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들과 약식 인터뷰하는 윤석열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8일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하면서 13일 만에 재개한 출근길 약식 인터뷰에 변화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윤 대통령은 이날 휴가 복귀 소감을 묻는들의 질문에 "국민들에게 해야 할 일은 국민 뜻을 세심하게 살피고 늘 초심을 지키면서 국민의 뜻을 잘 받드는 것이라는 생각을 휴가 기간에 더욱 다지게 됐다"고 밝혔다. 지극히 평범하고 당연한 대답이 아닐 수 없다. 흠을 잡으려고 해도 콕 집어 나무랄 수 있는 부분이 없다.

여론조사 지지율과 인적 쇄신에 대한 질문에도 "모든 국정 동력이라는 게 국민으로부터 나오는 것 아니겠느냐. 국민 관점에서 모든 문제를 다시 점검하고 잘 살피겠다"고 말했다. 이 또한 100점짜리 답변은 아니겠지만 특별히 감점 요인을 찾기 힘들다. 야당에서 꼬투리를 잡아 보려고 해도 마땅한 게 없을 것 같다. 윤 대통령이 약식 회견(도어스테핑)을 대하는 모습이 달라졌음을 실감하게 하는 대목이다. '국민의 뜻', '국민 관점', 등 국민을 여러 차례 언급한 점도 주목할 만하다. 대통령 지지율이 급락하고 있는데 대해 일희일비하지 않겠다던 과거 대통령실 태도와는 사뭇 다르다.

도어스테핑은 국민과의 소통을 위해 좋은 취지로 도입했지만 득 보다 실이 많았다. 장관 후보자의 자질 논란에 대해 윤 대통령이 "전 정권 장관 후보자 중 훌륭한 사람을 봤나"고 말한 부분이나 검찰 편중 인사를 지적하자 "과거엔 민변 출신들이 아주 도배를 하지 않았느냐"고 발끈한 게 대표적이다. 국민들이 납득하기 어렵고 야당의 반발을 불러일으킬 소지가 다분한 언어였다. 대통령의 언어는 정제돼 있어야 하고, 정치적일 수밖에 없다. 그런 측면에서 '국민의 뜻'에 방점을 둔 윤 대통령의 이날 도어스테핑은 나쁘지 않았다.

윤 대통령의 국정 수행에 대한 긍정 평가는 집권 3개월 만에 30% 아래로 떨어졌다. 국정 지지율이 바닥을 헤맨다면 임기 초반부터 국정동력을 상실할 수도 있다. 이런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윤 대통령 스스로 말한 대로 국민의 뜻을 잘 받들어야 한다. 인사 문제에서부터 김건희 여사 리스크, 대통령실 쇄신까지 체계적인 위기관리가 요구된다. 도어스테핑의 일신(日新)이 국정 쇄신의 출발점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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