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5 총선 이후 무려 13석 감소
민심 제대로 못 읽어 대선 패배
정신 퍼뜩 회초리 누가 맞을지

은현탁 논설실장
은현탁 논설실장

더불어민주당의 의석수가 또 하나 줄었다. 충남 천안 출신의 박완주 의원이 엊그제 성 비위 의혹으로 제명되면서 167석으로 감소했다. 민주당과 그 위성정당은 지난 2020년 21대 총선에서 국회 의석 300석 중 180석을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그랬던 의석수는 2년 1개월 만에 무려 13석이나 감소했다. 총선에서 압승한 이후 겸손하지 못하고 오만을 떨었던 결과가 아닐 수 없다.

민주당의 의석 변화를 살펴보면 거대 야당의 민낯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공직선거법 위반에서부터 부동산 투기 의혹, 횡령·배임, 위장 탈당, 성 비위 혐의 등 대부분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의석이 사라졌다. 거대 의석의 힘만 믿고 스스로 자정기능을 상실한 것은 아닌지 돌아보게 한다. 의석 한 석이 줄어들 때마다 자성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위기만 넘기고 보자는 식의 일회성 반성에 그치고 말았다.

민주당은 2020년 4·15 총선 직후 기본소득당과 시대전환이 떨어져 나가면서 178석으로 출발하게 된다. 민주당과 위성 정당은 그 해 양정숙 의원을 부동산 실명제 위반으로, 김홍걸 의원을 재산 축소 의혹으로 각각 제명했고, 횡령·배임 혐의로 구속된 이스타항공 창업주 이상직 의원에 대해서는 자진 탈당으로 마무리 지었다.

그때마다 국민 앞에 고개를 숙였지만 오래가지 않았다. 의석수는 지난해 LH 사태 이후에는 172석으로 감소하게 된다. 국민권익위 보고서를 토대로 의원 12명에게 탈당을 권유했지만 결과적으로 양이원영·윤미향 의원을 출당 조치하는 선에서 끝냈다. 그 해 8월과 9월에는 정정순 의원과 이규민 의원이 각각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당선 무효형이 확정되기도 했다. 올 1월 열린민주당과 합당하면서 3석을 확보해 172석을 유지했지만 이후 또다시 5석이 줄어들게 된다.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의 국회 법사위원회 통과를 위한 민형배 의원의 '위장 탈당'은 압권이다. 6·1 지방선거를 앞두고 송영길·이광재·오영훈 의원이 차출 되면서 168석으로 감소했고, 이번에는 박완주 의원의 제명으로 167석으로 쪼그라들었다.

이런 의석 변화에도 민주당은 철저하게 무감각하다. 탈당 의원들도 무소속으로 옷만 갈아입었을 뿐이다. 여전히 민주당 의원들과 다를 바 없는 의정활동을 하고 있다. 범 민주당의 의석은 2년 전이나 지금이나 180석에 육박하고 있다. 말 그대로 천하무적이다. 본의회에 상정하는 법안과 예산안의 단독 처리가 얼마든지 가능한 의석이다. 몽니를 부리면 집권 여당도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게 된다. 굳이 변한 것이 있다면 대선 이후 공룡 여당이 공룡 야당으로 바뀌었을 뿐이다.

경험칙으로 볼 때 거대 정당의 횡포는 반드시 국민들의 심판을 받게 돼 있다. 민주당은 대선 전초전으로 불리던 4·7 보선에서 압도적인 표 차이로 서울시장과 부산시장 자리를 내주고 참패했다. 당시 민심의 회초리 운운하며 변화와 쇄신을 약속했지만 이런 다짐은 오래가지 못했다. 아니나 다를까 지난 대선에서도 0.73% p 차이로 패배하고 말았다. 민심을 제대로 읽지 못하고 내로남불 식 구태를 반복한 결과가 아닐 수 없다.

민주당은 대선 이후에도 민심과는 거리가 먼 꼼수와 반칙을 동원해 검수완박 법안을 통과시켰다. 새 정부 들어서도 거대 의석을 앞세워 총리 인준에서부터 후반기 원(院) 구성까지 사사건건 발목을 잡고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윤호중 비대위원장은 "새 정부의 정신을 퍼뜩 들게 하는 큰 회초리를 들어야 된다"고 강변하고 있다. 내 눈의 들보는 안 보고 남의 눈의 티끌만 따지는 격이다. 6·1 지방선거가 코앞에 다가왔다. 회초리를 맞아야 하는 쪽이 어딘지 곧 판가름이 나게 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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