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로부터 20여 년이 지난 후,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발사한 태양계 행성탐사선 `보이저 1호`가 1990년에 해왕성궤도를 지날 때 미국의 천문학자 칼 세이건은 궤도를 지나 태양계 밖으로 가기 전 한번만 뒤를 돌아 지구의 모습을 촬영해달라는 주문을 했다. 보이저 1호가 지구로부터 60억여 ㎞ 떨어진 곳에서 찍은 사진에 나타난 지구는 하나의 작고 푸르스름한 점에 지나지 않은 것이었다. 칼 세이건은 "이 광대한 우주 속에서 지구는 매우 작은 공간일 뿐이지요. 우리의 허세, 우리의 자만심, 세상에 대한 특권을 가지고 있다는 우리의 망상들이 이 창백한 작은 점의 모습 앞에서 의문스러워집니다. 우리의 작은 지구는 헤아릴 수 없을 만큼 거대한 우주의 칠흑 속에서 외롭게 존재하는 얼룩에 불과합니다. 거대한 우주 속에서 우리의 존재는 미미하며 우리를 구해줄 도움은 어느 다른 곳으로부터 오지 않습니다. 좋든 싫든, 지구는 이 순간 우리가 발을 딛고 서 있는 곳입니다. 천문학을 공부하는 것은 겸손해지고 인격이 수양되는 경험이라고들 합니다. 아마도 인간의 자만심이 어리석은 것이라고 말할 수 있는 이유는 바로 우리의 작은 지구를 멀리서 바라본 이 사진이 말해주는 것 아닐까요? 우리는 서로를 더 소중하게 다뤄야 할 책임이 있으며 우리의 유일한 삶의 공간을 보존하고 그것을 소중하게 유지해야 할 책임이 있습니다. 이 창백한 푸른 점 위에서 말이죠." 창백한 푸른 점을 보면서 칼 세이건의 외쳤던 얘기는 언제나 큰 감동을 불러일으킨다. 외국 여행 중 보게 되는 태극기와 자국 뉴스는 더 크고 특별하게 느껴진다. 외국에 나가거나 우주 밖에서나 우리가, 작게는 한국인으로서, 또 우주의 한 귀퉁이 속 세계인, 우주인으로서 현재 살고 있는 바로 이곳이 우리에게는 무척 고마운 터전이라는 것을 새롭게 느낀다. 시간의 흐름 속에서 역사적인 사고가 현재의 생활에 품위 있는 선택을 하는데 도움이 되듯이 우주 속의 우리 인간은 대자연과 선조들에게 물려받은 수많은 선물을 생각하며, 우주 한 귀퉁이에 떠있는 창백한 푸른점을 우리의 후손들에게도 고이 물려주어야 한다는 마음을 다짐해본다.
이영웅 한국천문연구원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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