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 자금조달 어려움·회사채 만기 도래 '이중고'… 금융당국, 신용등급 하향 데이터 요청까지

코로나19 사태로 지역 기업들의 자금조달 상황이 악화되고 있다. 특히 주요 조달 통로인 회사채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지역 기업들 사이에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23일 지역 경제계 등에 따르면 코로나19 여파로 투자심리 위축과 주가 급락 등으로 다수 기업들이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여기에 실적 감소까지 겹쳐 신용등급 하락마저 우려된다.

코로나19에 따른 기업들의 자금 조달 환경은 나날이 악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이달 1일부터 20일까지 전체 회사채 순 발행액은 1조 769억 원으로 지난 해 같은 기간 3조 162억 원에 크게 못 미쳤다. 기업들의 자금조달 목적으로 발행되는 회사채는 자금 상황을 나타내는 주요 지표다.

대전의 한 중견기업 관계자는 "최근 주가 하락에 금융시장이 요동치면서 회사채 시장도 타격을 받았다"며 "신용등급이 높은 기업들도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지역 제조업체 한 관계자는 "코로나19로 국내 소비 위축 및 글로벌 공급망 축소에 따른 실적 부진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유례 없는 경영 환경 속에서 최악을 대비하고 있다"고 현실적 어려움을 토로했다.

또 다른 기업 관계자는"지역 기업들은 가능한 모든 곳에서 현금에 접근하기 위해 혈안이 돼 있다"며 "정부의 금융 지원 여부를 떠나 당장의 회사채 만기에 대비해야 하는 난감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이처럼 얼어붙은 기업들의 자금 조달 환경이 더 악화될 것이란 점이다. 경제계에서 3월은 전년 결산실적 발표와 주주총회 등이 몰리는 시기. 즉 한 해 살림살이를 점검하거나 향후 계획을 세우는 시기다.

3월 이후 4월은 회사채 발행이 본격화되고 만기 상황이 돌아오게 된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만기인 국내 회사채 50조 8727억 원 중 다음 달 만기를 앞둔 회사채 규모는 6조 5495억 원이다.

기업들 입장에선 발등에 불이 떨어진 셈이다. 회사채 만기가 도래하면 새로운 회사채를 발행해 만기분을 갚는 차환 방식을 쓰는데, 재무구조가 취약한 기업은 난관에 부딪힐 가능성이 높다는 게 대체적 의견이다.

금융당국의 시장 안정화 조치도 기업들의 근심을 더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최근 한국기업평가 등 국내 주요 신용평가사에 기업들의 신용등급 지표인 `신용등급 트리거` 제출을 요청했다.

시장 전반의 상황을 선제적으로 살펴보기 위한 조처라는 게 금융당국의 설명이지만, 기업 입장에선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국내외 시장의 불안전성 해결이 우선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에 따른 신용등급 하락도 기업들의 근심거리다. 신용등급이 내려가면 자금 조달 비용이 늘고 자금 조달이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

지역 금융권 관계자는 "다음 달부터 신평사의 정기 평가가 진행되고 코로나 장기화 국면에 따라 분위기 전환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용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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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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