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고채 3년물 금리, 10년물 금리보다 0.063% 포인트 높아
한은 "미 통화당국 긴축정책 탓…확대 해석 불필요" 입장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경제 관련 부처장들이 지난 28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비상거시경제 금융회의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최상목 경제수석,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추 경제부총리, 김주현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사진=연합뉴스

장·단기물 금리 역전 현상이 연일 나타나면서 금융시장에서는 '경기침체'를 예고하는 신호가 커진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9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전날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연 3.669%로 전일 대비 0.025% 포인트 오른 반면 10년물 금리는 전일 대비 0.017% 포인트 떨어지며 연 3.606%를 나타냈다.

이는 3년물 금리가 10년물 금리보다 0.063% 포인트 높은 역전 현상이 생긴 것으로, 지난 21일 이후 6거래일 연속 이어지고 있다.

국고채 3년물 금리가 10년물 금리보다 높은 현상은 지난 2008년 7월 이후 약 14년여 만인 지난 9월 중순 처음 나타나 최근 두 달여 사이에 집중적으로 발생했다. 장·단기물 금리 역전 현상은 9월 22일-10월 11일까지 연일 나타났고 이후 잠시 해소됐다가 다시 10월 14·17일에 반복됐다. 이후 한동안 잠잠하다가 지난 21일부터 전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장·단기물 금리 역전이 올해 하반기 들어 빈번하게 나타나고 있지만 사실 이례적이다.

원래 만기가 짧은 채권의 금리보다 만기가 긴 채권의 금리가 높다. 돈을 더 오래 빌려줄수록 만기 때까지 발생 가능한 리스크는 늘어나므로 더 높은 금리를 보상해줘야 하기 때문이다. 통상 국고채 3년물 같은 단기물 금리에는 현재 통화정책이 반영되고, 국고채 10년물 같은 장기물 금리에는 단기간 통화정책보다는 경기 펀더멘털(기초여건)이 반영된다.

최근 국고채 3년물에는 기준금리 인상 기조가 반영돼 금리가 올라간 반면 국고채 10년물은 향후 경기전망에 대한 시장 참여자들의 어두운 전망을 반영하며 내려간 것으로 보인다.

일반적으로 장기물 국채금리가 단기물 국채금리 아래로 내려가는 수익률 역전은 경기 침체의 전조로 해석될 수 있다. 장·단기 금리가 역전되고 난 후 통상적으로 1~2년 안에 경기 침체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국내외 기관들은 미국, 유럽, 중국 등의 경기 침체 여파로 우리 경제 버팀목인 수출이 부진한 흐름을 이어가고, 소비가 위축되면서 내년 한국의 경제 성장률이 1%대로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국내외 주요 기관은 이미 내년 한국 성장률 전망치를 1%대로 줄줄이 내렸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는 기존 2.2% 전망치를 지난달 27일 1.8%로 하향 조정했다. 앞서 한국은행은 기존 2.1% 전망치를 1.7%로 0.4% 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도 기존 2.3% 전망치를 1.8%로 내렸다. 일부 투자은행(IB)은 올해 국내 무역수지가 2000년 이후 가장 큰 폭의 적자를 낸 점 등을 들어 한국 경제가 내년에 마이너스(-) 성장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봤다. 정부도 내달 내놓을 내년 경제정책방향에서 성장률 전망치를 1%대로 내려 제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통상적으로 단기물 금리는 통화정책 결정에 절대적 영향을 받기 때문에 기준금리 인상과 같이 움직인다. 반면 장기물은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중장기 물가 전망이나 성장 전망이 반영되기 때문에 단기물과 다른 움직임을 보일 수 있다. 기준금리 인상기에는 성장 약화 우려에 따른 장기물 금리 하락으로 금리 역전 현상이 장기간 이어질 수 있다.

한은은 장·단기 금리 역전 현상이 지속되는 것은 미 통화당국의 고강도 긴축으로 인해 3년물 금리가 큰 폭 올랐기 때문으로, 경기 침체 전조라고 확대 해석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2007년, 2008년 3-10년물 금리 역전 당시에는 3-10년물 금리 모두 하락한 가운데 10년물이 더 크게 하락했었지만 최근에는 3-10년물 모두 상승하는 가운데 3년물이 더 빠르게 올랐다는 것이다. 경기 둔화 우려가 부각됐던 과거와 달리 인플레이션 우려에 따른 기준금리 인상 기대가 강화되면서 3년물 금리가 10년물 보다 더 큰 폭 상승한 것인 만큼 3-10년물 금리차 움직임 만으로 급격한 경기 둔화를 전망하는 것은 다소 무리가 있다는 설명이다.

반면, 전문가들은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고 있어 앞으로 이 같은 장단기 금리 역전이 장기화 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당분간 고물가 고착화를 막기위한 통화정책적 대응이 불가피한 데다, 가파른 금리 인상으로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고 있어 장단기 금리 역전이 앞으로도 지속되고, 역전폭도 커질 수 있다는 점을 걱정하고 있다. 단기물 금리의 상승은 불가피한 반면 장기물 금리는 성장 둔화 우려로 하락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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