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간 신상공개 피의자 21명 중 18명 '신분증 사진'

신당역 스토킹 살인 사건의 피의자 전주환이 지난달 21일 검찰 송치될 때의 모습(왼쪽)과 경찰이 공개한 증명사진(오른쪽). 사진=연합뉴스, 서울경찰청 제공

'신당역 스토킹 살인사건' 피의자 전주환(31)의 사진이 공개되자 검찰 송치 때 촬영된 사진과 증명사진이 크게 달라 '알아볼 수 없다'며 논란이 일었다. 경찰이 피의자 신상공개를 하면서 언제 찍었는지 알 수 없는 증명사진을 공개해도 막을 방법이 없어 제도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3일 이성만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경찰청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9년 말부터 최근 2년간 신상공개 결정이 난 피의자 21명 중 신분증 증명사진으로 공개된 피의자는 총 18명이다. 이미 언론에 알려지거나 송치 때 얼굴이 공개된 경우, 또는 '머그샷'(범인을 식별하기 위해 구금 과정에서 촬영하는 얼굴사진) 촬영에 동의한 경우인 3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신분증 증명사진인 셈이다.

이들의 신분증 사진 촬영 시점에 경찰은 확인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신변보호를 받고 있는 전 여자친구의 집을 찾아가 가족들에게 흉기를 휘둘러 어머니를 숨지게 한 혐의 등을 받는 이석준(25). 사진=서울경찰청 제공

경찰은 2019년 말부터 신상공개가 결정된 피의자가 검찰에 송치될 때 얼굴을 공개, 사진도 함께 배포하고 있다. 당사자가 동의하면 현재 사진인 머그샷을 공개하고, 거부하면 신분증 사진을 공개한다.

대부분의 피의자가 머그샷을 거부함에 따라 경찰은 국가 시스템에 등록된 주민등록증 사진을 사용했다. 지금까지 신상공개가 결정된 21명의 피의자 중 머그샷을 공개한 피의자는 신변보호를 받고 있는 전 여자친구의 집을 찾아가 가족들에게 흉기를 휘둘러 어머니를 숨지게 한 혐의 등을 받는 이석준(25) 단 한 명이었다.

'n번방' 사건의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의 경우도 학생 때 촬영된 것으로 보이는 교복 차림의 증명사진이 신상정보 공개 사진으로 사용됐다.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이 2020년 3월 25일 서울 종로구 종로경찰서에서 송치될 때의 모습(왼쪽)과 신상 공개 사진(오른쪽). 사진=연합뉴스, 서울경찰청 제공

이처럼 현재의 모습과 신상정보 공개 사진은 큰 차이가 있지만 경찰은 제도적 허점을 보완하지 못한 상태다.

현재 신상공개는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 제8조의2와 '성폭력 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 제25조 등에 근거해 공개되고 있다. 하지만 공개 할 수 있다는 원칙만 있고 구체적인 지침이나 규정이 없는 허점을 보이고 있다.

현재 피의자가 언론 포토라인에 설 때 마스크를 써도 경찰은 제재할 수 없다. 원래 경찰의 신상 공개 지침은 '모자나 마스크 등으로 가리지 않는 방법' 등으로 자연스럽게 피의자의 얼굴을 노출했으나 국가경찰위원회가 지난해 8월 새로운 지침을 의결함에 따라 피의자가 모자나 마스크 부분을 벗지 않아도 경찰이 강제할 수 없게 됐다.

즉, 송치될 때 마스크 등으로 얼굴을 가리고, 신상정보 사진을 과거의 것으로 사용될 경우 현재 피의자의 모습을 확인하기는 더욱 어려워진 셈이다.

이 의원은 "신상공개 제도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라도 일관성 있는 사진 촬영과 공개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며 "피의자 동의 여부와 상관없이 머그샷을 공개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한편, 신상이 공개된 최근 사건의 피의자는 아파트 방화·살인 사건 안인득, 전 남편 살인 사건 고유정,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 'n번방' 개설자 문형욱, 노원구 세 모녀 살인 김태현, 남성 1천300명 몸캠 유포 김영준, 전자발찌 연쇄살인범 강윤성, 전 여자친구 스토킹 살해 김병찬, 전 여자친구 가족 살해 이석준, 전 여자친구 살해 조현진, 대전 국민은행 권총 강도살인 이승만·이정학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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