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 인 (Zoom in) 위기의 지역경제
코로나·전쟁發 글로벌 물류대란…원자재 가격 상승 부추겨
물류 병목 장기화에 화물연대 총 파업까지 '엎친 데 덮친 격'
휘청이는 지역경제 가계·중소기업·소상공인 등 시름 깊어져

대전일보DB

코로나19가 열고 전쟁이 이끈 글로벌 물류대란이 지역 경제 전반을 위협하고 있다. 공급망 차질에 따른 원자재 가격 상승은 생활·밥상물가부터 물류비용까지 전방위로 인상 압력을 가하며 서민가계와 소상공인, 중소기업들의 시름을 키우고 있다. 글로벌 물류 병목현상에 더해 최근 화물연대가 무기한 총파업에 들어가면서 물류대란과 물가인상 압박이 한층 가중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코로나19로 촉발된 물류 지체 현상은 흐름이 개선되기도 전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까지 겹쳐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었다. 러-우 전쟁도 지난 3일을 기점으로 100일을 넘기면서 원유, 국제 곡물 등 주요 원자재들의 공급망 차질과 자재값·물류비 상승 등 악순환이 이어지는 모습이다. 이는 결국 장바구니 물가와 외식물가, 기본 생활용품, 가정의약품 등 국내 물가를 끌어올리는 요인이 되고 있다.

8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1년 전보다 5.4%나 치솟았다. 이는 2008년 5월(5.6%) 이후 13년 9개월 만에 최고치다. 지난해 1월 0.9%에 불과했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년 6개월여 만에 5%대까지 돌파했다. 품목별로 보면 유럽연합(EU)의 러시아산 원유의 부분 금수 조치 등의 영향으로 석유류가 34.8% 뛰었고 국제 곡물값 급등 여파로 축산물 가격이 12.1% 상승했다. 외식물가(7.4%)도 1998년 3월(7.6%) 이후 24년 2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식자재와 외식물가 상승은 소비자뿐 아니라 자영업자들의 부담 또한 가중시키고 있다. 재료비가 인상된 만큼 소비자 가격을 바로 올릴 수 없는 실정이기 때문이다. 대전 서구에서 칼국수 가게를 운영하는 50대 이모 씨는 "코로나19가 극심했을 땐 확산세만 수그러들면 상황이 나아질 줄 알았더만 최근 밀가루 등 각종 재료값이 너무 올라 도통 이익이 나지 않는다"며 "식자재 값 인상분만큼 가격을 고스란히 올리면 손님이 끊길까 싶어 올리지도 못한다"고 토로했다.

원자재 값 인상과 거리두기 해제에 따른 수요 증가 등 대내외적으로 물가 상방 요인이 다분한 만큼 이 같은 고물가 추세는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한국은행 또한 올 7월까지 5%대의 물가 상승세가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승헌 한은 부총재는 지난 3일 물가 상황 점검회의에서 "국제유가와 국제식량가격이 높은 수준을 지속하는 가운데 최근 거리두기 해제 등으로 수요 측 압력이 더욱 커지며 물가상승 확산세가 이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여기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산하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가 전날인 지난 7일부터 무기한 전면 총파업에 돌입, 물류대란과 물가상승 우려는 더 짙어지고 있다. 화물연대는 올해 만료를 앞둔 안전운임 일몰제 폐지와 운송료 인상 등을 주장하고 있다. 화물연대의 파업 규모와 기간이 확대될수록 시멘트·레미콘·건설·유통업계 등 지역 곳곳에서 피해가 커질 수밖에 없는 만큼 관련 업계에선 초긴장 상태다.

대한상공회의소 등 경제 6단체는 최근 공동성명을 통해 "이미 많은 기업이 글로벌 공급망 위기, 원자재 가격 상승, 물류비 인상의 삼중고를 겪고 있고 러-우 사태와 중국 상하이 봉쇄로 수송난은 심화하고 있다"며 "운송차질에 따른 납기지연은 해외 바이어에 대한 계약위반의 원인이 돼 손해배상 외에도 기업들의 대외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문제를 발생시킨다. 기업들의 피해를 산술적으로 추정하기도 어려워질 것"이라며 파업 철회를 촉구한 상태다.

물류·공급망 차질과 원부자재 가격 폭등 등으로 이미 피해를 호소하던 중소기업들은 이번 화물연대 파업으로 인해 악화일로로 치닫는 모습이다. 한국무역협회가 지난 2월 24일부터 이달 3일까지 100일간 국내 574개사 기업을 대상으로 우크라이나 사태 긴급 애로사항을 접수한 결과 총 689건 중 대금결제(346건·50.2%), 물류(223건·32.4%)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물류대란으로 수입·수출이 지연되면서 대금 결제가 원활히 되지 않은 것에 대한 애로로 풀이된다.

정헌민 한국무역협회 대전세종충남기업협의회 회장은 "수출기업 등 지역 중소기업들은 대개 생산해서 대기업에 납품하는 경우가 많기에 원부자재 값이 인상한 만큼 가격을 인상하기 힘들다. 원부자재 값 인상이 이어질수록 어려움에 직면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올해 들어 무역적자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화물연대 총파업까지 맞물리며 지역 중소기업들의 어려움은 더 커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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