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2년 5월 15일 세계적인 코미디언 `찰리 채플린`이 일본을 방문해 총리와의 만남을 앞뒀다. 그런데 찰리 채플린은 스모경기와 `덴뿌라` 시식행사를 가야 한다며 약속을 미뤘고, 그 날 총리는 암살당했다. 이 소식은 전세계에 퍼졌고, 찰리를 살린 요리 `덴뿌라`는 삽시간에 유명해졌다.

덴뿌라(Tempura)는 해산물, 채소를 튀긴 일본의 요리다. 튀김옷을 입혀 튀기는 덴뿌라는 16세기말 포르투갈 선교사로부터 들여왔다. 어원은 라틴어 `tempora`, 포르투갈의 사순절 날 붉은 고기 대신 생선과 채소를 먹는 것을 뜻하는데 템포라를 일본어 그대로 발음해 덴뿌라가 됐다. 나가사키항으로 들어왔고 17세기 초 도쿄에 넘어가 대중화 됐다. 다른 튀김요리보다 튀김옷이 더 얇고 더 바삭바삭한 것이 특징이다. 사실 튀김요리는 기원전 이집트, 그리스에서부터 시작됐다. 그리스에선 올리브 오일에 음식을 튀겨먹었고 로마시대에도 튀김음식을 즐겨먹었단 기록이 남아있다. 이후 세계 각국에서 자신들의 방법으로 음식을 튀겨먹었고, 새로운 식재료 하나하나 기름에 튀겨가며 새 요리들이 탄생하고 있다.

로마의 후예 이탈리아의 튀김요리는 `아란치니(Arancini)`다. 밥 속에 토마토 고기 소스, 모짜렐라 치즈와 콩을 넣고 동글게 만들어 빵가루를 묻혀 기름에 튀긴다. 작은 주먹밥을 튀긴 요리라 생각하면 편하다. 10세기 시칠리아 섬에서 시작됐다. 시칠리아엔 매년 12월 13일 산타루치아 축제 때 파스타를 먹지 못하는 관습이 있었고, 파스타를 대신해 아란치니를 만들어먹었다. 아란치니(Arancini)는 이탈리아어로 `작은 오렌지`를 의미, 이름 그대로 작고 동그란 앙증맞은 음식이다. 보통 리조또를 먹고 남은 밥을 튀겨 아란치니를 만들어 먹는다. 파스타, 피자로 정형화 된 우리나라 이탈리아 식당에서 쉽게 찾아 볼 수 있는 음식은 아니지만, 점차 아란치니를 튀겨주는 음식점이 하나 둘 생겨나고 있다는 것은 반가운 소식.

튀김이 요리사들의 사랑을 받는 이유는 그 바삭바삭함, 그리고 촉촉한 원재료의 맛 덕분이다. 이를 가능케 하는 것은 고온의 기름 그리고 짧은 조리시간이다. 200℃ 가까이 올라간 기름에 튀김옷을 입힌 음식을 넣으면 튀김옷의 수분이 순식간에 증발하고 그 자리를 기름이 대신해 바삭바삭해진다. 그리고 튀김옷이 감싼 원재료는 촉촉함을 유지한 채 익혀진다. 튀김옷 속의 `수분`과 `기름`이 교환된다고 생각하면 쉽다. 기름의 온도는 170-180℃가 적정하다. 언뜻 보기에 누구나 할 수 있는 쉬운 요리지만, 제대로 된 튀김을 위해서는 기름의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해야 한다. 이는 그 날의 온도, 습도에 따라 달라지고 조리 중에도 수시로 바뀐다. 또한 각 재료의 알맞는 온도가 다르기 때문에 고급 튀김요리는 많은 경험을 필요로 한다.

가지를 먹지 못하는 사람들도 `가지튀김`은 맛있게 즐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음식점은 닭을 `튀긴` 치킨집이다. 한 때 길거리음식으로 천대 받던 튀김이 식탁에 뛰어올라 제대로 된 평가를 받으려 한다. 그 어느 요리보다 맛있고 과학적이다. 반투명하게 만든 튀김은 아름답기까지 하다. 식탁에서 날 즐겁게 해준다면 `좋은 요리`가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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