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이 도시를 살린다 -어바인市 테리 워커 교육감 인터뷰

"어바인 교육은 미국에서 가장 높은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핵심 역량은 능력있는 교사들로부터 나온다. 현장을 가장 잘 알고 학생들의 요구를 들으며 놀라운 결과를 내는 그들에게 지역사회는 무한 신뢰를 보낸다."

어바인시 교육 수장 테리 워커(Terry Walker ·46) 교육감의 목소리는 의욕이 넘쳤다. 캘리포니아는 물론 미국 내에서도 학군 좋기로 소문난 어바인시의 성장 동력은 교육이다. 신생 어바인시(교육청 출범 1972년)는 그들의 대표상품으로 ‘교육’을 특화시켰다.

조건이 썩 좋지만은 않았다. 캘리포니아주 교육 펀딩은 미국 내에서도 최저수준이다. 학생 1인당 펀딩은 미국 동부에 비해 3분의 1수준에 불과하다. 때문에 화려한 경력의 동창 집단, 지역사회와 오랜 연계를 갖고 있는 동부 지역의 전통적인 교육 명문과 1-2위를 다투는 어바인시의 성과는 더욱 놀랍다. 어바인 교육의 경쟁력은 여느 지역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수준 높은 공교육 육성에 있다. 미국 내에서도 최고 수준의 성적과 평판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어바인의 공립학교는 명문 보딩스쿨(기숙사 학교)이나 사립학교 보다 더 가고 싶은 학교로 여겨질 정도이다.

올해로 취임 4년차를 맞은 워커 교육감에게 어바인 교육의 성과와 특징, 앞으로의 과제와 계획 등을 들어보았다.

-어바인시 교육을 어떻게 평가하는가.

"미국내에서도 권위 있는 평가지표 중 하나인 캘리포니아주 우수학교에 어바인 지역 학교는 60회 이상 선정됐다. 캘리포니아주 내 학교 평가에서 어바인 교육청 관할 대부분 학교들은 상위 그룹에 포함돼 있다. 특히 학력성취도와 발전 가능성을 평가하는 블루리본 학교는 일반 고등학교 4곳 전부를 포함해 1983년 이래 15개 교가 선정됐다. 어바인시 학생들의 성적은 최상위급이라고 자신한다. 가장 최근 학력 성취도 평가에서는 오렌지 카운티 지역 상위 20개 학교 중 8개 학교가 어바인 지역의 학교였다."

-아무리 시가 ‘교육’을 최우선 목표로 내세웠다 하더라도 짧은 기간에 성과를 거두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비결은 무엇인가.

"어바인 교육의 전통은 철저한 분권(decentralize· 分權)에 있다. 교육청에서 각 학교를 상대로 일일이 지침을 주지 않는다. 교사와 학교에 전적으로 일임하고 있다. 교육청은 교사들보다 교육 현장을 더 많이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좋은 결과를 얻기 위한 방법도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않는다. 한 학교에서 성공한 사례는 관심있는 학교들에 한해 언제라도 벤치마킹 할 수 있도록 한다. 학부모, 학생 등 교육주체들은 교사를 믿고 교육청에서는 교사에게 과감한 권한을 준다. 물론 교사들은 끊임없이 자기 계발을 위해 공부한다."

-어바인시는 미국에서 가장 빠르게 인구 증가하는 지역 중 하나이다. 인구 증가의 주원인은 좋은 학군, 즉 교육이다. 갑자기 늘어나는 학생들을 어떻게 수용할 계획인가.

"좋은 교육 시스템은 학생이 있는 많은 가족들이 어바인에 정착하려는 이유 중 하나다. 학생들이 늘어나면 시설을 증가해야 하고 이는 적지 않은 예산을 필요로 한다. 교육청은 신설된 학교가 모두에게 신뢰받기 위해 무엇을 해야하는지 고민한다. 새로 생기는 학교는 교육 환경에 맞게 디자인된 첨단 학교시설과 새로운 컴퓨터를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중요한 것은 인적 구성이며 좋은 교원을 확보하는데 주력한다. 다행히 어바인 학교에서 교편을 잡고 싶어하는 훌륭한 교사들이 전국에서 지원하고 있다. 교사들은 어바인시에서 그들의 목소리가 존중되고 안정성과 상당한 권한을 갖고 가르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어바인시는 고소득, 고학력 학부모들이 유독 많은 곳이다. 그들의 요구는 어떠한 방식으로 듣는가.

"교육청의 임무 중 학생과 학부모, 교사의 반응을 듣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기본적으로 각 분야별 설문을 끊임없이 하고 있다. 심지어는 어바인 교육에서 매우 중요하게 여겨지는 방과 후 과제에 대한 반응도 조사하고 있다. 과제는 학습을 좋아하고 쉽게 하려고 주어지지만 부담이 되면 오히려 학습을 꺼리게 하는 요인이 된다. 적정한 과제에 관한 설문은 주로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다. 이밖에 다른 교육적 이슈와 관련해 실제로 필요한 인원보다 더 많은 사람들을 충분히 조사하고 만난다. 교육청이 보지 못하고 부분, 학습 환경에 대한 학부모와 학생들의 생각을 알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또 이는 최상의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필수 요건이 된다."

-학생들의 스마트 기기 사용에 대한 견해는 어떠한가.

"모든 도구는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긍정적 또는 부정적으로 쓰일 수 있다. 컴퓨터는 소통 단절을 가져올 수 있으나 많은 생각을 담을 수 있는 도구가 되기도 한다. 교실에서는 테크놀로지의 활용이 학습 효과를 증대하며 교사와 학생, 학생과 학생간의 상호작용을 원활하게 할 수 있는 기능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스마트 기기를 포함한 테크놀로지와 관련, 여러 가지 입장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우리 학생들이 커서 사회에 나갈 때에는 기술은 더욱 발전되고 더 진화된 기기를 사용할 것이라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 21세기 교육은 온라인 상호작용, 이를 통한 사람들간의 소통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기기의 사용은 교육의 한 부분이기도 하다. 다만 학교에서는 기기를 사용할 때 어떠한 책임이 따르는지, 효과적인 사용법은 무엇인지, 부작용은 무엇인지 알려줘야한다. 테크놀로지의 발전은 교사들에게도 긍정적이다. 다양하고 보다 높은 차원의 가르침을 가능하게한다."

-초등학교 영재학급에서 교편을 잡았고 훌륭한 교사상에도 선정되기도 했다. 공부를 잘 할수 있는 비법은 없는가.

"공부를 잘하기 위한 여러가지 조건이 있겠지만 읽기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정보의 양이 늘어날수록 제대로 읽는 방법을 익혀야하고 여러 단계의 읽기가 요구된다. 최근의 읽기는 단순히 저자가 이런 말을 하는구나 정도의 이해로는 부족하다. 의도를 꿰뚫고 널려 있는 정보를 효과적으로 운용할 수 있어야 한다. 우선 학생들이 읽는 것이 무엇인지 알게 하며, 책 속 의견이 자신에게 어떠한 영향을 주는지, 현실에서는 어떤 의미를 갖는지를 알 수 있어야 한다. 심지어 읽기는 수학 과목에서도 매우 중요하다. 많은 학생들이 수학문제를 보고 무엇을 물어보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고도의 정보화 사회에서 제대로 읽기는 갈수록 중요해질 수 밖에 없다."

-인종 비율이 매우 다양한 만큼 다른 모국어를 가진 여러 집단을 한 교실에서 교육한다는 것은 쉽지 않아보인다.

"다양성은 축복이다. 학생들이 학창 시절에 다양성을 경험하지 못하면 놓치는 것이 많다. 미국은 똑같은 생각을 가진 여러 사람들이 있을 필요가 없다. 어바인 교육의 큰 혜택 중 하나는 국제학교를 다니는 학생처럼 세상이 다양하다는 것을 어릴적부터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다는 점이다. 다양성으로 인한 수혜는 단순히 괜찮은 정도가 아니다. 세계를 상대로 활동할 학생들에게 다양성 경험은 필수 요소다. 물론 다른 나라에서 온 학생들에게 언어는 장벽일 수 있다. 하지만 어바인에는 이들을 위한 신입생 프로그램이 활발히 운영되고 있고 언어적 어려움은 쉽게 해결된다."

-교육청과 지자체, 주변 기관과의 관계는 어떠한가.

"교육청과 어바인 주요 기관과는 공고한 파트너십을 유지해오고 있다. 어바인 지역의 모든 기관은 교육에 가장 큰 관심을 갖고 지역사회에서도 공감하고 있다. 기업의 관심은 예산이 부족한 분야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으로 이어지고 있다. 기업 입장에서도 수준 높은 교육을 받은 사람들을 고용하기 바랄 것이다. 그런 점에서 교육청도 그들에게 기여하는 바가 크다. 결국 윈-윈인 셈이다."

美 캘리포니아주 어바인시=남상현 발행인

△테리 워커 교육감은

제 7대 어바인시 교육감. 1997년 산티아고 힐 초등학교에서 교사로 근무하면서 교육계에 발을 들였다. 어바인시만의 독특한 영재프로그램인 초등학교 영재학급(APAAS) 전담 교사로 근무하는 동안 ‘올해의 교사상’을 받는 등 교육관이 투철하다. 특히 그는 교사로 활동하기 전 대형 부동산 회사에서 근무한 경력을 갖고있다. 숫자에 밝고 경영 감각이 뛰어나며 예산 등 실무에 탁월한 역량을 발휘하고 있다는 평이다. UC 산타바바라에서 심리학을 전공했으며 UC 어바인, 페퍼다인 대학에서 교육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교육감은 교육위원회에서 선출되며 임기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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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사 남상현 사장이 어바인시 테리 워커 교육감을 인터뷰 하고 있다.
본사 남상현 사장이 어바인시 테리 워커 교육감을 인터뷰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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