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현 충남대 학생
이성현 충남대 학생

'지방대의 위기'는 이미 20년도 더 된 한국 교육계의 고질적 문제로 자리잡은지 오래다. 지방 사립대는 물론이고 부산대, 전남대 등 광역시 소재의 거점국립대조차 과거 1970년대의 화려했던 위상에 비하면 이제는 초라한 수준으로 변모했다. 물론 중앙정부가 지방인구 유출 문제를 수수방관하기만 하였던 것은 아니다. 정부는 이미 지난 1998년부터 수도권에 대한 역차별 논란을 감수하면서까지 공공기관의 지역인재 할당제를 도입하였고 최근에는 한국전력 본사 등 주요 공기업의 본사를 서울에서 비수도권으로 이전한 바 있다.

그러나 정부의 그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서울대를 제외한 거점국립대는 합격선이 점점 낮아지고 있으며 최근에는 일부 대학의 경우 정원이 미달되는 일까지 생겼다. 이는 지금의 정책으로는 지역인재 유출을 막는 것이 부족하며 좀 더 강력한 대책이 필요함을 뜻한다. 그렇다면 지방 국립대의 몰락과 그에 대비되는 서울 소재 사립대학의 위상 상승의 원인은 무엇일까?

물론 그 답은 압도적인 서울의 인프라에 있다. 2020년 문예연감 통계에 의하면 2019년 시·도별 문화예술 활동건수는 17개 시·도중 서울이 13,863건으로 압도적 1위를 기록했으며 이는 비수도권 최대도시인 부산의 4.7배에 이른다. 그렇다면 대구나 광주, 대전 같은 다른 비수도권 대도시들의 인프라는 서울과 비교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한 일임이 분명하다. 따라서 비수도권의 대도시를 서울 수준으로 발전시키는 것으로 지방 소재 대학들의 수준을 높이겠다는 발상은 지극히 비현실적이다.

그러나 지방 소재의 국립대학이라고 해서 모두 몰락의 길을 걷는 것 만은 아니다. 필자가 재학 중인 충남대학교의 바로 옆에 위치한 대전의 KAIST나 청주의 한국교원대학교, 창원의 해군사관학교 등 비수도권에 위치해 있지만 그와 별개로 거의 모든 서울 소재 사립대학보다 높은 평가를 유지하고 있는 대학들도 있다. 이 대학들의 설립목적과 학풍은 서로 다르지만 모두 종합대학이 아닌 특수한 목적을 이루기 위해 설치된 특수대학이라는 점에서는 그 궤를 같이한다. 이는 지방 소재 대학이라 해도 전문화, 특성화 사업을 통해 그 분야에서 최고의 성과를 낼 수 있게 한다면 대학 평판이 올라갈 수 있음을 시사한다.

따라서 필자가 제안하는 지방 소재 국립대의 현실적 회생방안은 10개의 거점국립대를 중심으로 전국의 국립대를 통합시켜 각 국립대학에는 1~2개의 단과대학만 남겨두는 것이다. 물론 그 단과대학의 규모는대학마다 최소한 1만명은 될 것이다. 예를 들어 서울대학교에는 인문대학만, 강원대학교에는 간호대학만 남겨두는 식이다. 그렇게 통합이 완료되면 대학 이름은 한국대학교(Korea National University | KNU)로 하고 각 캠퍼스 이름은 한국대학교[캠퍼스가 있는 도시의 이름]캠퍼스로 하면 적당할 것이다. 예를 들어 서울에 있는 서울대학교는 한국대학교 서울캠퍼스, 대전에 있는 충남대학교는 한국대학교 대전캠퍼스로 부르는 식이다.

그런데 국립대가 통합된다 해도 여전히 각종 인프라가 몰려있는 수도권 내지는 지방 광역시 소재의 국립대에 진학하려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이 문제는 의과대학이나 공과대학처럼 인기가 높은 단과대학은 강원대학교처럼 비수도권의 일반 시·군 지역에 소재한 대학에 설치하고 인문대학처럼 선호도가 낮은 단과대학은 서울대학교나 부산대학교처럼 수도권이나 비수도권 광역시에 있는 대학에 설치하는 것으로 어느 정도 해소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혹자는 단과대학의 물리적 거리를 늘리는 국립대학의 특성화 방안이 융합형 인재 양성을 방해하는 것이라고 비판할 것이다. 필자는 그러한 비판을 다시 반박하겠다. 우선 국립 종합대학이 단과대학으로 변화해도 다른 단과대학의 전공수업은 학점교류를 통해 충분히 이수 가능하다. 또한 각 캠퍼스 내에서 다양한 교양프로그램을 개설하는 것으로 타 학교를 찾지 않아도 교양수업을 들을 수 있도록 조치하면 된다.
 

이성현 충남대 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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