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종윤 남대전농협 지도경제팀장
우종윤 남대전농협 지도경제팀장

"땡그랑 한 푼, 땡그랑 두 푼, 벙어리저금통이 아이고 무거워, 하하하하 우리는 착한 어린이 아껴 쓰고 저축하는 알뜰한 어린이"라는 동요는 어린 시절에 누구라도 한 번쯤 불러 봤을 법한 노래다.

어린 시절 저금통에 동전을 모으는 것은 주변 사람들에게 자랑하고 싶은 일 중 하나였다. 먹고 싶은 것 사 먹지 않고 사고 싶은 장난감 사지 않으며 저축이라는 것을 하는 나는 정말 대단한 사람이라는 착각마저 들게 하는 일이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날수록 무거워지는 돼지 저금통을 보면서 뿌듯했던 기억은 아직도 생생하다. 물론, 시간이 더 지나면 이런저런 이유로 저금통 배를 갈라 야금야금 용돈으로 썼던 기억 또한 또렷하지만. 우리는 어린 시절부터 생활 속에서 저축이라는 것을 알게 모르게 배워왔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나이를 먹을수록 중학교, 고등학교에 진학할수록 저축에 대한 개념이 많이 약해지는 느낌이다. 물론, 초등학교 때에 비해 중·고등학교 시절 돈을 써야 할 곳이 더 많아진 것이 하나의 이유가 될 수 있다. 또 요즘에는 청소년 시기에는 통장으로 용돈을 주고 체크카드를 만들어 쓰게 하다 보니 현금을 직접 주고받던 어린 시절보다는 돈을 쉽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더 근본적인 이유는 체계적인 경제·금융교육이 없기 때문이다.

미국의 경우 교육과정에서 생존 금융을 가르친다. 미국의 43개 주가 고등 교육과정에 금융교육을 포함하고 있다. 이 중 22개 주는 금융교육을 이수하지 않으면 졸업이 인정되지 않는 의무 교육과정이기도 하다. 미국 고등학교 커리큘럼에는 개인금융 수업도 있다. 그 이유는 아이들이 성인이 되었을 때 개인 자산을 운용하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해서다. 미국의 조기 경제교육은 아이들이 직접 돈을 벌고, 투자를 경험하고, 어려서부터 용돈을 관리하는 등의 실전 금융 경험과 교육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어떨까? 우리의 경우 경제, 금융과 관련한 교육이 학교에서는 부수적인 교육으로 치부되고 있다. 또한 청소년기 경제교육에 대한 중요성이 매우 등한시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아동·청소년기 금융교육을 학교가 아닌 각자의 가정에서 부모님에게 교육을 받다 보니 아이들 간의 편차가 심해질 수밖에 없다. 경제교육은 소득의 양극화와 관련이 매우 높으며 향후 삶과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에 중요하게 다뤄져야 할 교육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금융교육은 특강 형식으로 진행되어 청소년기 경제교육 접근성은 여전히 낮고 경제교육의 사각지대인 취약계층에 대한 금융교육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선진국들이 다양한 경제, 금융교육을 공교육에 포함해 실시해오고 있는 것과는 다르게 우리는 중·고교 과정에서 금융교육이 의무화돼있지 않다. 금융교육을 수행할 수 있는 전문 교사가 부족하기 때문에 중고생들은 일회성으로 금융교육을 제공받거나 일부 학생들은 최소한의 금융교육 기회조차 제공받지 못하고 있다.

청소년들의 올바른 경제관념과 금융활동을 위해 우리도 관련 교육을 빠른 시일 내에 의무교육으로 편입하여야 한다. 삶을 살아가기 위해 금융활동은 반드시 필요하다. 경제교육은 단순히 돈을 벌어 부자가 되는 방법을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에 세상을 살면서 마주하는 다양한 상황에서 좀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는 다양한 기회를 주기 위함이기 때문이다.

우종윤 남대전농협 지도경제팀장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