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산바치의 진솔한 식물 사랑으로 봄기운 만끽
부여 역사·문화자산 정보까지 담겨 '일석이조'
정원도시 부여의 마을 동산바치 이야기(김인수·김혜경 지음 / 목수책방 / 312쪽 / 2만 5000원)

최근 생활 속 정원을 향한 관심이 뜨겁다. 국가·지방정원 조성에 많은 예산을 투입하고 있고, 정원이 아름다운 상업공간들의 인기 또한 높아지고 있다. 기후변화 위기에 따른 생태·환경에 대한 관심과 팬데믹 영향으로 식물과 자연에 대한 관심도 증가했다. 그리고 이들은 직접 크고 작은 정원을 만들어가기 시작했다.

저자는 보통 사람들이 가꾸며 즐기는 정원 이야기를 찾아 방방곡곡 나선다. 그 중에서도 충남 부여를 택한 이유는 우리나라 최초의 인공정원 `궁남지`를 품고 있기 때문이다. 궁남지는 경주 동궁 월지, 일본의 평성궁 동원에도 영향을 미치며 우리나라는 물론 일본 정원문화 정착·확산의 기원으로 여겨지는 곳이다. 또, 백제에서 건너간 `노자공 지기마려`는 우리나라 최초의 조경가로 추정되는 사람이다.

저자는 마을 동산바치들과의 대화를 통해 알아낸 부여의 생태적 가치를 이 책에 담았다. 동산바치는 정원을 가꾸는 사람을 뜻하는 순우리말이다. 전문가 못지 않은 솜씨로 정원을 만들어 나가는 이들은 식물 가꾸기가 한 개인의 삶을 넘어 어떻게 마을 공동체에도 영향을 미치는지 여과 없이 보여준다. 또, 이미 유명 관광지를 여러 군데 끼고 있는 곳이지만 마을 곳곳에서 생겨나는 소시민들의 생활밀착형 정원과 마을 가꾸기 활동 역시 부여만의 훌륭한 생태관광자원으로 발전시킬 수 있다고 말한다.

우리가 잘 모르고 있었던 부여의 소중한 녹색 자산인 마을 동산바치들의 정원과 그 정원을 정성스럽게 가꾸는 이들이 이 책의 주인공이다. 저마다의 애정을 갖고 만든, 자신만의 개성과 이야기가 살아 있는 정원은 자신의 집 마당을 넘어 식물로 마을 공동체를 잇는다. 노자공 지기마려의 후손들이 만들어 가는, `정원도시 부여`를 부여답게 만들어 주는 21개의 `살아 있는` 정원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부여가 자랑하는 소중한 생태·문화자산 정보도 포함돼 있어 `정원과 자연`을 테마로 한 부여 여행 안내서로도 손색 없다.

정원문화가 오래 지속되고 의미 있는 문화로 자리 잡으려면 생명 사랑을 실천하는 `지속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식물과 자연을 마주하는 사람들의 마음, 그리고 식물을 매개로 이어지는 사람과 마을 이야기가 담겨 있다는 점에서 더 특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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