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상가공실 문제 악순환…용도규제·과잉공급 등 요인
인구 증가·지구단위계획 변경·공급조절 등 정책 마련 필요

세종시 출범과 함께 높은 상가공실률이 고질병으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상가공실 문제는 상권침체와 지역경제 악화 등 각종 부작용으로 이어지면서 대책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지난 1일 세종시 보람동에 위치한 한 상가에 임대 현수막이 붙어 있다. 정민지 기자

세종시의 상가공실 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시 출범과 함께 고질병으로 자리잡은 높은 상가공실률은 단순한 미관 문제를 넘어 상권침체와 지역경제 악화 등 각종 부작용을 낳고 있다. 자연스러운 성장을 뒤로하고 철저한 계획 아래 형성되는 신도시 특성상 그 도시가 자족기능을 확충할 때까지 공실은 뗄 수 없는 문제일 수 있다. 그럼에도 세종시는 지구단위계획상 엄격한 용도규제, 상가 과잉공급, 고분양가와 고임대료, 인구 증가세 둔화 등이 맞물리면서 상가공실률을 더 밀어올리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2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 1분기 기준 세종지역 상가공실률은 전국 최상위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일반 3층 이상이거나 연면적 330㎡를 초과하는 중대형 상가의 경우 공실률이 20.3%에 이른다. 이는 전국 평균(13.2%)을 훨씬 상회하는 것은 물론 전국 17개 광역시·도 중 울산(21.2%)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일반 2층 이하·연면적 330㎡ 이하인 소규모 상가 공실률은 12.2%로 전국 1위다. 전국 평균(6.4%)과 견줘 두 배 가까이 높은 수준인 한편 대부분 한 자릿 수 공실률을 보이는 타 시·도와 비교해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이 같은 높은 공실률은 임대가격을 하락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세종시는 상업용지의 공급과잉과 높은 분양가를 보인 집합상가를 중심으로 장기 공실 해소를 위해 임대료가 하향 조정되면서 소규모를 제외한 모든 상가 유형에서 전기대비 임대가격지수가 하락했다. 특히 집합상가는 세종정부청사 인근과 나성·한솔동에서 대형 상가의 경영악화, 고분양가 등으로 장기공실이 늘면서 전분기 대비 0.51%나 하락하는 결과가 나타났다. 전국 평균(-0.14%)을 비롯해 인근 대전(-0.02%)·충남(-0.15%)·충북(-0.10%)과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공실 문제는 또 상가 수익률 저조로 이어지고 있다. 세종지역 집합상가 투자수익률은 전국 최하위 수준이다. 세종지역 집합상가 소득수익률은 0.74%, 자본수익률은 -0.16%를 나타내면서 전체 투자수익률은 0.58%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전국 평균 소득수익률·자본수익률은 각각 1.02%, 0.53%, 평균 투자수익률은 1.55%를 보였다. 소득수익률은 3개월간의 임대 이익 등을, 자본수익률은 자산가치의 변동을 나타내는 지표다. 투자수익률은 3개월간의 부동산 보유에 따른 투자성과를 나타낸다.

세종시 상가공실 발생 요인은 크게 인구 증가세 둔화와 과잉 공급 등을 꼽을 수 있다. 박유석 대전과학기술대 금융부동산행정과 교수는 "계획단계에서부터 상가 공급에 대한 부분을 과하게 잡은 측면이 있었던 것 같다"며 "기본적으로 상가가 잘 되려면 인구가 어느 정도 확보돼야 하는데 50만 명이라는 인구 계획 수준도 높았던 것 같고 초반에 상가 분양가와 임대료가 비싸게 책정되면서 감당이 안 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상가공실률을 낮추기 위해선 공급조절과 상업용지 공급방식, 용도규제 완화, 상업용지 비율조정 등의 정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온다. 한국부동산원이 지난달 발행한 '상가 공실요인 및 정책방안' 리포트에 따르면 음식업 구성비율이 높은 상가일수록 공실이 많고 여기에 상권 내 집합상가 비율이 높을수록, 상가가 과다 공급될수록, 지구단위계획의 용도규제가 강할수록, 신축 건물일수록, 건물 내 상가비율이 낮을수록, 접면도로의 폭이 좁을수록 상가공실률이 높아지는 경향을 보였다.

신도시의 상업용지 비율은 지속적으로 축소되고 있으나 집합상가를 중심으로 개발돼 이해관계자가 다양하고 많아져 공실문제가 지역현안으로 확대되고 있다고 한국부동산원 측은 설명했다. 또 지구단위계획의 엄격한 용도규제는 구역별·층별 상가이용의 부작용을 발생시키며 일부 공실 문제를 야기한다는 분석이다. 세종시 보람동 금강변의 경우 실질적으로 음식점만 허용되고 있어 공실율이 높은 것으로 판단됐다.

때문에 신도시·택지개발 시 상권의 배후지·업종구성 등을 고려한 개발이 필요하며 상권 가로환경을 녹지, 공원, 광장 등 보행 친화적 환경으로 조성·개발해야 한다는 게 한국부동산원 측의 결론이다. 택지개발지구 계획 시 지구단위계획 중 용도 관련 규정으로 인한 상가공실 등의 부작용 등을 고려해 완화된 계획수립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외에도 대규모 공동주택 부지에도 상업시설의 용적률 또는 면적 규제에 대해 검토하는 한편 상업용지 비율을 조정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세종시에서도 지역 대표 현안으로 꼽히는 상가공실 문제를 해결하고자 관련 TF(태스크포스)를 구성하는 등 대응책을 모색 중이다. 지난해 12월 30일 공영주차장 주차권 통일화 검토, 공영주차장 1시간 무료운영 연장 검토, 지역상권 활성화 추진과제 현황 보고 등이 논의된 상가활성화 확대 TF 13차 회의에 이어 올해도 시·시의회·유관기관·민관그룹·전문가그룹 등 모두 22명으로 구성된 TF가 분기별 1회 정기회의와 수시 임시회의를 개최 중이다.

다만 현실적으로 인구 수 증가 외에는 마땅한 해결책이 없다는 전망도 나온다. 박 교수는 "지구단위계획 변경을 통해 다른 용도로 변경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상가공실을 줄이는 데 일조할 순 있겠지만 인구가 느는 것밖엔 방법이 없는 등 어느 정도 한계가 있어 보인다"며 "해결을 위해 시에서도 노력을 하고 있지만 보조금을 지급하는 방식으론 해결될 문제가 아닌 만큼 조금 심각하게 다뤄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1일 세종시 대평동에 위치한 한 상가에 붙어 있는 임대 안내문. 정민지 기자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