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국무총리가 25일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열린 고위 당정 협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날 당정은 올해 수확기 쌀 45만t 매입을 결정했다. 사진=연합뉴스

최근 급락세를 보이는 쌀값 안정을 위해 정부가 어제 역대 최대 규모인 45만t의 쌀을 시장격리 조치하기로 했다. 이는 올해 예상 초과 생산량인 25만t 보다 20만t 많은 것으로, 2005년 공공비축제 도입 이후 수확기 시장격리 물량으로는 최대 규모다. 이와 별개로 공공비축미 45만t 구매를 고려하면 올해 쌀 예상 생산량의 23.3%에 달하는 90만t이 시장에서 격리되는 효과가 생기게 된다.

쌀값 폭락으로 시름에 잠긴 농가의 고통은 정부가 외면할 수 없는 문제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최근 산지 쌀값 시세는 20㎏당 4만 725원을 기록, 지난해 동기(5만 4228원) 대비 24.9% 떨어졌다. 45년 만에 가장 큰 하락폭이다. 농민들이 땀 흘려 키운 벼를 갈아엎는 사태까지 벌어지게 된 것은 쌀 소비량이 계속 줄었지만 반대로 쌀 생산은 오히려 늘었던 탓이기도 하다.

쌀 산업의 위기는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그동안 쌀값 폭락에 대한 여러 대안들이 제시돼 왔지만 근본 원인에 대한 정확한 진단과 이에 걸맞은 처방보다는 늘 땜질식 처방에 그쳤다는 비난을 면키 어렵다. 쌀 시장 격리는 수급과 농민들의 생산비 보장을 위해 꼭 필요한 정책이지만 능사로 여겨선 안된다. 쌀 시장 격리는 요동치는 수급 불균형을 해소하는 역할에 그쳐야 한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15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법안심사 소위에서 과잉 생산된 쌀을 정부가 의무적으로 매입토록 하는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단독으로 의결했다. 막대한 정부 예산으로 쌀 과잉생산을 부추겨 농업의 구조조정을 어렵게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논란이 거세다. 정부가 지난해 농지 면적당 일정액을 보조금 형식으로 주는 직불금은 2조 원이 넘었고, 35만t의 공공비축미 매입에도 1조 원이 들었다. 올해 초과 생산된 쌀의 시장격리도 세 차례나 있었다. 그런데도 쌀값 폭락을 보인 것은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 때문이다. 쌀은 남아도는데 밀은 99.5%, 콩은 63.2%나 수입해 식량 자급률이 20%에 그치는 게 한국 농업의 현주소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 처방보다는 스마트팜 확대, 전략 작물 확충 등 대대적인 체질 개선을 통한 농업의 첨단 산업화에 눈을 돌려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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