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민중은 개·돼지' 발언으로 파문을 일으킨 나향욱 정책기획관에 대해 전격 파면조치를 결정했다. 이영 교육부 차관은 어제 긴급 브리핑을 통해 "나 기획관이 부적절한 망언으로 국민들의 마음에 큰 상처를 남기고 전체 공무원의 품위를 크게 손상시켰다"고 징계 이유를 밝혔다. '막말 파문' 사흘 만에 서둘러 중징계 조치를 취한 것은 국민적 공분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자 서둘러 진화하겠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여당 국회의원들까지도 징계를 요구하고 나선 마당에 교육부의 조치는 당연하다고 할 것이다.

나 기획관의 파면은 교육부의 징계요구에 따라 인사혁신처 중앙징계위원회가 최종 결정을 한다. 사안의 엄정함이나 파장을 고려할 때 파면조치가 그대로 수용될 것으로 보인다. 징계 중 가장 높은 파면이 확정되면 5년간 공무원 임용이 제한되고 퇴직금도 절반만 받는다. 그동안 교육부 공무원들이 뇌물수수 등으로 중징계를 받은 사례는 있지만 '막말'로 파면이 되는 것을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4월 뇌물과 향응을 받은 혐의로 대변인이 파면되는 등 잇단 악재를 만난 교육부로선 충격이 아닐 수 없다. 중앙과 지방의 공직자가 다를 바 없을 터 이지만 교육부 공무원의 비위나 망동(妄動)을 대하는 국민의 눈높이는 더욱 엄격할 수밖에 없는 일이다.

조정래 소설가는 어제 신작 출간 간담회에서 문제의 망언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국민의 99%가 개·돼지라면 개·돼지가 낸 세금으로 살아 온 그는 개·돼지에 기생하는 기생충이나 진딧물 같은 존재"라고 꼬집었다. 수위가 다소 과하다 싶긴 하지만 국민적인 분노를 대변하는 발언이라고 해도 무방 할 것이다. 공직자의 덕목과 자질, 소양 등은 나라의 수준을 나타내는 지표가 된다고 할 수 있다. 국가의 교육정책을 수행하는 교육부 고위간부의 편향되고 비뚤어진 가치관과 사고는 있을 수도 없고 있어서도 안 되는 일이다. 이번 나 기획관의 파면조치가 발등의 불부터 끄고 보자는 식으로 그쳐선 안 될 것이다. 해이해진 기강을 바로잡고 모든 공직자가 자성(自省)할 수 있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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