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생성의 비밀인 힉스 입자를 발견하고 인터넷의 기반인 월드와이드웹(www)을 탄생시킨 세계 최대의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는 2011년부터 예술과학융합프로그램인 'Arts at CERN'을 운영하고 예술가를 대상으로 콜라이드 국제상을 수여한다.

2016년 콜라이드 국제상을 받은 한국의 미술가 김윤철은 CERN에 상주하며 과학자와 교류하면서 유체 역학 및 메타물질과 관련한 과학적 지식을 물이 흐르는 폭포의 영상으로 변환해 표현하는 예술작품을 선보였다. 이 작품은 예술계와 과학계에 신선한 감동을 주었고 과학예술 융합의 수준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대전시립미술관의 우주를 주제로 한 국제비엔날레 프로젝트에도 참여했다.

영화 '우먼 인 골드'의 실제 배경이자 한때 세계에서 제일 비싼 미술작품이었던 아델레블로흐바우어의 초상을 그린 화가 구스타프 클림트는 찰스 다윈과 프로이트 등 당대의 세포생물학, 무의식의 심리학, 뇌과학 등의 과학자 및 과학 세계와 접하며 미술과 과학의 융합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했고 전통적인 당시의 미술계를 흔들며 새로운 변화의 바람을 일으켰다.

노벨생리의학상을 받은 천재 뇌과학자 에릭켄델은 클림트가 활동하던 1900년 전후의 오스트리아 빈을 소환해 당시의 과학자, 예술가, 시민이 어떻게 교류하고 융합하면서 빈을 유럽 후기 르네상스의 허브 도시로 이끌었는지를 통찰의 시대라는 불멸의 저서에 오롯이 담아냈다.

32세에 캐나다의 최초 노벨상이라는 영예를 안겨준 의학자 프레드릭 벤팅은 어릴 적 여자 친구가 소아당뇨로 사망하는 것을 보고 의사의 꿈을 키웠고 마침내 당뇨병 치료에 사용하는 인슐린을 추출해 대량 생산에 이바지한 공로로 노벨생리의학상을 수상한다.

뛰어난 엘리트 과학자가 아니었고 소외당하던 벤팅은 축산업을 하던 아버지와 함께한 가축 해부 경험과 캐나다 미술협회의 예술가들과 어울리며 엘리트 과학자들이 찾지 못한 새로운 방법으로 인슐린 추출에 성공함으로써 과학에 있어 상상력과 다른 세계와의 교류 중요성을 일깨워줬다.

현대 들어 예술은 과학, 기술과 융합하면서 한 방향 미술 감상의 소통 개념을 관객의 직접 참여와 개입을 허용하는 새로운 양방향 미술과 설치 미술로 변화·발전하고 있다. 또 도시의 사회, 경제, 환경적인 이슈를 창의적인 혁신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법론으로 등장하고 있다. 국내외 과학예술융합형(STEAM) 인재양성 체계도 확산 중이다.

유럽연합은 예술과 과학기술의 융합으로 유럽이 당면한 사회, 생태, 경제적 이슈를 해결하는 아이디어와 작품을 선정해 시상하고 전시 행사까지 지원하는 과학기술과 예술 융합 프로젝트(STARTS)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다. 예술의 상상력과 새로운 과학지식 및 신기술의 창의적 융합이 가져올 유럽 도시와 사회 문제해결 가능성을 보고 예술가, 과학자, 기업가, 시민이 함께하는 융합 프로젝트로 진화시키고 있다.

대전은 대전역 근방 철공, 인쇄, 한약, 근대 건축, 금융, 교통 등의 원도심 근대 과학기술과 대덕연구개발특구의 첨단 과학기술이 함께 하는 도시다. 또 미술과 음악, 연극 영화, 드라마, 영화, 첨단 콘텐츠의 문화예술 성지로서 국내외 예술가들이 방문해 과학기술인들과 함께 융합하고 싶은 과학예술 융합 도시로 주목받고 있다.

대전문화재단의 대덕특구 출연연과 예술가 협업 아티언스 프로그램, 대전시립미술관의 과학예술 국제비엔날레는 역사가 깊어지고 있고 이응노 미술관 등 공공미술관과 대전일보의 랩마스 아트갤러리, 출연연·카이스트·기초과학연구원(IBS)의 과학예술 전시·협업 프로그램 등이 다양하게 진화하며 대전의 과학예술 생태계를 키우고 있다.

옛 충남도청 본관에 예정된 국립현대미술관 분관은 대전의 이러한 특성을 반영해 과학예술 중심의 운영으로 고민하고 있고, 최근 과학과 문화예술의 융합을 통한 과학문화예술산업의 발전 기획도 과학기술계와 문화예술계 협업으로 이뤄지고 있다.

대전의 일류 경제도시 비전은 과학예술 융합 생태계가 발전할 때 시너지를 낼 것이며 재미있고 품격 높은 도시브랜드를 구축하는 길이기도 하다. 대전의 과학예술융합 생태계 발전에 시민의 응원과 참여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