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승현 세종취재본부 차장
문승현 세종취재본부 차장

세종에서 만나는 절반 이상은 외지인이다. 상호 이방인들은 밥상에 앉아 이력을 반찬처럼 꺼내놓는다. 말투·억양으로 미루어 짐작하기도 한다. 관계 맺기 전 교집합을 이룰 만한 단서 찾기다. 실패는 곧 어색한 단절로 이어진다. 성공을 전제로 그 다음은 현재와 미래의 공유다. 세종 정착인가, 떠남이 정해진 체류인가. 주소(住所)와 거소(居所) 차이인 셈이다. 세종은 사는 사람과 왔다가는 사람이 잠시 조우하는 '만남의 광장'과도 같다. "주말에 뭐하셨어요?" 가장 만만한 대화 주제다. 돌아오는 답은 "그냥 집에 있었다"거나 "나들이 다녀왔다"로 크게 두 가지다. 전자는 말 그대로 '집콕'을 뜻하고 후자는 대개 세종을 벗어난 '외곽'을 내포한다. 정반대 대답인데 한숨과 탄식이 기본으로 깔린다는 게 포인트다. "아…세종은 정말 주말에 할 것도 없고 갈 데도 없고." 정부세종청사와 공공기관 직원들이 주말이면 썰물처럼 어딘가로 빠져나가고 이들을 상대로 밥과 술을 파는 상가는 문을 닫는다. 남아있는 자들은 집안 자급자족, 이웃한 대전 등 주변도시로의 월경(越境) 중 택일해야 한다. 세종 도심 내에서 주말 즐기기 옵션은 희박해 보인다.

"서울 사는 친구 부부를 세종으로 불러볼까 생각도 해봤죠. 그런데 숙박이나 관광 뭐 하나 세종에서 신통한 게 없어요. 왕복 교통도 너무 불편하고." 정부세종청사 고위관료가 한탄한다. 그는 부처 이전 초기엔 서울-세종을 출퇴근하다 "큰 맘 먹고 내려왔다"고 했다. 다른 정부부처 공무원은 "대전을 노잼도시라고 한다면서요. 세종은 진짜 핵노잼이에요" 하며 웃는다.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과정을 지켜본 한 공무원의 소회는 깊다. "그게 벌써 언젭니까. 20년 전에 행정수도 얘기 나오고 그러다 정권 바뀌면서 다 엎어질 것 같았고. 다들 반신반의했잖아요. 그땐 허허벌판이었는데 지금은 상전벽해죠." 동조의 끄덕임이 약했을까. 초로(初老)의 그가 말을 보탠다. "그래도 아직 멀었죠. 아파트만 번지르르한 도시 말고, 살고 싶고 활력 있는 도시를 만들어 가야 할 텐데…. 이제 후배들 몫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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