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프러포즈 유행…재미·실용성 다 갖췄다
특급호텔서 반지 교환, SNS 인증샷 올리기
결혼인식 변화 "더 이상 동네잔치 아니야"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예비신부 신모(28)씨는 지난달 대전의 한 호텔에서 두 번째 프러포즈를 받았다. 이미 양가 상견례와 청첩장 제작 등 모든 결혼 준비를 마쳤지만 결혼 전 마지막으로 둘만의 추억을 만들기 위해 호텔 스위트룸에서 꽃과 반지를 교환하는 시간을 가진 것이다. 신씨는 "각 친구들과 청첩장 모임을 갖느라 (예비신랑과) 자주 만나지도 못했는데 모처럼 이런 시간을 보낼 수 있어서 좋았다"며 "요즘은 이렇게 두 번째 프러포즈를 받고 인증샷을 SNS에 올리는 것이 유행"이라고 말했다.

2030세대인 이른바 MZ세대 사이에서 결혼을 약속한 사람에게 또 다시 청혼하는 2차 프러포즈가 유행하고 있다. 결혼 의사를 묻는 첫 번째 프러포즈는 다소 간소해진 반면 재미와 실용성, 개인의 만족에 치중한 프러포즈가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모두가 만족하는 2차 프러포즈=지난 3월 결혼한 최모(32·여)씨도 상견례를 마친 후 남편에게 다시 프러포즈를 받았다. 최씨는 풍선으로 가득한 호텔 스위트룸에서 명품백과 함께 반지를 선물받았다고 설명하며 "당시 결혼 준비로 바빴는데 프러포즈를 또 받아서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이어 "첫 프러포즈 땐 결혼을 현실적으로 바라봤다면, 두 번째 땐 그냥 그 순간과 분위기를 즐겼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같은 2차 프러포즈 후기는 관련 커뮤니티와 SNS 등을 중심으로 활발하게 공유되고 있다. 이들은 프러포즈를 다시 하는 이유로 재미있는 추억 쌓기 외에 △결혼 반지 등을 취향에 맞게 선택 가능한 점 △1차 프러포즈에 대한 답례 성격 등을 꼽았다. 재미와 실용성 등 다양한 부분에서 만족하고자 하는 MZ세대의 성격이 결혼 문화에서도 드러난다는 분석이다.

예비 신랑에게 답례 프러포즈를 한 박모(27)씨는 "최근 예식장 예약이 워낙 어렵다 보니 결혼 시기부터 먼저 조율한 뒤 차근차근 상대가 좋아하는 선물을 준비해 다시 한 번 프러포즈 이벤트를 하는 것 같다"며 "먼저 프러포즈를 받고 나니 고민했을 예비 신랑에게 참 고마웠다. 나도 뭔가를 해줘야겠단 생각에 답례 프러포즈를 준비하게 됐다"고 웃으며 말했다.

◇2차 프러포즈는 사치다? "준비하기 나름"=최소 수십만원부터 최대 수천만원까지 들어가는 2차 프러포즈를 두고 지나치다는 비판도 상당하다. 결혼비용 자체도 과한데 프러포즈 비용마저 부담을 가중시킨다는 이유에서다. 결혼정보회사 듀오가 최근 2년 이내 결혼한 신부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혼 비용 보고서'에 따르면 신혼 부부 총 결혼비용은 약 2억8739만원에 달한다.

한 호텔 관계자는 "생화로 꾸민 버진로드와 샴페인 등을 제공하는 프러포즈 패키지 상품은 주말 투숙 기준 230만원 안팎"이라며 "최근 호캉스 열풍으로 투숙 수요가 급증해 주말 패키지는 다음달 셋째 주 예약까지 벌써 마감됐다"고 귀띔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2차 프러포즈에 대한 의견이 엇갈렸다. 한 네티즌은 "에루샤(에르메스·루이비통·샤넬) 가방과 특급호텔 숙박비만 합쳐도 1000만원은 훌쩍 넘는다"며 "사랑만으로 결혼한다는 말은 옛말이 된 듯 싶다"고 말했다.

그러나 2차 프러포즈를 체험한 당사자들은 사치 논란에 대해 '준비하기 나름'이라고 입을 모았다. 또 다른 네티즌은 "우리 부부는 예단과 예물을 생략하고 2차 프러포즈 겸 호캉스 이벤트를 즐겼다"며 "서로에 대한 마음을 다시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면 그걸로 만족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결혼에 대한 인식 변화가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대전의 한 심리학과 교수는 "결혼에 대한 생각이 바뀌는 것"이라며 "최근 트렌드가 스몰웨딩인 것도 이런 현상을 잘 설명해준다. '동네 잔치'가 아닌 '우리만의 추억'이 돼 가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 교수는 "프러포즈와 같은 특별한 경험을 공유하는 것은 좋지만, 재정적인 부분을 고려하지 않고 '보여주기'식으로 소비하는 건 지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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