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전면철거와 재개발로 상징되는 개발시대를 지나 인간, 도시, 그리고 환경이 공존하는 지속가능의 시대를 살고 있다. 건축의 오랜 고민이던 자연과의 조화는 생물을 뜻하는 바이오(Bio)와 사랑을 뜻하는 필리아(Philia)를 제안한 하버드대학의 생물학자 에드워드 윌슨 교수의 조어인 `바이오 필리아`로 대변된다. 그는 인간 본능 속 생명체에 대한 사랑과 자연친화 사상은 인간의 선택과 행동에 강력한 영향을 준다고 주장했다. 산과 공원에서 안도감을 느끼고 화분을 천장에 매달거나 벽에 붙여 자연을 향한 갈증을 해소하려는 것이 바로 바이오 필리아의 연장선상인 것이다. 아마존은 바이오 필리아를 오피스 건축물로 확장했다. 시애틀에 건축한 `더 스피어스(The Spheres)`는 높이 30m 지름 40m 세 개의 연결된 유리돔으로 지오데식 돔(같은 길이의 직선 부재로 구면을 분할한 돔)의 오각형 모듈로 구성되어 퍼즐처럼 맞춰진다. 돔의 내부는 자동 온습도는 사람을 위한 낮 시간과 식물을 위한 밤 시간이 달리 조절된다. 4만 점의 식물이 내부에 자생하고 나무를 사용한 내부 인테리어는 마치 회사명에 어울리는 아마존 열대우림을 연상케 한다. 아마존은 바이오 필리아의 결정체라 할 수 있다. 아마존은 2025년 완공을 목표로 신사옥을 추진 중이다. 자연의 패턴 중의 하나이며 우리에겐 DNA 구조로 익숙한 `이중나선` 형태를 지닌 건축물은 바이오필릭에 대한 새로운 도전이다.
도시와 자연 또는 도시와 생태라는 단어의 조합은 동시에 이루기 힘들 거라는 편견을 깨트려버린 싱가포르를 한번 보자. 쌍용건설이 시공한 마리나 베이 샌즈 호텔로 유명한 나라다. 서울보다 조금 넓은 면적에 인구밀도 세계 2위로 국토의 48%가 녹지로 이루어져 있는 나라다. `정원 속 도시(City in a Garden)`를 국가 도시계획의 목표로 삼아 공항, 호텔, 도심, 교량 등을 자연과 유기적으로 결합시켜 바이오필릭 시티를 완성해 가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가든 바이 더 베이(Garden by the Bay)는 12개의 슈퍼트리로 구성되어 나무 모양의 조형물이 진짜 나무와 같은 역할을 한다. 폐목재를 태워 냉각에너지를 만들고, 태양에너지를 모아 돔의 오염된 공기를 배출하고 각 트리에 구축된 태양전지는 환경파괴 없이 지속가능한 정원을 가능케 한다. 창이공항의 실내폭포는 빗물을 재활용해 40m 높이에 1분에 3만 8000ℓ 물이 쏟아져 내리게 해 실내 온도를 낮추고 있다. 안토니오 가우디는 "자연은 신이 만든 건축이며 인간의 건축은 그것을 배워야 한다"고 했다. 분명 건축은 자연과의 공생이며 자연과의 공생은 현재가 아니라 미래를 의미하는 것일 게다. 자연과 함께 하자, 자연으로 돌아가자고 하는 것은 단지 개인의 행복뿐만 아니라 건축과 도시가 그리고 나라가 지속하며 성장하기 위한 필수적 선택이다.
이승재 한국기술교육대 건축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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