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주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책임연구원
박정주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책임연구원

누리호 2차 발사가 날씨 때문에 하루 연기된 후, 누리호는 발사 준비를 위해 발사대로 이송돼 기립됐으나 1단 산화제 탱크 레벨 센서의 이상으로 발사를 취소하고 조립동으로 돌아왔다. 산화제 레벨 센서는 산화제를 충전할 때 충전량을 알 수 있게 하는 장치로, 발사 준비과정에서 꼭 필요한 장치다. 산화제는 극저온 유체인 액체산소로 영하 183도 이상이면 끓어서 기화되기 시작한다. 산화제 탱크에 충전된 이후에도 주변과의 온도 차이로 인해 기화가 계속되고 기화된 산소는 탱크의 압력을 높이게 되는데 정해진 압력 이상이 되면 배출 밸브가 열려서 대기 중으로 방출된다. 따라서 액체산소의 충전량은 시간이 지날수록 줄어들게 되는데 줄어든 만큼은 지속적으로 보충되며 이때 레벨 센서로 충전량을 확인한다.

1단 산화제 탱크 레벨 센서는 1단 산화제 탱크의 상부에 부착돼 있으므로 이를 통째로 교체하려면 1단과 2단을 분리해야 하고 상당한 작업량과 시간이 소요되는 상황이었다. 다행히 이상이 발생한 전기적 센서 부위가 1단과 2단을 분리하지 않고도 교체가 가능했고 일정 지연을 최소화해 발사 준비 작업을 재개할 수 있게 됐다.

누리호는 작년 10월 21일의 첫 번째 발사에서 궤도 진입에 성공하지 못했고, 원인 분석과 수정 조치 후에 시도하는 2차 발사인 만큼 연구진들은 한층 더한 성공의 부담을 안고 긴장하고 있다. 누리호의 발사과정은 이틀에 걸쳐서 이뤄진다. 발사 전날 아침 조립동을 출발한 누리호는 발사대로 이송돼 기립되고, 발사체 고정장치로 고정한 후 로켓과 지상 장비를 연결하는 탯줄이라 할 수 있는 '엄빌리칼' 접속장치를 연결 후 확인 시험을 마치면 하루가 꼬박 걸린다. 발사 당일에는 추진제의 충전 준비와 충전, 고층 바람 등 기상 측정 후 바람의 영향을 고려한 최종 비행경로 결정, 이송과 기립 장치 철수 등의 과정을 거친 후에 발사하게 된다.

이틀에 걸친 발사 준비과정에서 여러 가지 비정상 상황이 생길 수 있고,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을 사전에 예측해 대응조치까지 미리 설정돼 있다. 사소하거나 현장에서 조치할 수 있는 비정상 상황은 발사가 다소 지연되더라도 발사체를 발사대에 세워둔 채로 조치하는 발사 연기를 취하게 된다. 발사 연기 시간은 최대 하루 정도다. 그러나 비정상 상황에 대한 분석과 처리에 시간이 많이 소요되거나 발사대 현장에서 조치가 어려운 경우에는 발사 취소를 선언하고 발사체를 조립동으로 다시 이송하게 된다. 이번에 발생한 레벨 센서 이상 문제도 현장에서 조치할 수 없는 상황이라 발사가 취소되고 누리호는 야간에 조립동으로 돌아와야 했다.

누리호 이전에 개발됐던 나로호의 경우 4번의 발사 중단이 있었는데, 이 중 한 번은 발사체가 발사대에서 대기한 발사 연기에 해당해 다음 날 발사를 했었고, 세 번은 발사가 취소돼 조립장으로 돌아와서 수정 조치를 취하고 다시 발사를 준비했었다. 발사 중단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외국의 발사에서도 자주 접하게 되는 일이다.

누리호의 발사를 위해서는 발사안전통제에 참여하는 관련 기관도 11개에 이르고 많은 분이 지원이나 보도를 위해 참여하게 된다. 이 많은 분이 해산했다가 다시 모여야 하는 사실을 생각하면 발사 중단을 결정하는 것은 부담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사소한 결함이라고 무시하고 발사를 강행할 경우, 정말로 큰 안전 문제를 초래할 수도 있으므로 발사를 준비하는 연구진과 관리자들은 철저히 기술적인 판단에 근거해 의사 결정을 하게 된다.

발사를 할 때마다 느끼지만 이번에도 우주의 문을 여는 것이 참 어렵다는 생각을 한다. 하지만 우리의 우주개발 능력은 성장하고 있고, 머지않아 우주 선진국에 합류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고 생각한다. 모두가 우주개발을 응원해 주시고 격려해 주시는 국민 덕분이다.

박정주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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