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기 한남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김홍기 한남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대미달러 환율이 1400원에 근접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 진행됐던 수준까지 오르고 있다. 환율이란 기본적으로 양국 통화의 교환비율로, 예를 들어 미국 1달러가 우리나라 몇 원에 해당하느냐를 의미한다. 따라서 대미달러 환율이 상승하는 것은 원화 가치가 하락하고(가치 하락), 환율이 하락하면 원화가치가 상승하는(가치 상승) 것을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환율이 상승하면 수출업자는 가격 경쟁력이 높아져 유리하고 반면 수입업자는 수입가격 상승으로 불리하게 작용한다. 따라서 가끔씩 자국의 수출을 증대시키고 수입을 억제하기 위해 자국통화의 가치를 하락시키는 경우가 있어 국가간에 환율분쟁이 발생하곤 한다. 하지만 최근의 상황은 이와 크게 다르게 진행되고 있다.

올해 들어 코로나로 인한 글로벌 공급망의 교란과 소련의 우크라이나 침범으로 불확실성이 커져 안전자산 선호현상이 커지고 있다. 또한 미국의 연방준비은행은 인플레이션 우려로 그동안 진행해온 국채 등 채권매입을 중단하고 기준금리 인상 등 강력한 통화긴축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의 금리가 타국의 금리에 비해 높아, 미국의 달러는 우리나라 원화만이 아니라 유로나 엔화 등 세계 주요국의 통화에 대해서도 급속히 상승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환율이 어떻게 결정되는가를 한마디로 말하기는 힘들지만, 자금의 유출입이 자유로운 상황에서는 동일한 통화로 표시한 수익률이 같아지도록 환율이 결정된다는 금리평가설이 기본이 된다. 즉, 어떤 국가의 금리가 상승하면 그 나라로 자금이 몰려 그 나라의 통화가치는 상승하게 된다. 미국의 금리가 다른 국가의 금리보다 빠르게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미국 달러의 가치가 큰 폭으로 상승하고 있는 것이다. 올해 들어 미국의 달러는 외국의 주요 통화에 비해 평균으로 10% 이상 상승하고 있는데, 이는 주로 미국의 금리가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는 사실에 기인한다.

미국의 달러가치 상승, 원화의 환율 상승은 우리 경제에 어떤 영향을 주는가?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는 환율 상승에 따라 일반적으로 발생하는 수출 증대효과는 크지 않다. 이는 경쟁 대상국들의 통화도 비슷한 수준으로 가치가 하락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러시아의 전쟁과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세계경제가 좋지 못하기 때문이다.

또한 자금이 미국으로 집중되는 과정에서 스리랑카, 파키스탄 등 신흥개도국들은 경제위기를 겪고 있고, 이는 세계경제를 더욱 불안하게 하고 있다. 특히 환율 상승은 우리나라처럼 외국에 의존도가 높은 국가에서는 수입물가를 상승시켜 인플레이션을 높여 임금상승-인플레이션의 악순환이라는 부정적인 효과가 매우 클 수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입장에서는 환율을 안정시키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를 미국의 기준금리에 맞춰 높이는 일이 시급하다. 물론 기준금리 인상은 가계부채가 높은 상황에서 부작용도 있을 수 있지만, 환율 안정과 이를 통한 거시경제관리라는 측면에서는 매우 중요한 과제라 판단된다.

특히 소규모 국가로서 자본시장이 완전히 개방된 상황에서 외국과의 금리 차이는 예상치 못한 자본유출을 가져와 환율불안정을 가속화시킬 수 있다. 따라서 현재의 상황에서 환율안정을 위해서는 외국(미국)과의 통화정책(금리정책) 조화가 필수적이라 할 수 있다.

김홍기 한남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