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내 괴롭힘. 그래픽=연합뉴스
직장 내 괴롭힘. 그래픽=연합뉴스

“평소 친구는 조직 내에서 어리다는 이유로 무시를 당했다. 혼자만 행정직 공무원으로 나머지 사람들이 협조를 해주지 않았고, 인사를 해도 안 받는 등 직원 취급을 하지 않았다. 업무를 물어도 혼자 알아보고 해결하라는 답만 듣는 등 사람 때문에 많이 힘들어했다. 정말 직장 내 괴롭힘이나 따돌림은 없었는지, 1시간 일찍 출근해서 물 떠놓고 커피를 타오라는 말이 부당 업무 지시가 아닌 지 의문이 든다.”

지난해 공무원 시험에 합격한 후 임용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극단적 선택을 한 '대전시 9급 공무원'의 지인이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린 글이 큰 파장을 일으켰다.

이 사건이 언론에 집중 조명되고 사회 이슈화되자 문 대통령까지 나서 “직장 내 괴롭힘은 공공과 민간 간 차이를 둘 수 없는 인권 문제”라며 “공무원 직장 내 괴롭힘과 관련 구체적 규정과 업무상 재해 인정 부분에 대해 제도를 개선하라”고 지시했다. 이후 인사혁신처는 지난해 12월 ‘공무원 재해보상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앞으로 직장 내 괴롭힘 등으로 인한 공무원의 부상, 질병, 사망도 법적으로 보상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지난 15일 국무회의에서 직장 내 괴롭힘 등으로 인한 공무상 질병 보상 근거를 규정한 ‘공무원 재해보상법’ 개정안이 의결됐다.

#공무상 질병 보상 규정 ‘공무원 재해보상법 개정안’국무회의 의결
이번 개정안은 그동안 직장내 괴롭힘 등에 대해 하위 법령인 인사처 예규 규정에 따른 ‘공무상 질병 판정기준’을 통해 보상하던 것을 앞으로는 산업재해와 동일하게 ‘공무원 재해보상법’에 근거해 보상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최근 한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직장 내 괴롭힘으로 극단적 선택을 한 사례는 신원이 확인된 직장인만 총 18명으로, 이 중 공공기관 근무자는 9명이었다. 경찰, 소방관 등 공무원 다수가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2019년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제정, 시행되고 있지만 이 법은 근로기준법에 따라 법적 지위를 보호받는 노동자에 한해 적용될 뿐 공무원법이나 지방공무원법에 따라 지위와 신분을 보장받는 공무원은 해당되지 않는다. 따라서 갑질 피해 공무원이 형사처벌을 원하면 괴롭힘 유형에 따라 형법상 폭행, 협박, 모욕죄 등으로 고소해야 한다. 이렇다 보니 공직사회가 직장 내 괴롭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직장 내 괴롭힘을 당했을 때 무엇보다 중요한 건 자유롭게 신고를 할 수 있는 분위기다. 철저한 진상 규명과 가해자에 대한 제재도 뒤따라야 한다. 좀 늦은 감은 있지만 이번 ‘공무원 재해보상법 개정안’ 의결은 위계질서가 강하고 상명하복 등 구시대적 문화가 남아 있는 공무원 사회에서 갑질 피해자에 대한 국가 책임을 강화한 것으로 보여 그나마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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