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병익 솔브릿지국제경영대학 교수 겸 네모파트너즈 디자인사이트 대표
정병익 솔브릿지국제경영대학 교수 겸 네모파트너즈 디자인사이트 대표
디자인 씽킹은 고객과의 공감에서 출발해 기존의 수렴적 사고방식에서 벗어나 수렴과 분산을 거듭하며 귀추법과 HMW (How Might We?: 우리라면 어떻게 했을까?) 등을 활용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여기에서 제일 중요한 포인트는 `고객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날 문제`가 진정 무엇인지를 공감하려는 자세이다. 기존 우리 사회를 지배한 로지컬 씽킹은 사실 문제가 고객 혹은 시장으로부터 제시된다. 그렇게 주어진 문제를 최대한 논리적으로, 그리고 효율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우수한 문제해결역량의 척도였다. 반면, 디자인 씽킹에서는 문제가 하늘에서 뚝 떨어지지 않는다. 문제가 무엇인지부터 `어둠 속에서 바늘 찾는` 자세로 임해야 하는 것이 디자인 씽킹이다.

그렇다면, 디자인 씽킹의 관점에서 `진짜 문제`를 어떻게 발견할까? 고객이 간지러워하는 문제를 발굴하려면, 딱히 대단한 방법은 없다. 고객이 왜 불편해하는지, 뭐가 문제인지를 이해하려면 고객의 삶 속에 풍덩 뛰어들어야 한다. 그리고 며칠이고, 몇 달이고 고객과 함께 뒤엉켜 살아보면서 그들의 삶을 이해해야 한다. 그렇게 해야 `진짜 문제`를 마주할 수 있고, 세상을 조금이라도 더 한 걸음 진보하게 하는 혁신의 순간을 마주할 수 있다.

디자이너 패트리샤 무어는 노인들을 위한 냉장고 손잡이를 개발하기 위해 고객 현장을 방문했다. 한때 무어는 디자인 회사의 신입 디자이너였다. 어느 날 새로운 냉장고 디자인을 논의하는 미팅에서 그녀는 "관절염을 앓거나 손힘이 약한 노인들도 쉽게 열 수 있는 냉장고 손잡이를 개발하는 것은 어떨까요?"라는 엉뚱한 제안을 했다. 하지만 돌아온 것은 "우리는 그러한 사람들을 위해 디자인하지 않아."라는 선배의 냉소적 반응이었다. 패트리샤는 고민 끝에 `그러한 사람이 직접 되어보기로 결심했다. 노인들처럼 흰머리 가발을 쓰고, 지팡이를 사용했으며, 제대로 걷지 못하기 위해서 사이즈가 작은 신발을 신었고, 무릎까지 덮는 스타킹 안에는 솜과 휴지를 채워 부은 듯한 다리를 연출했다. 더 나아가, 깨지고 뿌연 안경을 써서 잘 안 보이게 했고, 귀에는 솜을 넣어 잘 안 들리게 했다. 그렇게 3년간 노인들이 자주 가는 공원으로 출근했다. 그러고 나서, 결국 남녀노소 누구나 손쉽게 사용할 수 있는 `옥소`라는 주방용품을 개발했는데 이는 유니버설 디자인의 대표적 제품으로 칭송받는다.

또 다른 사례를 보자. 스탠포드의 대학원생으로 구성된 한 팀은 개발 도상국의 고객들을 위한 인큐베이터를 개발하는 프로젝트에 투입되었다. 이 팀은 어느 날, 개발도상국의 한 마을을 방문하게 되는데 이곳은 병원과 너무나도 먼 거리에 위치한 외딴 마을이었다. 스탠포드 학생들은 이곳에서 약 석 달 간 산모들과 함께 지내기로 결심했다. 몇몇 산모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기존에는 생각지 못했던 획기적인 제품을 고안하게 된다. 이러한 경험은 `The Embrace Warmer`라는 제품으로 탄생됐는데, 이 제품은 전기가 필요없는 소형 배낭과 같은 모양을 갖췄고 인큐베이터의 핵심 기능인 보온 기능에 초점을 맞췄다. 전기 시설이 충분하지 않고 병원으로부터 수 천㎞ 떨어진 수많은 미숙아들의 생명을 구한 위대한 발명품이 되었다.

`거기 가봤나?`

롯데 그룹의 신격호 명예회장이 평소 임직원들에게 많이 던졌던 질문인데 현장을 중시하는 경영과 부지런함을 함축적으로 보여준다. 로지컬 씽킹에 익숙한 직장인들은 때로는 고객이 누군지도 모르고, 현장을 방문하지도 않고 10페이지를 보고서를 그럴싸하게 써 내려가는 기술이 있다. 쉬운 문제는 그렇게 해결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디자인씽킹을 적용할 만큼 어려운 문제라면, 결코 책상에 가만히 앉아서 고객을 상상하면 안 된다. 고객이 눈으로 무엇을 보고, 귀로 무엇을 듣고, 입으로 무엇을 말하고, 손으로 무엇을 만지고, 온몸으로 무엇을 경험하는지 관찰해야 한다.

`현문현답`

현장에 질문이 있고, 그리고 현장에 답이 있다. 답을 구하려면 질문을 해야 하고 질문을 구하려면 현장에, 고객의 곁으로 다가가야 한다.

정병익 솔브릿지국제경영대학 교수 겸 네모파트너즈 디자인사이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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