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량 지표 충족 불구 천안시 등 충남 3개 지역 지정 해제 무산
천안시의회 지정해제 촉구 결의문 채택 추진, 시·도 공조 추진

부동산 조정대상지역이 해제되지 않은 천안시 동지역 아파트 전경 모습. 사진=윤평호 기자

윤석열 정부 들어 처음 열린 지난달 말 주거정책심의위원회에서 천안시 부동산 조정대상지역 해제가 무산됐다. 천안뿐만이 아니다. 천안시와 함께 충남의 부동산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된 공주시와 논산시도 해제가 불발됐다. 충남의 부동산 조정대상지역 해제가 전무한 것과 달리 대구 동구 등 전국의 6개 시군구는 해제됐다. 정량적 지표를 충족해 해제 기대감이 컸던 상황에서 천안시 해제 무산의 후폭풍은 지역경기 침체의 그늘을 깊게 하고 있다. 지정해제 촉구 결의문 채택 추진 등 등 지역사회 반발도 가시화되고 있다.

◇해제 낙관 기대 저버린 국토부 주거정책심의위=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는 외지인 매수 및 다주택자 추가매수 등 투기 가능성이 있는 이상거래 비중 증가 등 일부 과열 양상이 있다며 2020년 12월 18일 천안시 동지역 전체를 부동산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했다. 신규 지정된 부동산 조정대상지역에는 공주시와 논산시도 포함됐다.

부동산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으로 천안은 청약자격 제한 등 규제가 대폭 강화됐다. 지정 전에는 세대주와 세대원 모두에 청약자격이 부여됐지만 조정대상지역 지정 후부터는 세대주에 국한됐다. 청약가입기간도 지정 전 6개월에서 지정 후 2년으로 달라졌다. 가점제비율도 변화했다. 지정 전에는 85㎡ 이하 가점과 추첨 비율이 각각 40%, 60%이지만 지정 후에는 가점 비율이 75%로 높아지고 추첨 비율은 25%로 줄었다. 85㎡ 초과는 지정전 가점제 비율이 100% 추첨이었지만 지정 후에는 가점 30%, 추첨 70%로 바뀌었다. 조정대상지역 지정 전에는 청약 시 주택수 제한, 과거당첨이력, 재당첨제한의 제한이 없었다. 지정 후에는 주택 수가 무주택 또는 1주택자(기존주택 처분조건)로 제한됐다. 과거당첨이력도 세대원 포함 5년 이내 당첨이력이 없는 자로 강화됐다. 분양권 전매도 지정 전에는 제한 없지만 지정 후에는 제한됐다. 세금도 중과세로 부담이 가중됐다.

부동산 조정대상지역 지정 여파 속에 천안은 지난 5월 동남구와 서북구 아파트 매매 건수가 전년 동월 대비 37.62% 급감했다. 지난 2월부터 6월까지 신규 분양도 뚝 끊겼다. 조정대상지역 지정 장기화로 거래위축, 지역경제 침체 등의 문제가 현실화되자 지자체와 정치권은 한목소리로 해제를 주장했다.

힘쎈 충남을 표방한 김태흥 충남도지사는 지난 5월 29일 당시 국민의힘 충남도지사 후보 신분으로 천안종합터미널 유세에서 "천안 일대는 부동산 조정대상지역으로 묶여 시민들 재산권 행사나 내 집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해제할 수 있도록 해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약속했다. 충남도는 6월 중순 국토교통부에 '도민 불편 해소 및 지역경제 활성화 등을 위해 조속히 조정대상지역에서 해제될 수 있도록 조치 바란다'며 천안·공주·논산시 해제를 요청하는 공문도 보냈다.

박상돈 천안시장도 지난 4월 제20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와 국토부를 잇따라 찾아 부동산 조정대상지역 지정 해제를 건의했다. 천안시는 조정대상지역 지정의 필수와 선택요건에 미달하는 만큼 해제를 낙관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충남도와 천안시의 민선 8기 출범 하루 전 국토부 주거정책심의위원회는 2022년 상반기 규제지역 재검토 심의 결과를 발표했고 해제 대상에 천안시, 공주시, 논산시는 미포함됐다.

◇깜깜이 심의 불신 증폭 시·도 공조 모색=부동산 조정대상지역 해제 무산 뒤 지역 여론은 들끓고 있다. 박상돈 천안시장은 7월 1일 민선 8기 취임식 뒤 시청 브리핑실 방문 자리에서 "정량 지표가 기준치에 미달되는데도 불구하고 배제된 것에 매우 유감"이라고 말했다. 천안시 서북구 쌍용동에서 부동산 중개업소를 운영하는 공인중개사 A씨는 "부동산 조정대상지역 지정 후 거래가 뚝 끊겼다"며 "해제에 희망을 걸었는데 무산돼 허탈하다. 22년 공인중개사 경력에 지금처럼 힘든 때가 없었다"고 한숨을 토했다.

천안에서 아파트 분양을 계획한 시행사 관계자는 "신규 주택 공급을 하고 싶어도 조정대상지역 지속과 이로 인한 주택보증공사의 보증 기준 강화로 공급을 할 수 없는 처지"라며 "천안의 20여 개 단지 1만 5000세대 분양 대기 물량 가운데 사업포기도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영행 단국대 정책경영대학원 교수는 "조정대상지역 해제 무산으로 천안은 악영향이 클 수 밖에 없다"며 "아산은 분양이 활기를 띠고 천안은 공급 감소와 실수요자 피해 등 부정적 효과가 상당히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현구 대한전문건설협회 천안지회장은 "부동산 조정대상지역 해제 무산은 건설경기에도 악재"라고 말했다.

부동산 조정대상지역 해제의 키를 쥔 주거정책심의위에 대한 불신도 증폭되고 있다. 조정대상지역은 국토부장관이 지정 기준 등을 충족하는 지역에 대해 주거정책심의위 심의를 거쳐 지정 또는 해제한다. 국토부는 천안을 비롯한 충남지역 조정대상지역 해제가 포함되지 않은 주거정책심의위 회의 결과를 발표하면서 "주택가격 상승률, 청약경쟁률, 미분양 주택 추이 등 정량 요소 외에도 정비사업 등 개발호재 기대감, 지역적 특성, 외지인 매수세 등도 고려해야 한다"고 전했다.

반면 지자체 한 공무원은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할 때는 주택가격 상승률의 소비자 물가 상승률 1.3배 초과 등 정량적 지표 충족을 내세우면서 정작 지역이 지정의 필수 정량 지표에 부합되지 않아 지정 해제가 당연시 될 때는 정성적 판단을 강조하고 회의 세부내용도 비공개 한다"며 깜깜이 심의를 꼬집었다. 실제 주거기본법 시행령은 주거정책심의위 및 실무위 회의록 작성·보존은 규정하고 있지만 공개는 명시하지 않고 있다.

천안시의회 건설교통위원회 권오중 위원장은 "조정대상지역 유지로 지역경제가 더욱 어려운 환경에 처했다"며 "9대 의회 전반기 1호 결의문으로 이달 임시회에서 천안시 부동산 조정대상지역 해제 촉구 결의문 채택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천안시도 조정대상지역 해제 요청을 위해 국토부 방문을 검토하고 있다.

충남도 윤정상 주택정책팀장은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선 건설과 개발부터 스타트가 돼야 한다"며 "천안·공주·논산과 조직적으로 적극 공조하고 전문가 자문도 받아 치밀한 논리와 데이터로 조기 해제 성사에 전력을 쏟겠다"고 말했다.

주거정책심의위는 통상 반기에 1회씩 열린다. 올해도 지난해 12월에 이어 6월에 열렸다. 다만 이번 주거정책심의위는 "필요한 경우 연말 이전이더라도 적기에 금번 해제에서 제외된 지방 중소도시 등 규제지역을 추가 조정할 필요성"을 언급해 추가 해제 여지를 남겼다.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