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면, 디자인 씽킹의 관점에서 `진짜 문제`를 어떻게 발견할까? 고객이 간지러워하는 문제를 발굴하려면, 딱히 대단한 방법은 없다. 고객이 왜 불편해하는지, 뭐가 문제인지를 이해하려면 고객의 삶 속에 풍덩 뛰어들어야 한다. 그리고 며칠이고, 몇 달이고 고객과 함께 뒤엉켜 살아보면서 그들의 삶을 이해해야 한다. 그렇게 해야 `진짜 문제`를 마주할 수 있고, 세상을 조금이라도 더 한 걸음 진보하게 하는 혁신의 순간을 마주할 수 있다.
디자이너 패트리샤 무어는 노인들을 위한 냉장고 손잡이를 개발하기 위해 고객 현장을 방문했다. 한때 무어는 디자인 회사의 신입 디자이너였다. 어느 날 새로운 냉장고 디자인을 논의하는 미팅에서 그녀는 "관절염을 앓거나 손힘이 약한 노인들도 쉽게 열 수 있는 냉장고 손잡이를 개발하는 것은 어떨까요?"라는 엉뚱한 제안을 했다. 하지만 돌아온 것은 "우리는 그러한 사람들을 위해 디자인하지 않아."라는 선배의 냉소적 반응이었다. 패트리샤는 고민 끝에 `그러한 사람이 직접 되어보기로 결심했다. 노인들처럼 흰머리 가발을 쓰고, 지팡이를 사용했으며, 제대로 걷지 못하기 위해서 사이즈가 작은 신발을 신었고, 무릎까지 덮는 스타킹 안에는 솜과 휴지를 채워 부은 듯한 다리를 연출했다. 더 나아가, 깨지고 뿌연 안경을 써서 잘 안 보이게 했고, 귀에는 솜을 넣어 잘 안 들리게 했다. 그렇게 3년간 노인들이 자주 가는 공원으로 출근했다. 그러고 나서, 결국 남녀노소 누구나 손쉽게 사용할 수 있는 `옥소`라는 주방용품을 개발했는데 이는 유니버설 디자인의 대표적 제품으로 칭송받는다.
또 다른 사례를 보자. 스탠포드의 대학원생으로 구성된 한 팀은 개발 도상국의 고객들을 위한 인큐베이터를 개발하는 프로젝트에 투입되었다. 이 팀은 어느 날, 개발도상국의 한 마을을 방문하게 되는데 이곳은 병원과 너무나도 먼 거리에 위치한 외딴 마을이었다. 스탠포드 학생들은 이곳에서 약 석 달 간 산모들과 함께 지내기로 결심했다. 몇몇 산모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기존에는 생각지 못했던 획기적인 제품을 고안하게 된다. 이러한 경험은 `The Embrace Warmer`라는 제품으로 탄생됐는데, 이 제품은 전기가 필요없는 소형 배낭과 같은 모양을 갖췄고 인큐베이터의 핵심 기능인 보온 기능에 초점을 맞췄다. 전기 시설이 충분하지 않고 병원으로부터 수 천㎞ 떨어진 수많은 미숙아들의 생명을 구한 위대한 발명품이 되었다.
`거기 가봤나?`
롯데 그룹의 신격호 명예회장이 평소 임직원들에게 많이 던졌던 질문인데 현장을 중시하는 경영과 부지런함을 함축적으로 보여준다. 로지컬 씽킹에 익숙한 직장인들은 때로는 고객이 누군지도 모르고, 현장을 방문하지도 않고 10페이지를 보고서를 그럴싸하게 써 내려가는 기술이 있다. 쉬운 문제는 그렇게 해결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디자인씽킹을 적용할 만큼 어려운 문제라면, 결코 책상에 가만히 앉아서 고객을 상상하면 안 된다. 고객이 눈으로 무엇을 보고, 귀로 무엇을 듣고, 입으로 무엇을 말하고, 손으로 무엇을 만지고, 온몸으로 무엇을 경험하는지 관찰해야 한다.
`현문현답`
현장에 질문이 있고, 그리고 현장에 답이 있다. 답을 구하려면 질문을 해야 하고 질문을 구하려면 현장에, 고객의 곁으로 다가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