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아르바이트생들이 일하고 있는 궁동 로데오 거리
많은 아르바이트생들이 일하고 있는 궁동 로데오 거리
요즘 각종 포털에서 힘을 가진 자들의 `갑질`이 주요 뉴스로 떠오르고 있다. 이 시점, 항상 을의 입장일 수밖에 없는 힘없는 아르바이트생들은 어떻게 생활하고 있을까?

겨울방학이 시작된 지도 한 달.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 대학가에 위치한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한 모(24) 씨는 일을 그만둘까 고민 중이다. 그 이유는 하루에 꼭 몇 명씩은 만나는 `진상` 손님들 때문.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지 세 달도 되지 않았지만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심해 다른 일을 찾고 있다는 것이다. "다짜고짜 반말을 하시는 분들은 이제 그러려니 해요." 한 씨가 입을 열었다. 컵라면을 먹다 국물을 테이블에 쏟고 그냥 사라져버리는가 하면 계산을 하기도 전에 상품을 개봉해버리는 사람, 줄을 서지 않고 새치기를 하는 사람 등등 그 유형도 다양하다. 특히 취객은 그중에서도 가장 큰 골칫거리다. 술에 취해 매장 안에서 잠드는 사람은 물론 물건을 찾다가 큰소리를 치거나 괜히 시비를 거는 사람들도 많다. 한 씨는 "항상 친절하게 손님을 대해야 하기 때문에 얼굴은 웃고 있지만 매장 문이 열리는 소리만 들어도 신경이 곤두선다."며 "사람들에게 감정적인 에너지를 모두 소모하고 나면 집에서는 말을 한마디도 하지 않게 된다."라고 고충을 털어놓았다.

근처 PC방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이 모(22) 씨도 별반 다를 바가 없었다. 금연구역이 확대되면서 재떨이와 자리에 떨어진 담뱃재를 일일이 치울 필요는 없어졌지만 PC방에도 `진상` 손님은 여전히 존재한다. "매장에서 담배를 못 피우게 되어있는데 종이컵을 가져다가 무작정 피우실 때 제일 난감해요." 담배를 피우고 있는 손님에게 정중히 금연구역임을 설명해도 `걸리면 내가 과태료 내면 되지 않느냐.`라는 식의 손님도 있어 난처하다는 것이 이 씨의 설명. 막상 단속에 걸리기라도 하면 업주는 바로 영업정지와 과태료 처분을 받기 때문에 매우 민감한 부분이다. 이외에도 `단골인데 서비스로 커피를 안 준다.`는 해코지부터 담배를 사 오겠다고 하고는 돌아오지 않는 유형까지 PC방 역시 `진상` 손님의 유형이 다양했다.

이어 둔산동 한 호프집에서 서빙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박 모(21) 씨도 "아버지뻘 되시는 분들이 남자친구가 있느냐고 물어보거나 연락처를 요구하기도 한다."며 "주문을 한 번에 하지 않고 한 번씩 벨을 눌러 골탕을 먹이면서 웃는 손님들도 있다."라고 힘든 점을 털어놓았다.

최근 모 항공사 회항 사건에 이어 백화점 직원 뺨을 때린 고객 등 갑작스레 `갑질` 논란이 일고 있다. 기사를 접한 많은 사람들은 `갑질`을 행사한 당사자들을 비난하고 있다. 하지만 이것은 표면에 드러난 빙산의 일각일 뿐, 크고 작은 `갑질`은 어떤 방식으로든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다. 우리는 아르바이트생들에게 무심코 반말을 하지 않았는지, 종업원들을 그저 종으로 생각한 적은 없었는지, 이외에도 그들에게 스트레스나 상처를 줄 행동은 하지 않았는지 차분히 돌아봐야 할 시점이다.

고윤민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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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아르바이트생들이 지금도 힘겹게 일하고 있다.
많은 아르바이트생들이 지금도 힘겹게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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