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원 호서대학교 건축토목환경공학부 교수
이건원 호서대학교 건축토목환경공학부 교수

2022 월드 스마트시티 엑스포(WSCE)가 막 끝났다. 스마트시티가 정확하게 무엇을 말하는지는 다양한 의견이 있지만 '스마트시티'라는 용어를 모르는 사람은 없게 됐다. 이처럼 언젠가부터 다양한 명사에 수식어처럼 붙이는 '스마트'라는 단어가 이렇게 우리에게 익숙해지게 된 것은 이미 15년도 더 전으로 거슬러 올라갈 수 있다. 그때는 아마도 스티브 잡스에 의해서 최초의 스마트 폰이라 불리는 아이폰이 출시된 2007년 1월쯤일 것이다. 그렇게 시작된 '스마트'라는 단어는 현재 그런 것처럼 많은 단어 앞에 붙게됐고, 우리의 건축과 도시에도 그렇게 됐다. 스마트 건축, 스마트 건설, 스마트시티 등처럼 말이다.

많은 이들은 스마트 폰이 그 이전의 피쳐폰 시장을 완전히 대체한 것처럼 스마트 건축, 스마트시티 등이 우리의 건축과 도시의 모습을 완전히 바꾸고 대체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러한 변화와 혁신이 우리 도시와 건축이 안고 있는 많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상당수의 사람이 피쳐폰을 사용하고 있듯이 '스마트'라는 단어는 우리의 도시와 건축을 완전히 전환하지 못했다. 여전히 상당한 세부 분야에서는 기존의 공법, 기존의 설계 기법들이 그대로 사용되고 있고 오히려 더 큰 수익성을 내고 있기까지 하다.

많은 사람들은 스마트 기술이 진입하지 못하는 우리 건설 분야의 후진성을 개탄스러워 하지만 더 개탄스러운 것은 스마트 기술만 보고 우리의 인식 체계를 살피지 않는 우리의 낡은 관성이다. 우리는 스마트라는 단어가 가리키는 새로운 세상을 보기보다는 그것이 가리키는 손끝을 보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스마트시티와 거의 필적하게 많이 사용되는 용어가 바로 리빙랩(Living Lab)이다. 스마트 기술과 관련 없는 사람이라도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봤을 정도로 많이 사용되고 있고, 우리 분야에서는 마치 주민참여와 동격인 것처럼 사용되고 있다. 리빙랩은 이미 1995년에 도시의 디지털화를 예측한 저서 비트의 도시(City of Bits)로 유명한 윌리엄 미첼(Wiliam J. Mitchell) MIT대학 교수가 주거공간의 혁신을 위해서 2004년을 전후로 도입한 연구 방법이다. 현재는 다양한 국가와 다양한 단체로 뻗어나가 다양한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이러한 리빙랩 역시 사회 혁신을 그 목표로 삼는다. 우리의 사회, 우리의 도시건축을 혁신하기 위해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분명 우리 도시와 건축의 문제를 해결하고 혁신하는 데에 디지털화나 스마트화와 같은 스마트 기술들이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더 우선시 돼야 하는 것은 우리의 관점을 바꾸는 것이다. 우리는 우리에게 주어진 복잡한 문제를 단순화하여 특정한 전제 또는 표준화된 상황에 맞게 문제를 풀어내는 근대적 문제해결 방식에 익숙해져 있다. 하지만 이제 우리는 복잡한 문제를 더욱 복잡하게 인식해야 하고, 복잡한 방식으로 풀어내야 할 때가 된 것이다.

즉, 오차 또는 오류를 인정해야 하고, 이러한 오차·오류 역시도 우리의 의사결정 과정에 포함돼야 할 것이다. 이 과정은 우리가 해왔던 익숙한 방식도 아니고, 이를 위해 우리에게 당장 편리하고 사용가능한 도구가 주어져 있지도 않다. 그래서 지금까지는 이를 미뤄왔다. 하지만 이를 더 미루기에는 우리가 감내해야 할 대가가 너무 큰 시대가 도래해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건원 호서대 건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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