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적 창의성과 예술적 감성을 두루 갖춘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지난해 3월에 문을 연 세종과학예술영재학교가 개교 1년 3개월만에 교장이 2명인 어처구니 없는 상황을 맞게 될 운명에 처했다. 그제 열린 교원소청심사위원회에서 학교경영계획서 표절 논란으로 면직된 박두희 전 교장이 제기한 '강등인사 처분취소' 소청이 받아들여졌다. 이로써 법적으로 박 전 교장의 세종영재학교 교장 복직이 가능해지게 됐다. 문제는 지난 3월 1일자로 세종영재학교 교장이 이미 임용된 상태라는 점이다. 그것도 임기 4년을 보장받은 신분이다. 박 전 교장이 명예회복 차원에서 영재학교 교장으로 복귀하겠다고 하면 한 집안에 아버지가 두 명인 상황을 피할 길이 없다.

지난해 12월 4일 세종시교육청이 박 교장을 직위해제했을 때 학교경영계획서 표절이 직위해제 사유가 되느냐에 대한 논란이 거셌다. 시교육청은 박 교장의 학교경영계획서가 경기 모 고교 학교경영계획서를 상당부분 표절했기에 직위해제가 마땅하다는 입장이었다. 그리고 표절검증심사위원회를 거쳐 인사위원회에서 최종적으로 교장면직을 의결했고, 3월1일자로 교감으로 강등발령을 했다. 반면 박 교장은 시교육청의 최종 재가 당시에는 직접 작성한 학교경영계획서를 제출했다며 교원소청심사위원회에 소청을 접수했다. 교원소청심사위원회의 결정은 단순하다. 학교경영계획서를 표절했다는 이유로 학교장을 직위 해제한 것은 국가공무원법상 사유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학교경영계획서를 표절했다고 하더라도 직위해제를 할 정도의 사안은 아니라는 의미이다. 시교육청의 표절검증심사위원회와 인사위원회의 결정이 잘못됐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시교육청의 자충수는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소청심사위원회의 결정이 내려지기도 전에 학교 안정화를 위한다며 새로운 교장을 임용했다. 학교경영계획서의 표절 여부에만 집중했을 뿐 표절과 직위해제와의 상관관계는 확인하지 않은 실수를 범했다. 이번 세종영재학교 교장 직위해제 및 면직처분 사태는 결국 최교진 교육감이 풀어야 할 숙제다. 이번 사태는 최교육감의 행정력에 대한 시험대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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