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섭
이화섭
스케이트 타는 것이 서툴러 자꾸 넘어지는 아이. 넘어진 아이가 안쓰러워 안아주는 엄마. 그 모습을 휴대폰에 열심히 담고 있던 아빠는 한 장면이라도 놓치지 않기 위해 열중하다 넘어지기까지 한다. 또 다른 한쪽에서는 두 손을 마주잡고 활주하며 빙판 위에서 사랑을 키워가는 연인들, 서로 뒤처지지 않으려고 장난치며 질주하는 청소년들, 처음 접해 본 빙판을 신기해하면서도 즐겁게 스케이팅을 즐기는 더운 지방에서 온 외국인과 다문화가족들, 엉덩방아를 찧어도 마냥 재밌기만 한지 웃는 사람들…. 지난 12일 폐장된 대전 엑스포시민광장 야외 스케이트장의 모습이다. 스케이트장에서 볼 수 있는 평범한 장면이지만 참 아름답고 행복한 풍경들이다.

대전시는 시민들의 겨울철 여가활동 증진을 위해 지난해 12월 28일부터 엑스포시민광장에 야외스케이트장을 개장해 47일간 운영해왔다. 민속 썰매장, 고구마·가래떡 굽기, 빙어잡기 체험, 썰매타기대회 등의 다양한 이벤트가 곁들여져 당초 예상과는 달리 폭발적인 반응으로 15만 명이 넘는 시민들이 찾아 주셨다. 대전시민 10명 중 1명이 스케이트장에서 겨울을 만끽했다. 광장 한편에서는 자전거와 인라인 스케이트를 자유롭게 탈 수 있어 겨울철 데이트공간이자 가족들의 놀이공간으로 확실히 자리매김 했다.

처음엔 우려의 목소리도 많았다. 많은 예산을 투입하지만 그에 상응한 수익을 창출하지 못한다든지, 시민들이 스케이트에 관심이 있을지도 의문이었다. 실내도 아닌 추운 야외 스케이트장을 찾겠느냐는 걱정도 많았다. 하지만 이 모든 걱정들이 기우에 지나지 않았음을 우리는 현장에서 목격했다. 그리고 시민행복을 지향하는 대전 시정이 나아갈 방향을 스케이트장을 찾은 많은 시민들이 보여주셨다.

첫째는, 행복은 돈으로 살 수 없다는 것이다. 행복의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다. 남의 옷을 입으면 아무리 좋은 옷이라도 불편하듯 내 몸에 맞는 행복은 따로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1000원의 저렴한 대여료로 시민들은 색다른 겨울 추억과 얼음도 녹이는 따뜻한 행복을 가져갔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사랑을 나누고 가족애와 우정을 쌓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 투입된 예산이 아깝지 않은 이유이기도 하다.

둘째는, 행정이 지닌 생각의 전환이다. 겨울철 스포츠 불모지인 우리 대전시에 스케이트장을 만든다는 것은 모험적인 실천을 필요로 했다. 창조는 획기적인 것이 아닌 기존의 틀에 고정된 생각의 잠금장치를 풀어 세상 속으로 나아감을 필요로 한다. 그 동안 생각 에너지를 바꿀 열쇠가 부족했었다. 미래의 우리 아이들을 위해, 시민들의 행복을 위해 생각의 잠금장치를 끊임없이 풀어가야 한다.

셋째는,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줬다. 누구나 처음 스케이트 날을 디디며 얼음판에 서던 순간들은 늘 두려움이 자리 잡고 있다. 그러나 그 순간만 지나면 다음부터는 그다지 어렵지 않다. 몇 번 넘어지고 발목을 삐어도 스케이트를 달리는 기쁨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닌 것이다. 시민을 위한 행정도 마찬가지다. 새로운 일을 두려워하기보다는 긍지와 자신감을 가지고 추진해 나아가야 한다.

올 한해 우리 시정의 목표는 행복나눔이다. 그 동안 시민행복을 키우고 드리려고 노력해 왔다. 이젠 지난 성과를 바탕으로 모든 시민이 행복을 누리고 나눌 수 있도록 열정을 다해야 한다. 문화·체육·관광업무를 총괄하는 담당자로서 행복나눔이 구호에 그치지 않도록, 시민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하고 콘텐츠를 마련해 나갈 것이다. 시민이 함께하는 생활 속 문화예술공연과 문화복지 프로그램을 확대해 나갈 것이다. 모든 세대가 공감하고 참여할 수 있는 생활체육을 활성화시킬 것이며, 경쟁력 있는 관광콘텐츠 개발로 지역관광도 활성화해 행복나눔을 실천해 갈 것이다.

비록 빙판은 좁지만 좀 더 넓은 세상으로 아이를 이끌어 주는 부모들, 나비처럼 자유롭게 얼음 위를 날아다니는 시민들을 보면서 행복나눔이 멀리 있는 것이 아님을 알았다. 행복은 우리 삶의 향기이자 우리 인생에 의미와 가치를 부여하는 따뜻한 햇볕이다. 온 도시에 그 햇볕이 골고루 비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큰 나뭇가지도 가느다란 가지에서 시작되고, 높은 탑도 작은 벽돌을 하나씩 쌓아 올리는 데서 시작되듯이 그렇게 행복나눔을 실천해 나갈 것이다. 이화섭 대전시 문화체육관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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