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진영 지방부 당진주재 부장
차진영 지방부 당진주재 부장

끝나지 않을 것 같은 군생활이 끝난 것처럼 올해 초 코로나가 진정국면을 맞으며 우리는 다시 일상으로 복귀했다. 축제가 개최되고 체육대회가 열리고 회식과 모임도 가능하게 됐다. 실외 마스크 착용이 남아있지만 3년여 만에 되찾은 일상은 그동안 우리가 아무 생각 없이 누리던 것이 얼마나 소중한지 알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지난 10월 29일 핼러윈 축제가 열렸다. 이태원에는 10만 여명이 모였고 좁디 좁은 골목에서 참사가 발생했다. 156명의 사망자가 발생했고 하루 하루 눈시울을 붉어지게 하는 사연들이 들려온다.'질서유지를 위한 경찰이나 안전요원이 많이 배치됐더라면', '사건 발생 4시간 전 112신고가 들어왔다던데 이때라도 신속한 결정으로 안전요원을 투입하고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더라면'. 아쉬운 마음에 수많은 가정을 해본다. 우리가 늘 해온 '만약…했더라면…했을텐데'라는 이 '가정'은 왜 그렇게 현실이 되기 어려운 것인지 침몰과 추락사고 등 경험을 할 만큼 했는데도 항상 '안전'이란 녀석은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 경험을 통해서도 개선이 안 되고 있는 것이다.

"어떠한 경험도 그 자체는 성공의 원인도 실패의 원인도 아니다. 경험 안에서 목적에 맞는 수단을 찾아낸다. 경험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경험에 부여한 의미에 따라 자신을 결정하는 것이다"고 철학자 아들러는 트라우마 이론을 부정하며 말했다.국민의 안전을 책임져야 할 사람들이 과거와 현재의 경험에 '어떤 의미를 부여 하는가'에 따라 '가정'을 '현실'로 만들 수도 있다. 그렇지만 이번 참사에 대해 어떤 의미를 부여하며 책임과 개선을 약속하는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 몇 몇 책임 있는 사람이 사과를 하긴 했지만 진정성엔 물음표가 달린다.

정치인이나 고위직들은 지금 껏 이뤄온 것 들이 이번 일로 인해 사상누각으로 변하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최대한 의미를 축소하거나 변질시킬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더 이상 이런 사고가 발생하지 않으려면 경험에 다른 의미를 부여하지 말고 목적에 맞는 수단을 찾아내야 한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책임 있는 사람들의 미움 받을 용기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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