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평생을 자녀 걱정하는 부모님 때론 학교생활 고충 그냥 지나쳐 마음까지 보살펴야 진정한 교육

개학 후 2 주일이 됐다. 학교는 학년 초 부산한 분위기에서 시나브로 안정을 찾아가고, 대다수의 학생들은 학교생활에 잘 적응해 가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한두 명의 학생이 문제가 될 수도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담임교사들도 반 학생들을 거의 대부분 파악하면서 어떻게 하면 질적으로 학급을 잘 이끌어 나갈까 고민할 때이다. 이런 저런 공문서 처리와 교과지도 계획, 생활지도 실천에 분주하다. 학부모는 자녀들이 학교생활에 어떻게 적응하고 있는지 궁금하여 담임교사에게 전화라도 하고 싶어지는 때이다. 교육청에서는 3월 학기 초에 보낸 각종 계획을 성공적으로 추진하고자 회의를 하고, 현장 계획을 점검하기 시작한다. 도민을 대표하는 도의회에서는 교육청의 각종 계획을 듣고 질의를 하며, 도민의 생각을 전달하는 의사일정을 운영한다. 곳곳에서 교육활동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으며, 그러한 교육활동을 지원하는 일과 교육행정도 한결같이 분주하게 돌아간다.

학부모의 입장을 들여다보면 학교나 교육행정 기관보다 더 바쁘다. 맞벌이를 할 경우에는 그야말로 매일 전투를 하는 것 같다. 아이들과 하는 전투, 일터에 나가서 하는 전투에 하루하루가 눈코 뜰 사이 없이 지나간다.

어린이집에 사랑 하는 자녀를 맡기고 일터에 나가는 맞벌이 여성을 생각해 보자. 그는 아침마다 전투를 치른다. 곤하게 잠에 취해 있는 아이를 억지로 깨워, 얼굴을 씻기고, 옷을 입히고, 아침을 대강 먹이고, 이를 닦아주고, 어린이집 차에 태워줘야 한다. 아이가 어리면 어릴수록, 곤하게 잠에 떨어져 있으면 그럴수록 힘이 든다. 오늘 이 일을 하면 내일 이 일이 끝이 나는 것이 아니다. 내일도 그렇게 똑같은 전투를 치러야 한다. 매일 치르는 아침 전투는 아이를 데려가는 노랑버스에 태워주는 순간에 끝이 난다. 퇴근 후에도 비슷한 전투를 치러야 한다.

초등학생이나 중학생, 고등학생을 둔 부모의 마음도 매일 전투를 하는 심정은 마찬가지이다. 아침부터 잠 잘 때까지 사사건건 아이 걱정이다. 하라는 공부는 하지 않고 엉뚱한 일에 매달린 아이를 볼 때마다 갑자기 혈압이 상승한다. 잘하라고 꾸중이라도 하게 되면 곧장 삐쳐버리니 무슨 말을 건네기도 어렵다. 3월 초에는 열심히 공부하려는 눈치가 보이던 아이도 벌써 나태해 지는 것 같다. 공부에 재미를 느끼지 못하는 것인지, 공부하는 방법을 몰라서 그런 것인지, 나뿐 친구들과 사귀고 있어서 그런지 알 수가 없다. 아이들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도록 부모가 더 조심해야 하는 분위기다. 고 3 학생이라도 된 경우에는 온 집안이 고 3 수험생인 것 같다. 수험생을 중심으로 모든 것을 결정하고, 수험생에게 관심이 집중된다. 무엇보다도 자녀들이 혹시 학교폭력에 연루라도 되면 부모님의 마음은 천근만근이요, 죄인이 된 것 같다.

대부분의 우리 부모님들은 자녀지도를 위해 온 힘을 바친다. 자녀의 앞날을 위해 많은 것을 투자한다. 많은 것을 희생하고, 온 생애를 자녀 걱정으로 살아간다. 무엇보다 매일매일 전투를 하듯이 살아야 하는 분주한 생활을 마다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렇게 바쁘고, 분주하고, 정신이 없을 때일수록 잠시 교육의 현장, 아이들의 삶을 돌아보는 여유를 가져야 하지 않을까? 아이들과 매일 전투를 할지라도 자녀의 마음을 열어보고 그들의 생활을 살펴보며 과연 싹수 있게 잘 커가고 있는지 점검해 보아야 한다. 아이들의 신체에 상처는 없는지, 말하는 가운데 속상해하는 것은 없는지, 학교생활을 싫어하는 기색은 없는지, 가만히 살펴봐야 한다. 어두움의 그림자는 살며시 다가와 많은 사람을 하루아침에 난처하게 만들기도 한다. 교사는 교사의 전문성을 가지고 학생을 살펴보고, 학부모는 학부모의 사람과 관심으로 자녀를 돌봐야 한다.

한 아이라도 놓치지 말고, 아이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며, 아픈 곳을 감싸주는 보살핌의 교육활동을 전개해야 한다. 친구들과 사이 좋게 지내며, 즐거운 학교생활을 하도록 돕는 일은 학교에서 관심을 가져야 할 기본적인 일이다. 그것은 교육활동의 알파요, 오메가이다.

이대구 前 충남교육청 교육정책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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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정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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