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장은 광산이나 탄광의 갱도 끝에 막다른 곳을 일컫는다. 탄광작업 중 가장 위험한 곳이기도 하지만 국내 유일의 부존 에너지 자원을 캐내는 산업현장이자 석탄공사 생산직 사원들의 삶의 터전이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불륜과 비정상적인 내용을 다루는 드라마에 수식어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또 국회 등 정치부분에서도 유권자의 기대를 저버리고 당리당략에 사로잡혀 진흙탕 싸움을 벌이는 모습에도 막장을 언급한다.

오죽하면 대한석탄공사와 석탄노조 등에서 드라마든 국회이든 간에 막장이란 단어를 함부로 사용하지 말라는 주문을 하기 이르렀다. `숭고한 산업현장`, `진지한 삶의 터전`인 막장을 폄하하지 말라는 얘기다.

신성한 노동의 현장을 모독하려는 것은 아니지만 이번 한 번은 막장을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하고 싶다. 온 국민을 몹시 분노하게 만들고 상실감과 좌절감에 빠지게 한 `최순실 게이트`의 현 정국에 대해 막장 말고는 쉽사리 떠오르는 수식어가 없기 때문이다.

국민이 영하로 떨어진 추운 날씨에 촛불을 들고 거리에 나서게 만든 최순실 게이트는 막장 중의 막장이다. 군부독재, 외환위기 등 우리 국민은 그동안 수많은 위기에 직면하고 극복하길 반복했지만 최순실 게이트와 같은 막장은 전혀 경험하지 못한 게 사실이다.

그동안 소문으로 무성했던 비선실세에 최순실이라는 전혀 예기치 못한 인물이 등장하며 내치는 물론 외치에도 관여한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국민적 분통을 넘어 박근혜 정부는 주변국의 신뢰마저 잃고 있는 상황이다. 최순실 일가와 주변 인물들은 국정농단에 따른 막강한 영향력을 과시(?)하며 각종 이권에 개입해 사리사욕을 채운 정황이 다수 확인되고 있다. 가족을 위해 묵묵히 일하는 일반 시민과 꿈을 키워가는 학생들에게 엄청난 악영향을 가져왔다.

세월호가 꽃다운 생명과 함께 진도 앞바다 물속으로 침몰하던 7시간 의혹도 막장드라마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다. 막장 중의 막장 최순실 게이트는 이제 특검 국면으로 전환됐다. 또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야권의 탄핵소추가 `초읽기`에 들어갔다. 야3당에 더해 새누리당 비주류도 합세하면서 탄핵정국은 더욱 급물살을 타는 모습이다. 특검과 탄핵정국 모두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결과가 나올 때만이 최순실 게이트란 막장 드라마가 종료되고 국정의 동력 또한 되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맹태훈 충남취재본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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