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리나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자원활용연구본부 선임연구원
김리나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자원활용연구본부 선임연구원

야금(metallurgy)은 광석으로부터 특정 금속을 추출하거나, 추출한 금속을 가공해 목적에 맞는 금속 재료를 제조하는 것을 모두 아우르는 말이다. 야금은 인류 역사의 발전과 그 궤를 함께 해왔다. 청동기·철기 시대의 도래로 국가의 개념이 등장했고, 이전의 석기시대와 비교해 사회 전반적으로 비약적인 발전을 이뤘다. 이후 야금술의 발전, 특히 제철분야의 발전이 18-19세기 산업혁명의 토대가 됐고, 현대에 와서는 각종 금속과 합금이 첨단산업 분야 발전에 기초가 되고 있다. 따라서 '야금술의 발전은 인류의 발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야금은 목적과 방법에 따라 몇 개의 하위 분야로 나눠지는데, 원료로부터 금속을 추출하는 추출야금(Extractive metallurgy), 금속 및 합금의 물리적 성질을 다루는 물리야금(physical metallurgy), 금속의 가공·성형 등과 관련된 가공야금(process metallurgy) 등이다. 추출야금은 다시 선광과 제련의 두 가지 분야로 나눠진다.

선광이 흙 속에 숨겨진 보물을 찾아주고 그것을 불순물로부터 분리해 농축시켜주는 기술이라면 제련은 그 보물을 비로소 흙으로부터 꺼내고 우리가 활용할 수 있는 형태로 만들어주는 기술이다. 가장 쉽게 떠올릴 수 있는 제련의 예시가 용광로에 철광석을 넣어 녹이는 과정이다. 고온에 의해 철이 녹아 시뻘건 쇳물이 만들어지고 불순물인 슬래그는 녹지 않고 쇳물 위에 뜬다. 슬래그로부터 쇳물을 분리해 거푸집에 부어 원하는 형태의 쇳덩이를 얻을 수 있다.

이와 같이 고온의 용광로에서 원료를 처리해 금속을 얻는 제련 방법을 건식제련이라고 한다. 건식제련은 인류 역사를 통틀어 가장 오래된 제련 방법으로, 인류가 문명화되기 전부터 광석을 환원시켜 금속 구리를 만들어내기 시작한 것이다. 건식제련법은 고품위의 광석으로부터 목적 금속을 추출하는데 적합한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철 함량이 높은 철광석을 제련하는 제철 공정의 경우 건식제련이 가장 효과적이고 효율적이다.

하지만 모든 금속들이 건식제련법으로 얻어지는 것은 아니다. 물을 활용하는 습식제련법도 있다. 습식제련법은 비철금속(非鐵金屬)의 제련에 많이 사용된다. 1880년대 대표적인 습식제련법 중 한 가지인 시안화법의 개발로 금 함량이 매우 낮은 광석으로부터 금을 선택적으로 추출할 수 있게 되면서 19세기 말부터 금 생산량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기 시작했다.

또한 같은 시기 바이어 공정의 개발은 수산화나트륨 용액의 사용을 통해 이전에는 어려웠던 보크사이트에서 알루미늄을 효과적으로 추출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또한 물 속에서 일어나는 전기화학적 반응을 통해 구리와 타 불순물 금속이 혼재돼 있는 액체 또는 구리 조금속으로부터 99.95% 순도의 전기동 생산을 가능케 하는 것도 습식제련 기술의 일종이다.

최근에 이슈가 되고 있는 폐리튬이온배터리의 재활용 공정에도 제련 기술의 적용은 필수적이다. 특히 배터리 양극재의 구성성분인 리튬, 니켈, 코발트, 망간을 효과적으로 회수하고 각각의 성분으로 분리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습식제련 기술이 필요하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에서는 선제적으로 배터리 재활용 전 공정에 이르는 제련 기술을 개발하고 관련 업체들과 협력해오고 있다. 과거 제련 기술 개발을 통해 철, 금, 알루미늄의 대량 생산으로 인류의 역사에 큰 전환점을 만들어냈듯 현재의 재활용 공정 제련 기술 개발이 또 다른 시대의 서막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김리나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자원활용연구본부 선임연구원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