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성보 대표가 목장관리 앱 키우소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박하늘 기자

22만 마리. 목장관리 앱 '키우소'가 관리하고 있는 소의 숫자다. 국내에 등록된 한우와 젖소가 400만 마리임을 감안하면 약 5.5% 정도가 키우소의 서버 안에 있는 셈이다. 키우소는 올해 7월 Pre-A 투자유치에 성공했다. 방성보 대표(31)가 앱을 만들겠다고 마음 먹은 지 5년 만이다.

방 대표는 30여 년 목장을 운영한 아버지 방병운 씨(66)를 따라 가업을 이어받은 후계농이다. 방병운 씨는 국립축산과학원 축산자원개발부 명예연구관으로 활동할 만큼 인정받는 축산기술자다. 그는 국립한국농축산대학 대가축학과를 졸업하고 2016년부터 본격적으로 목장일을 시작했다.

키우소의 시작은 목장일하며 겪은 불편함이었다. 우리나라의 축산농가 수는 줄어드는 반면 목장당 사육 두수는 커지고 있다. 즉, 목장주가 관리해야 할 소가 늘어난다는 의미다. 예방접종, 수정, 분만, 질병 유무 등 신경써야 할 것이 많다. 방 대표도 마찬가지였다. 소가 많아지며 세세하게 기록할 일도 늘었다. 기록은 사무실에 비치된 공책에 했다. 하지만 사무실에 들락거리는 것은 번거롭고 비효율적이었다. 프로그램을 찾아봤지만 농장일에 적합하지는 않았다.

2018년 그는 직접 앱을 만들기로 결심했다. 농장일을 마치면 동영상과 책을 찾아가면서 웹 디자인과 코딩을 공부했다. 2년 간 꾸준히 하니 코드를 볼 수 있는 정도가 됐다. 그는 2019년 말 청년농업인경쟁력제고사업에 선정돼 5000만 원의 지원금을 받았다. 한 손엔 지원금, 한 손엔 한 땀씩 그려낸 기획안을 들고 개발사를 찾아갔다. 그는 프로젝트 매니저(PM)가 돼 개발자들을 채근하며 2020년 5월 베타버전을 출시했다. 방 대표는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앱을 매일 농장일에 써보며 버전을 바꿔 나갔다.

앱 출시 후 방 대표는 매주 우시장에 직접 나가 키우소를 홍보했다. 처음 "이게 뭐냐"며 등한시하던 사람들도 이제는 방 대표를 환대하며 지인에게 소개한다. 지금도 농장주들의 불편사항이 접수되면 빠르게 앱에 반영한다. 키우소는 올해 8월 기준 1만 다운로드를 목전에 두고 있다. 기획단계부터 보여온 방 대표의 집요함의 결과물 이다.

그는 천안시 4H 연합회 회원이다. 청년농업인들과 교류하며 미래농업을 고민하고 있다. 그는 2020년까지 4H 연합회 사무국장을 맡기도 했다. 방성보 대표는 "키우소가 목장 기록관리의 대명사가 됐으면 한다. 올해 말이면 관리하는 소가 50만 마리가 될 것으로 본다"며 "축산 농가에 더 유익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앱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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