펄펄 끓는 지구, 산불로부터 소중한 숲을 지켜야 할 때

이규태 한국산불방지기술협회장
이규태 한국산불방지기술협회장

지구촌의 기후는 '위기'라는 표현이 어울릴 만큼 위험 단계에 도달해 있다. 영국은 기후 위기를 더욱 강조해 '기후 실패', '기후 비상사태'라는 표현까지 쓰고 있다. 유럽연합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서비스가 발표한 보고서에 의하면 2022년이 지난 1850년 이후 다섯 번째로 더운 해였다고 한다. 특히 유럽에선 섭씨 40도를 넘는 폭염이 이어지며 2만여 명이 숨지고 곳곳에서 극심한 가뭄과 산불이 이어졌다.

우리나라는 대륙성 기후의 영향으로 건조한 봄, 가을에 산불이 자주 발생하는데 기후 위기로 이런 특성마저 변하고 있다. 작년 봄철 산불조심기간이 끝난 초여름에 발생한 밀양산불이 이러한 경향을 잘 보여주는 사례라고 하겠다.

문제는 산불이 나무를 태워 숲을 황폐화하고 인명이나 재산 피해를 남기는 데만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산불로 발생한 미세먼지는 대기를 오염시키고 빗물에 씻긴 재가 강으로 흘러들어 물을 오염시킨다. 더욱 심각한 것은 산불로 인해 발생한 이산화탄소가 전 지구적 차원에서 온난화를 가속해 우리의 생존을 위협하는 중대한 요인이 된다는 점이다.

따라서 산불 대책도 달라져야 한다. 봄과 가을에만 한시적으로 운영되는 산불조심기간을 연중대응 체계로 전환하고 공중과 지상 진화 자원을 확충해야 한다. 주력 헬기를 담수 용량이 큰 초대형 헬기로 전환하고 노후 헬기는 교체하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지상 진화의 핵심 자원인 산불재난특수진화대의 확충이 시급하다. 산불재난특수진화대 435명은 유사 업무 종사자인 의용소방대 9만5000여명과 비교하면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최소 2500여명 수준으로 확대하고 산림청뿐 아니라 지자체에서도 연중 고용하는 등 개선방안을 세워야 한다.

또한, 진화자원의 양적인 확충만큼 질적 향상이 병행되어야 효과가 극대화될 수 있다. 안타깝게도 우리는 진화인력의 역량 강화를 위해 실제 현장과 유사한 여건에서 훈련할 수 있는 기본 시설조차 없는 실정이다. 산불재난특수진화대와 헬기 조종사 등 전문 진화자원의 교육과 훈련을 전담하는 시설을 설립하는 것이 절실하다.

산불로부터 숲을 지키는 일은 펄펄 끓는 지구의 온도계를 낮춰 후손들이 살기 좋은 쾌적한 세상을 만드는 일이므로 우리 모두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이규태 한국산불방지기술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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