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대표 성인(聖人) 김대건 신부 유해 분배 대상에 평신도 포함… '원칙상 금지'
교계 "관리 부실" "적법한 사유 있었다면 행위 자체 지적 어려워" 의견 분분

한국인 첫 사제이자 충청지역 대표 성인(聖人)인 김대건 신부의 유해가 개인 단위까지 분배된 것을 두고 교계 내부에서 의견이 분분하다. 공적 경배 대상임에도 교계 차원의 사후 관리가 부실했단 지적과 개인의 윤리 문제에 무게를 둬야 한단 입장이 교차하고 있다.

앞서 지난 3월 온라인 장터에 김대건 신부의 척추뼈를 판매한다는 글이 올라오면서 논란을 빚은 바 있다. 가톨릭 교회법에 따르면 성인·복자의 유해는 매매할 수 없도록 금하고 있기 때문. 이후 서울대교구는 최근 두 달 동안 소속 본당 등 약 150곳을 대상으로 유해 관련 실태 조사를 벌인 것으로 전해졌다.

7일 가톨릭계에 따르면 김 신부 순교 150주년을 맞은 1996년 당시 교계에선 김 신부의 유해 현황을 담은 자료집이 발간됐다. 이 자료집은 당시 교구에서 근무했던 한 신부가 김 신부의 유해 이장·조사·개봉·밀봉 과정 등을 담은 교계 자료와 직·간접 인터뷰 등을 토대로 작성한 것이다.

자료집에 따르면 서울대교구 소속 본당 약 90곳과 수도권 성당, 수녀원, 기념관 등 총 141곳이 김 신부의 유해를 분배받았다. 또, 김 신부의 유해 일부를 보관해 온 한 수녀원에서 1969-1996년 유골을 분배한 기록을 담은 분배일지엔 개인에게 유해를 분배한 경우가 160건이 넘는 것으로 기록돼 있다. 군종 신부 57명과 신부 약 30명, 수녀 45명, 평신도 30여 명이다. 수령자 정보는 당시 소속이 적힌 군종 신부를 제외하면 유해 수령날짜와 분배받은 유해 부위, 수령자의 성(姓)과 세례명 정도로 제한적이다. 때문에 원칙적으로 유해를 분배받을 수 없는 평신도 30여 명이 어떤 이유로 유해를 분배받았는지, 또 이들이 현재도 유해를 보관하고 있는지 실태를 파악하기조차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천주교계 한 관계자는 "김 신부의 유해 분배가 개인단위로도 이뤄졌을 줄은 몰랐다"며 "원칙적으로 신부나 수녀가 아닌 개인이 유해를 분배받을 수 없다는 점에서 (판매자가 유해를 갖게 된) 출처에 대한 의심이 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만, 유해를 개인적으로 소유하는 행위 자체를 금하긴 어려울 수 있단 의견도 나온다. 성인의 유해를 곁에 두고 뜻을 본받으란 의미로 이뤄지는데, 타당한 이유로 분배 명단에 포함되는 경우도 있다는 점에서다.

지역 교계 한 관계자는 "평신도 30명이 유해 분배 명단에 포함된 타당한 이유가 있었을 가능성도 있어 개인 단위 분배 행위 자체에 대한 지적은 어려울 수 있다"며 "개인 소유를 일체 금하고 유리관 등에 보관할 경우 행위의 취지가 가려질 수도 있기 때문에 신중한 검토가 요구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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