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은 축제의 계절이면서 동시에 여행의 계절이다. 황금들판에 곡식이 무르익고 밤송이가 굵어지는 이맘때쯤이면 축제의 맛과 멋을 찾아 어디론가 여행을 떠나고 싶어진다. 그래서인지 지난 10월 초입에는 중국의 최대 명절인 국경절 연휴까지 겹쳐 제주와 서울 시내 일부가 중국인 관광객으로 발 디딜 틈이 없다는 내용의 기사가 미디어를 장식했다. 그리고 며칠 뒤, 관광객 대상의 콘텐츠가 부족하다는 기사가 다시 지면을 도배했다. 다른 선진국에 비해 천연자원도 문화유적도 인구도 땅도 상대적으로 적은 우리가 드라마나 영화, 가요 같은 콘텐츠로 전 세계에 `코리아`를 각인시키는 엄청난 일을 해냈음에도 불구하고 관광객들을 상대로 한 양질의 콘텐츠를 만들어내지 못하다니 조금 실망스러운 것도 사실이다.

얼마 전 지인으로부터 들은 크로아티아의 얘기가 생각난다. 아드리아해 동부, 크로아티아의 자다르(Zadar)라고 하는 항구도시에는 바다오르간이 있단다. 바다오르간은, 니콜라 바시츠라는 자다르 출신의 천재 건축가가 2차 세계대전으로 폐허가 되어버린 자신의 고향을 위로하고, 관광객을 유인해 고향을 풍요롭게 해줄 콘텐츠로 2005년에 만들었다. `바다오르간`, 이름마저 신비로운 이 조형물은 바다 쪽으로 난 계단 아래쪽 홈으로 파도가 칠 때마다 바람이 드나들며 35개의 오르간 파이프를 통해 각기 다른 음이 흘러나온다고 한다. 이 얘기를 들으며 자다르라는 낯선 이국의 도시가 한없이 부러우면서 불현듯 가보고 싶어졌다. 바다오르간이 설치되고 나서 별 볼일 없던 작은 해안도시 자다르의 관광수입이 몇 배로 늘었을 것은 불을 보듯 훤하다. 이뿐인가. 영국 리버풀의 비틀즈 마케팅,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의 모차르트 마케팅, 이태리 베로나의 로미오와 줄리엣 마케팅 등은 해당도시 전체를 먹여 살리는 경제적 효과를 내고 있다. 이렇듯 일자리 창출의 대표적 업종이기에 관광산업이 한때 `미래 7대 비전 산업` 중 하나로 선정된 적도 있지만, 최근 모 종편 채널의 `꽃보다~~` 시리즈로 인해 여행의 트랜드화가 한층 가속화된 것은 사실인 듯하다. 며칠 전, 우연히 TV채널을 돌리다 철지난 여행프로그램을 보면서 세대 간 여행의 방법은 다르지만 경제적 여유와 맞물려 여행이 또 하나의 문화적 트랜드로 자리 잡은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대전은 관광객을 유인할 수 있는 유형의 문화재나 관광지가 다소 열악한 건 사실이지만, 백제의 고도(古都) 부여나 공주 등 주변 관광지로 연계할 수 있는 교통중심도시의 지리적 이점을 충분히 살려볼 수도 있다. 또 MICE산업을 좀 더 육성해 각종 전시회를 개최하는 한편, 유성온천 등을 이용한 숙박시설의 개발·확충 등을 통하여 분배지로서의 역할을 만들어 나가야 할 필요성이 있다.

여행이 대세가 되어버린 요즘, 남프랑스의 니스나 칸느가 도시 자체는 관광지로서보다는 휴양지 개념이지만 오히려 인근의 관광지로 연계해주는 역할을 통해 더욱 공고해진 것처럼, 대전의 관광자원과 주변의 것을 연계해서 관광효과를 높이는 방안 등의 자구책 마련이 절실하다.

박희원 대전상공회의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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