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규 충남대 동물자원과학부 교수
김민규 충남대 동물자원과학부 교수

대한민국 제20대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과 함께 발표한 '미래 먹거리산업 신성장 전략'으로 에너지, 방위산업-우주항공, 바이오 헬스, 인공지능, 탄소중립 대응, 스마트 농업, 문화콘텐츠 등 7개 산업을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 꼽았다. 새 정부가 밝힌 미래 먹거리 산업 집중 지원은 한국 경제의 앞날을 위해 절실한 사안이다.

이러한 시대적·정치적 전환기에 과학도시로 알려져 있는 대전의 미래 먹거리 산업 전략은 많은 변화를 요구 받고 있다. 현재 대전의 산업은 서비스업이 절대적이다. 2019년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대전의 서비스업 비중은 78.2%로 서울(91.9%) 다음으로 높다. 대전 지역 내 총생산(GRDP) 42조 7940억 원 가운데 31조 1820억 원이 서비스업의 몫이었다. 최근 10년간 GRDP 증가율은 1.9%에 그쳤고, 인근 광역경제권에 걸친 서비스 공급거점으로 성장해 온 모델이 한계에 이르렀다는 평가결과가 발표되면서 대전의 산업구조가 위기에 이르렀다는 불안감을 안겨주고 있다. 때마침 새 정부가 발표한 미래 먹거리 산업은 대전의 강점인 대덕연구특구를 중심으로 한 많은 정부출연연구소와 기업부설연구소의 연구개발 방향과 부합하는 산업이기 때문에 대전의 미래 먹거리 산업의 발전은 한층 기대가 되는 부분이다.

그렇지만 지금까지 대전은 이렇다 할 미래 먹거리 산업에 대한 발전전략이 부족한 상황이고, 지역경제 활성화를 도모할 방안도 도출하지 못했다. 지난 10년간 수많은 포럼과 위원회 등을 통해 미래 먹거리 발굴에 대한 비전을 제시했지만, 모두 구호에만 그치고 말았다. 설상가상으로 바이오 창업기업 육성을 위해 신약 개발 등 생명공학분야 창업 지원 인프라를 구축하는 'K-바이오 랩허브' 정부 공모에 탈락했고, 중소기업부의 이전에 따른 대전혁신도시에 공공기관 이전이 지지부진한 점 등은 매우 아쉬운 부분 중 하나다. 2020년 설립된 대전과학산업진흥원은 과학기술기반 지역산업 혁신 및 미래 혁신성장산업 육성방안을 기획하고 대전시의 연구개발투자 효과를 높이는 전문기관으로써 지역혁신과 산업발전 생태계를 만들어 가겠다는 민선 7기 시장의 야심작도 그가 임기를 마치는 지금까지 가시적 성과를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전에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국방과학연구소·한국천문연구원 등 연구개발기관이 많을 뿐만 아니라 뉴 스페이스(New Space) 시대의 4차 산업 관련 기술력을 지닌 다수의 우주산업 기업체와 연구기관·대학 등으로 혁신생태계가 조성돼 있으며, 대덕연구특구에는 300여 개 바이오헬스케어기업(코스닥 상장사 17개 기업)이 몰려 있고 KAIST,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나노종합기술원 등과 연계한 기술 중심 스타트업 창업허브를 구축하고 있다. 또한, 수소융합얼라이언스, 대전테크노파크,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한국기계연구원, 한국표준과학연구원, 한국가스기술공사와 함께 '수소산업 전주기 제품 안전성 지원센터' 구축을 완료했고, 한국기계연구원을 중심으로 무탄소 에너지의 생산, 전환, 저장 및 활용을 위한 핵심 기계의 원천 기술 및 상용화 개발을 수행하고 있다. 스마트 농업 또한 국내 농업계대학 평가 1위의 충남대를 중심으로 농업과 농촌의 혁신을 선도하고 있다. 이처럼 대전은 미래 먹거리 산업을 선도할 기본 인프라는 탄탄하게 구축돼 있는 도시다.

'구슬이 서 말이어도 꿰어야 보배'가 된다는 옛말처럼 대전은 어느 지역보다도 뛰어난 연구소와 대학, 기업들이 클러스터를 구축하고 있지만, 지역의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 발전시키는 동력이 부족했던 것은 많은 시민이 체감하고 있는 안타까운 사실이다. 민선 8기 대전시장 당선인과 과학부시장을 비롯한 정치·행정가들은 대전의 뛰어난 자원을 활용해 정부·지자체 정책을 연계한 지역주도형 미래 먹거리 산업 창출에 모든 역량을 집중해주길 바란다. 대전발전의 열쇠는 경제이며, 대전이 가진 최고의 자산은 대덕연구개발특구와 대학을 기반으로 한 과학기술이다. 새로운 시장의 공약처럼 대전의 핵심산업 집중육성과 산업용지 확보를 통한 기업유치, 일자리 창출이 반드시 이뤄지길 바란다.

김민규 충남대 동물자원과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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