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범 건양대병원 홍보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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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중학생일 때, 사촌 형이 명문대학 합격 소식을 갖고 우리 집에 온다고 전화가 왔다. 어릴 적 만나면 재미있게 놀아주던 착한 형을 만나게 된다니 설렜다. 오랜만에 만난 형은 키와 덩치가 커져서 좀 낯설기도 했고 의젓하고 어른스러운 모습에 서먹하기도 했다. 그 당시에는 고등학생이 서울법대에 합격하면 학교 정문에 큼지막한 플래카드가 붙었고 온 동네의 자랑거리였다. 중학생이던 필자는 그것이 그렇게 대단한 것인 줄은 몰랐다. 단지 유치한 놀이에 장단 맞춰주던 형이 어른이 돼버린 아쉬움에 손가락만 꼼지락거리고 있었다. 사촌 형의 이모부는 천진한 사촌 동생에게 뭔가 도움이 되는 말을 해주길 원했고, 그 형은 머쓱하게 웃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줬는데, 특히 새벽 다섯 시에 조깅을 했었다는 말이 아직도 기억난다. "새벽에 일어나서 조깅하고 샤워를 하면 몸도 마음도 상쾌해지고, 하루를 활기차게 시작할 수 있다. 너도 꼭 해보길 바란다. 그게 나에겐 아주 큰 도움이 됐다." 아침엔 잠 때문에 밥도 거르는 판국인데, 사람이 새벽에 일어날 수 있다고? 적잖이 놀랐었다. 만일 놀라는 데 그치지 않고 그의 말을 잘 실천하였다면, 지금과는 많이 다른 삶을 살고 있었을 것 같다. 실제로 영국 서레이대학교 연구팀의 발표에 따르면 학업 성적은 아침형 인간이 더 좋다고 한다. 학교 수업과 시험 등은 이른 아침에 시작하는 반면 저녁형 학생들은 수면 부족에 시달리고 생활 리듬이 깨지기 쉬운 '사회적 시차'를 겪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외에도 아침형 인간은 장점은 어떤 것이 있을까? 아침형 인간이던 저녁형 인간이든 별 차이가 없다는 주장들도 많지만, 여전히 사회 통념상 아침형 인간이 뭔가 유리한 것 같은 인식이 있다. 필자가 생각하는 아침형 인간의 유익을 장점을 꼽아본다.

첫째, 자기 발전의 시간을 갖게 된다. 아침은 저녁보다 조용하며 집중을 방해하는 요소가 적다. 같은 일을 해도 효율적으로 해낼 수 있다. 시간이 없어 미루던 것에 충분히 시간을 할애할 수 있다. 운동도 충분히 하고, 명상도 하고, 공부도 더 할 수 있다. 같은 양을 저녁에 하는 것보다 더 빨리할 수 있으므로 예상보다 많은 일을 할 수 있다. 일을 시급성과 중요성의 특성으로 네 가지로 볼 수 있다고 한다. 급하지도 않고, 중요하지도 않은 일은 최대한 줄이는 것이 좋고, 급하진 않지만 중요한 일은 되도록 하는 것이 좋다. 유튜브 시청이나 컴퓨터 게임 등은 전자이고, 운동과 독서 등은 후자에 속한다. 후자를 매일 하는 것은 전자를 안 하는 그것보다 더 어렵다. 새벽의 여유시간은 바로 이런 일에 적합하다.

둘째, 정신이 건강해진다. 2019년 네이처에 실린 논문을 보면 아침형 인간은 정신질환 위험이 더 적다고 한다. 다른 여러 논문도 정신건강에 있어 저녁형 인간의 불리함을 많이 이야기한다. 자살률도 저녁형에서 더 높다. 아침형 인간은 학교와 직장의 일반적인 리듬에 적응하기 쉽다. 올빼미형 인간은 보통 일요일 저녁이면 다음날 출근할 생각에 밤부터 우울하다. 하지만 아침형 인간은 그렇지 않다. 우울함은 보통 불안에서 오는데, 아침의 여유는 불안할 여지를 없앤다. 걱정과 불안을 다음날 새벽으로 미룰 수 있기 때문이고, 막상 월요일 새벽에 일어나보면 여유롭게 하루를 시작하기에 불안이 틈탈 여지가 없다. 또한 아침형 인간은 불면증이 거의 없다. 쓸데없는 고민과 걱정하느라 잠 못 드는 일이 없다. 아침에 일찍 일어났기 때문에, 누우면 바로 잠이 든다. 불면증의 치료로서 가장 중요한 것 중의 하나가 아침 기상임은 이미 증명된 사실이다.

셋째, 신체 건강에도 유리하다. 아침형 인간은 저녁에 일찍 잘 수밖에 없으므로 밤늦게 먹지 않는다. 비만의 주범인 야식이 사라진다. 늦은 술자리도 없다. 그러니 뱃살도 줄고, 집에 일찍 귀가하게 하니 가정에서도 환영받는다. 흡연하는 자도 흡연량이 줄어든다. 보통 밤에 잠 안 자고 먹고, 마시고 하면 당연히 흡연량도 많아지는데, 그렇게 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 외에도 여러 가지 긍정적인 작용이 있을 것이다. 아침에 일찍 일어난다는 것과 그럼으로써 자연스레 얻게 되는 긍정적인 습관의 변화는 신체적 건강을 가져오는 것이다. 미국과학진흥협회(AAAS)는 아침형 인간이 당뇨병과 심장병이 더 적다고 했고, 유럽의 연구에서는 이들의 생존율이 더 높다고 했다.

아침잠이 많은 사람이 과연 아침형 인간이 될 수 있을까? 런던대학의 연구에 따르면 행동이 습관이 되는 데는 딱 두 달의 노력이면 된다고 한다. 불면증을 이기고 싶은가? 활기차게 한 주를 시작하고 싶은가? 지금보다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은가? 무엇보다 건강하게 오래 살고 싶은가? 두 달간의 노력으로 평생 아침형 인간으로 살아보는 건 어떨까.

정인범 건양대병원 홍보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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