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토부 선로배분 심의위원회 의결에 따라 서대전역 경유 호남선 KTX가 증편 운행될 예정이다. 현재 18편에서 4편 증편되는데 이중 2편은 기존 용산역이 아닌 서울역이 시발역이다. 운행 노선도 늘어난다. 총 22편 중 4편에 한해 목포·여수까지 연장 운행된다. 이는 어쨌든 잘된 정책결정이다. 호남선 KTX 개통으로 직격탄을 맞은 서대전역이 조금 활기를 띨 것으로 전망된다. 상·하행 KTX 정차 횟수만큼 이용객 편의도 개선될 것이다.

서대전역 KTX 증편도 좋지만 문제의 본질을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서대전역 KTX 증편은 연말 개통 예정인 수서발 고속철도(SRT)와의 노선 배분과 관계 있다. 우선 경부축·호남축 KTX 모두 운행 노선이 중복된다. 불가피하게 SRT측에 운행 편을 할애하지 않으면 안된다. 운행 총량 면에서 코레일의 KTX는 줄어들고 그 잉여 부분을 SRT측이 가져가게 되는 구조다. 이 틀에서 볼 경우 서대전역 경유 KTX 운행 편을 늘리지 않을 수 없다. SRT가 고속철도 시장에 뛰어들면 코레일은 영업이익 손실을 면하기 어렵다. 최대한 수입원을 발굴해야 하는데 서대전역 KTX는 수익을 낼 확실한 시장이다. 여기까지는 '윈윈' 정책으로 간주될 수 있다. 문제는 SRT에 있다. 서대전역 KTX 4편을 얻었지만 대신 SRT 노선중 서대전역에 무정차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현재 호남축 SRT가 서대전역 경유 편을 배분해 정차할지 여부는 불투명하다. 천안·아산역에서 공주를 거쳐 익산으로 빠져나갈 가능성이 없지 않다. 공주역조차도 설지 안 설지 장담하기 어렵다. 이게 현실화되면 충청권 이용객은 KTX 와 SRT를 합한 총량 면에서 밑지는 장사를 하는 셈이다.

국회 국토교통위에 속한 대전 대덕 출신 새누리당 정용기 의원이 맥을 정확히 짚고 있다. 서울 강남권 강동권·경기권과 서대전을 오가는 이용객 수요를 감안할 때 SRT 서대전역 경유를 관철시켜야 한다. 더구나 이용요금을 10%게 낮게 책정한 SRT에 접근 못하면 이중 차별을 당하는 상황이 연출될 수 있다. 본 게임은 이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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