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잠룡'으로 불리는 안희정 충남지사의 대권행보와 관련한 몇 개의 이벤트가 예정돼 있다. 우선 공보라인 정비가 눈에 띈다 어제 충남 공주 출신 박수현 전 의원을 대변인격으로 내세웠고 공보특보도 인선했다고 한다. 이를 시발로 내주엔 외부 강연 일정이 줄줄이 잡혀있다. 때맞춰 안 지사의 저서 2권도 시차를 두고 출간된다. 이같은 인적·물적 자원의 투사는 안 지사가 대권행보에 고삐를 죄고 있음을 방증한다.

안 지사의 대권행보는 여건상 자유롭지 못하다. 현직 도지사 신분으로서 정치활동 및 정치적 일정 수립에 제약이 따를 수밖에 없는 현실적 장애를 극복하지 않으면 안 된다. 또 도민들 눈치도 살펴야 하는 입장이다. 본연의 책무인 도지사직 수행에 소홀해지게 되면 밖에 나가서 벌어놓은 점수를 텃밭에서 까먹는 결과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안 지사의 대권도전은 모험이자 실험의 성격이 짙다. 현직 광역단체장이 임기중에 대선 본선까지 진출한 사례가 아직은 없다. 안 지사의 대권도전은 그래서 새로운 경로를 개척하는 길일 수 있으며, 아울러 차기 혹은 차차기 대권 도전자들에게 롤 모델이 될 수도 있다.

여기서 안 지사가 분명히 인식해둬야 할 부분이 있다. 도민들은 안 지사를 도지사로 재선시켜줬다. 현직 사퇴없이 당내 경선 참여 의사를 밝힌 바 있지만 안 지사가 대선 본선에 진출할 경우 공직을 사퇴해야 한다. 이 규정은 당락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 안 지사의 선택지는 두 개다. 경선에 패하면 본연의 도지사직에 충실해야 할 것이고, 혹 본선에 나가면 도민들과 작별을 고해야 한다. 엄밀히 말해 두 가지 상황 전개는 도민들과의 '계약' 에 반한다. 그중 경선 패배 후 도정 복귀 상황은 도민들 정서상 더 면구스러울지 모른다.

기왕이면 안 지사는 자신의 대권행보에 한층 확신감을 다지면서 국민여론을 추동할 전략적 동력을 강화해나가는 게 맞다. 종래의 점잖아 보이는 수사법, 추상적 메시지, 국지전에 갇힌 동선 등으로는 미진하다. 내친 걸음이라면 요컨대 대권행보의 '루틴'을 재설계하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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