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진(2022), 'Deer'
조각으로 다시 태어난 동물 사육사

김우진(2022), 'Deer', 스테인레스에 우레탄도장. 사진=대전신세계갤러리 제공

공업용으로 사용되는 스테인리스 스틸 빔의 직선을 기초로 만들어낸 동물의 형상. 복잡한 곡선을 단순화해 깔끔한 인상을 주는 동시에, 곧게 뻗어나가는 선이 강한 힘을 느끼게 한다. 그 위로 선명한 색상의 우레탄 도장이 더해지면 김우진 작가 특유의 동물 조각이 탄생한다.

흔히 '사슴작가'라 불리지만, 김우진 작가가 만드는 동물은 사슴에 국한되지 않는다. 말, 강아지, 소, 사자 등 다양한 동물이 그의 작업실에서 만들어졌다. 어린 시절 동물사육사를 꿈꿨던 작가는 편의점 등에서 흔히 접하게 되는 플라스틱 의자를 재료로 동물 형상을 만들었고, 독특한 조형성은 미술계에 '김우진'이란 이름을 알렸다. 작업이 지속되면서 플라스틱에서 스테인리스 스틸로 재료가 변화했지만, 기본적인 조형 원리는 변화하지 않았고, 스테인리스 스틸의 정갈한 미감은 오히려 그의 작품이 더욱 많이 이들에게 다가갈 수 있도록 했다. 이제 김우진의 작업은 그가 작업을 시작한 대전을 넘어 전국에서 만날 수 있게 됐다.

2022년, 이번엔 이탈리아에 김우진의 작업이 등장했다. 'Deer'.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스테인리스 스틸로 만든 4m 높이의 사슴 조각이다. 사람 키를 훌쩍 넘는 크기의 동물 형상이 주는 일종의 경이는 산업시대의 부산물이 조각의 재료라는 점과 뒤섞이며 '현대의 신상'과 같은 특별한 느낌을 자아냈고, 이를 세계 미술인들의 축제 '베니스 비엔날레 2022'의 특별전 '퍼스널 스트럭처(personal structure)'에서도 선보이게 된 것이다. 이탈리아 설치를 마치고 돌아온 김우진 작가의 작품은 서울에서 개최 중인 개인전 'SiGNATURE'(띠오, 6.3-6.30)에서도 만날 수 있다. 백지홍 대전신세계갤러리 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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