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년 지방은행 공백
1997년 IMF 사태 후 충청은행, 충북은행 퇴출
소득역외유출율 충남(20%)·충북(18%) 전국 1·2위
충청권 4개 시·도지사, 시·도의회 의장 의기투합

통계청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전국 17개 시도 GRDP의 역외유출율은 충남이 114조 중 23조 원(20.2%)으로 전국 1위다. 충북은 71조 중 12조 8000억 원(18%)으로 2위를 차지하고 있다. 사잔=충남도 제공
통계청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전국 17개 시도 GRDP의 역외유출율은 충남이 114조 중 23조 원(20.2%)으로 전국 1위다. 충북은 71조 중 12조 8000억 원(18%)으로 2위를 차지하고 있다. 사잔=충남도 제공
1997년 국제통화금융(IMF) 사태를 겪으면서 우리 사회 전반에 큰 변화가 나타났다. 금융권도 그 중 하나다. 당시 충남과 충북을 기반으로 한 충청은행과 충북은행은 금융구조조정으로 퇴출 수순을 밟았다. 그 후로 24년이 흐르면서 지방은행 공백이 커져갔다. 충청권은 지방은행 부재에 따라 지역 금융경제 낙후, 지역 자금 역외유출, 금융의 수도권 집중에 따른 금융 양극화 심화 등 부작용이 상당하다. 충청권 지방은행이 필요한 이유다. 시중 대형은행의 공격적 마케팅과 인터넷 은행의 성장 등으로 지방은행이 설 자리가 줄어드는 현실적인 문제가 있기는 하지만 충청권 4개 시·도가 충청권 지방은행을 살리자는 데 의기투합을 했다. 충청권 지방은행이 설립될 경우 3조 5000억 원의 생산유발효과와 2조 원의 부가가치, 2086명의 고용창출 등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550만 충청인들의 금융자치의 시작인 충청권 지방은행을 들여다본다.

◇역사 속 충청은행=지방은행은 1967년 박정희 대통령의 지시로 정부의 `1도 1은행` 정책에 따라 서울이 아닌 각 지역을 영업구역으로 설립됐다. 충청권은 충남을 영업구역으로 하는 충청은행이 1968년, 충북을 무대로 한 충북은행이 1971년 각각 들어섰다. 충청은행은 한때 총자산액은 4조 8893억 원, 자본금 1185억 원, 예수금 2조 2929억 원, 총대출금 1조 8686억 원, 종업원 1765명 규모였다. 대전·충남에 70여개 지점과 112개 점포가 있었다. 충북은행도 총자산 2조 7164억 원, 자본금 1135억 원, 예수금 1조 1524억 원, 총대출금 8745억 원, 종업원 1038명이 근무했다. 충북일대 29개 지점, 7개 출장소 등 36개 영업망을 보유했다. 그러나 충청권 두 은행은 IMF를 피하지 못했다. 금융구조조정으로 충청은행은 1998년 하나은행에, 충북은행은 1999년 조흥은행에 합병됐다. 당시 강원은행과 경기은행도 1998년 조흥은행, 1999년 한미은행에 흡수·합병됐다. 살아남은 지방은행은 부산은행, 대구은행, 경남은행, 광주은행, 전북은행, 제주은행 등 6곳이다. 충청권과 강원도, 경기도만 현재 지방은행이 없다.

◇소득역외유출 1·2위 충남과 충북=충청권 지방은행이 IMF 때 퇴출되면서 24년 간 충청권은 거점 은행 부재로 남아 있다. 지역내총생산(GRDP)의 역외 소득유출은 지역에서 분배될 수 있는 소득의 크기를 감소시켜 생산, 분배, 지출, 생산으로 이어지는 지역경제 선순환 구조를 방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전국 17개 시도 GRDP의 역외유출율은 충남이 114조 중 23조 원(20.2%)으로 전국 1위다. 충북은 71조 중 12조 8000억 원(18%)으로 2위다. 충남과 충북의 역외유출액을 합치면 35조 8000억 원이다. 피해는 고스란히 지역민들에게 돌아간다. 타 지역에 비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은 대출금액이 낮거나 높은 이자율을 치르는 실정이다. 지방은행 소재 6개 지역 1인당 기업대출금액은 부산·대구 2.77억 원, 경남·광주 2.03억 원, 제주 1.98억 원, 전북 1.7억 원에 이어 충남은 1.69억 원에 그치고 있다. 반면 중소기업대출 평균 이자율은 광주·전남 3.19%. 대구·경북 3.04%, 경남 2.91% 등에 반해 대전·충남이 3.29%로 높다.

◇고개 든 충청권은행 설립= 충청권 지방은행 설립에 대해 대전, 세종, 충남·북 등 4개 시도민들의 생각은 어떨까. 충청권 4개 시도가 두 차례에 걸쳐 설문조사를 한 가운데 지방은행이 필요하다는 응답이 상당했다. 지난해 6월 4개 시도 만 19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한 1차 설문에서 58.4%가, 12월 2차 설문에서 63.9%가 충청권 지방은행 설립에 무게를 실었다. 2012년 충청권 지방은행 논의가 있었지만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고, 무산됐다. 이후 잠잠하던 충청권 지방은행은 4개 시·도지사 간담회, 실무협의 등을 거쳐 지난해 12월 내포신도시 충남도서관에서 허태정 대전시장, 이춘희 세종시장, 양승조 충남지사, 이시종 충북지사가 `충청권 지방은행 설립 공동추진 협약`을 체결하면서 가시화 됐다. 같은 달 충남도의회에서도 대전시의회 권중순 의장, 세종시의회 이태환 의장, 충남도의회 김명선 의장, 충북도의회 박문희 의장도 `충청권 지방은행 설립 추진을 위한 충청권 시·도의회 공동협약`을 체결, 힘을 실었다. 충남도는 지난 3월 25일 도청문예회관서 `충청권 지방은행 설립 충남 범도민추진단 발족식`을 했다. 범도민추진단은 도내 경제인단체와 시민사회단체 대표, 대학 총장, 유관 기관·단체 대표, 시군 단위 대표 등 680명과 국회의원, 전·현직 금융인 등 20명의 자문단으로 참여한다. 충청권 지방은행 설립 때까지 대전·세종·충북추진단과 연합해 각계각층 역량 결집, 투자자 발굴 및 출자자 모집, 설립 인가 촉구, 지역 여론 형성 등의 활동을 펴게 된다. 100만인 서명 운동도 벌인다. 양 지사는 "지역의 부 유출 최소화와 금융 양극화 해소를 위해 충청권 지방은행 설립이 절실하다"며 "도민들이 충청은행 설립에 무쇠를 녹이는 열기와 태산을 무너뜨리는 의지를 표출해 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은행 설립 요건=은행법상 지방은행을 설립하려면 최소자본금(250억 원), 주주의 다양성(동일인 지분보유한도 15%), 주주구성(산업자본의 지분보유한도 15%), 자금조달방안의 적정성, 주주의 책임성, 공공성(사업계획의 타당성과 건전성), 도덕성, 영업능력 등 7가지 요건을 100% 충족해야 한다. 홍문표 국회의원은 최근 지방은행 설립의 핵심인 자본금 마련에 대한 지자체 출자 한도를 푸는 은행법 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은 정부 또는 예금보험공사처럼 지자체도 은행의 주식 보유 한도 규정을 예외 하도록 하는 것이 주요 골자다. 현행 은행법상 전체 금액의 15%만 출자할 수 있도록 제한, 지자체가 더 많은 자본금을 출자하고 싶어도 출자할 수 없는 구조를 허물겠다는 것.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충청권 지방은행 설립에 한층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홍 의원은 "550만 충청도민들을 대표할 만한 은행하나 없다는 현실이 참담하다"며 "조속히 법안을 통과시켜 윤석열 정부에서 반드시 충청권 지방은행이 설립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충청권 지방은행=충청권 지방은행 설립 추진 연구단은 충청권 은행의 자본금을 3000억-7000억 원, 점포수는 본점(영업부 포함)과 지점 10-30개 정도가 적당하다는 보고서를 냈다. 여기에 인터넷(플랫폼)기반 영업을 더하는 복합형태가 유력하게 떠오른다. 문제는 자본금이다. 이 자본을 어떻게 모집하느냐가 관건이다. 충남도는 지난해 21개 금융사와 국내기업 등 출자자 투자 의향을 타진했다. 또, 금융위원회를 찾아 충청권 지방은행 설립의 협조를 당부했다. 양승조 지사는 지난 6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사무실에서 열린 윤석열 당선인과 시도지사 간담회에서 `충청권 지방은행 설립 지원`을 공식 건의했다. 2023년 금융위원회에 `충청권 지방은행 설립 인가서`가 제출된다. 충남도 관계자는 "금융위원회를 찾아 충청권 지방은행 설립에 대해 당위성을 설명하고, 긍정적인 검토를 건의했다"며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도 대전에서 선거 유세시 지방은행에 대해 언급을 한 만큼 이제부터는 충청권 시·도민들의 단합된 목소리가 중요하다"고 밝혔다.

타 지역에 비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은 대출금액이 낮거나 높은 이자율을 치르는 실정이다. 사진=충남도 제공
타 지역에 비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은 대출금액이 낮거나 높은 이자율을 치르는 실정이다. 사진=충남도 제공
3월 25일 충남도청문예회관에서 `충청권 지방은행 설립 충남 범도민추진단 발족식`이 열린 가운데 참석자들이 충청권 지방은행 설립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박계교 기자
3월 25일 충남도청문예회관에서 `충청권 지방은행 설립 충남 범도민추진단 발족식`이 열린 가운데 참석자들이 충청권 지방은행 설립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박계교 기자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