의 공중 진화만큼이나 지상 진화도 중요하다. 헬기가 방화수를 뿌려 산불 확산을 차단한다 해도 지상 진화작업이 없이는 완전한 진화가 이뤄질 수 없다. 특히 산림항공본부에 배치된 공중진화대원은 헬기 레펠 투입이 가능한 특수진화대원들로 암석, 험준 산악, 불 머리 지역 등 접근하기 어려운 지형의 산불에 직접 뛰어들어 진화한다. 지난해 울진에서 산불이 확산하던 해발 1000m의 응봉산에 투입돼 금강송 군락지를 보호한 것도 바로 이들이었다.

산불 현장에서 밤을 지새우는 건 공중진화대원뿐만이 아니다. 진화를 마친 헬기를 15시간, 50시간마다 정비하고, 예기치 않은 고장으로 인한 정비까지 해야 하는 정비사들은 산불 현장의 숨은 조력자들이다. 헬기 가동률을 높이기 위해 지난 50년간의 정비 기술을 현장에 적용하고, 정비 차량을 현지에 이동시켜 헬기 운항에 문제가 없도록 역량을 집중하는 그들 덕분에 헬기 조종사들은 안심하고 산불에 맞설 수 있다.

'위기는 기회'라는 말이 있듯 산림항공본부는 크고 작은 산불이 많았던 지난해를 철저히 분석해 대응책을 가다듬었다. 경북 동해안 지역 산불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초대형 헬기 1대를 울진에 추가 배치했다. 또한 헬기 안전사고를 예방하고 효율적인 공중지휘를 하기 위해 지상 안전 통제관과 공중지휘통제관 제도를 도입했다. 산림항공본부 전 대원의 노력이 우리 산을 산불로부터 지키는 데 일조하기를 기대한다.
 

고기연 산림항공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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