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종윤 남대전농협 지도경제팀장
우종윤 남대전농협 지도경제팀장

"최근 입사한 직원들은 자기 자리에 있는 쓰레기통도 안 버려요. 출근시간도 정시에 딱 맞춰 출근하지 좀 일찍 나오라고 하기가 눈치 보일 정도라니까요." 최근 지인과 나눈 대화의 일부다.

이 이야기를 접하면서 '이게 뭐가 문제야?'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라면 MZ 세대, '직장 생활하면 당연히 근무시간 보다 일찍 출근해야 되는 것 아냐'라고 생각하면 요즘 흔히 이야기하는 꼰대일 가능성이 높다.

MZ 세대들의 주장은 이렇다. 9시부터 근무시간이면 정시에 출근해서 일하는 게 맞다는 것이다. 근무시간 안에 사무실 청소나 근무 준비도 다 포함돼 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기성세대들은 9시부터 근무시간이면 10분 정도는 일찍 나와 일할 준비하고 근무시간인 9시부터는 본격적인 업무를 해야 한다고 말한다.

기성세대들은 하루 10분도 일찍 나와서 일하는 게 그렇게 어렵냐고 이야기한다. 그러면 MZ 세대들은 10분씩 주 5일이면 50분, 즉 1시간 시급을 더 쳐줘야 하는 것이 아니냐고, 1시간 더 쳐주는 것이 어렵냐고 당당히 요구한다.

둘 다 틀린 말은 아니다. 세대 간 생각의 차이가 똑같이 일하는 근무시간을 갖고도 이렇게 다를 수 있다는 것에 놀랍기도 하고 또 당연하다 싶기도 하다.

최근 파이어족이 유행이다. 자발적 '조기 은퇴'를 추진하는 사람들을 일컫는 용어다. 이들은 주로 30대 말이나 늦어도 40대 초까지는 회사에서 조기 은퇴하겠다는 목표로 직장을 다닌다. 쉽게 얘기해 바짝 벌어서 조금 덜 쓰고 덜 먹더라도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겠다는 것이다.

파이어 운동은 1990년대 미국에서 처음 등장했는데, 이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전반적으로 확산됐다. 특히 글로벌 경제 위기 이후 이어진 경기 침체기에 사회생활을 시작한 밀레니얼 세대(1981-1996년생) 등을 중심으로 미국은 물론 영국, 호주, 네덜란드 등 전 세계로 확산됐다. 주로 고학력·고소득 계층을 중심으로 파이어 운동이 확산되고 있는데, 이는 일에 대한 불만족도, 높은 청년실업률, 경제적 불확실성 확대 등과 관련있다는 분석이다.

월급이 아니고도 투자나 사업, 지식노동 등으로 다양한 수입을 창출할 수 있기에 가능한 일일 것이다. 최근 유튜브에서 '소울리스 좌'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놀이동산에서 일하는 직원이 영혼이 나간 듯한 표정으로 유창하게 랩을 해서 얻어진 별명이다. 유튜브를 통해 유명해진 이는 현재 광고다 뭐다 해서 한참 주가를 올리고 있다. 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소울리스 좌를 보면서 열광할까?

직장 생활을 하고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소울리스 좌에게서 자신의 모습을 보았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된다. 자존심과 양심을 집에 놓고 직장에 출근한다는 이들이 많다. 이러한 생활에 염증을 느낀 이들이 파이어족을 꿈꾸는 것은 아닐까?

조금은 부족하지만 마음 편한 파이어족으로 살 것인지, 힘이 들고 자존심 상하고 영혼 없는 소울리스 좌로 안정된 직장 생활을 할 것인지는 순전히 본인의 선택일 것이다. 소울리스 좌가 되든 파이어족이 되든 생활이 넉넉하든 그렇지 못하든 간에 본인의 마음이 편하다면 그게 무엇이 됐든 최고의 선택이라 생각한다. 틀린 것은 없다. 그저 생각이 다를 뿐이다.

비록 필자는 나이가 많아 파이어족은 될 수 없지만 이 시대의 모든 소울리스 좌와 파이어족들에게 응원을 보내본다.

우종윤 남대전농협 지도경제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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