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욕심 버리고 무한신뢰 보내야”

생후 17개월 때 한글을 깨치고 15개 언어로 써진 원서를 줄줄 읽으면서 `언어 영재`로 주목받은 김재형(12)군. 30개월 만에 영재 판정을 받아 8살에 최연소로 카이스트 영재교육원에 입학한 재형 군이 영재로 성장할 수 있었던 9할은 아버지 김정호(38·건설전기공·대전시 서구 월평동)씨의 교육 덕분이다. 김씨의 아빠표 교육은 자녀의 `감성`과 `지성`, `인성`의 `3성(性) 교육`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백점 아빠의 교육속으로 들어가보자.

◇책에 흥미를 갖도록 해주는 것은 부모 역할

"영어, 중국어, 프랑스어, 일어, 독일어, 러시아어, 베트남, 몽골어, 터키어 등 15개 언어를 읽고 쓸 수 있는 건 사실이지만 모두 이해하진 못합니다. 다만 자음과 모음 규칙을 알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 거죠. 특히 이해하고 말할 수 있는 언어는 영어, 중국어, 일본어 정도예요. 중국어는 중국어말하기 전국대회에서 1등을 할 정도로 흥미로워하고 있죠."

`언어 신동`으로 불리는 재혁 군은 초등 2학년 때 서점에 꽂혀있는 각 국의 전문원서를 분야를 막론하고 줄줄 읽었다.

그가 한글을 깨우친 건 17개월 때. 엄마와 함께 집에서 놀던 재형 군이 책 제목을 소리 내 읽은 것이다. 책과 뒹굴며 놀기만 했던 터라 갑작스레 한글을 읽어 가족을 놀라게 했다.

재형 군의 엄마는 그 자리에서 적어 낸 몇 개의 단어를 바로 읽어내는 것을 보면서 `영재`임을 직감했다고.

재혁군의 아빠 김씨는 "집에서 한글을 가르친 것은 자음과 모음을 큰 소리로 기억, 니은, 아, 야 등으로 읽어준 게 전부였어요. 아빠가 하는 소리를 들은 아이에게 책은 더 이상 꼬부라진 그림이 있는 종이가 아니었던 거죠. 그 이후부터는 책을 보고 싶어하는 욕구가 더 커졌어요."

아이가 한글을 깨우치면서 김씨는 재형 군을 서점으로 데리고 갔다.

하루종일 서점에서 책 수준을 가리지 않고 빠져드는 아이를 보면서 시간 날 때마다 서점으로 가족이 함께 `나들이`를 떠났다. 서점 나들이를 떠나면 서점이 문을 닫을 때야 비로소 그들의 나들이도 마친다. 자정까지 여는 서점 덕분에 김 씨 역시 오후 늦게 퇴근해도 아이들이 있는 서점으로 발길을 향한다.

"피곤해도 아이들이 책을 보는 걸 격려하고 응원한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 서점으로 퇴근했어요. 아이들 역시 아빠가 늦게라도 오는 걸 보면 더 좋아하면서 책을 읽더라고요. 소소하지만 그런 스킨십은 아이들에게 보내는 신뢰이고 가족간에 끈끈한 유대감이 생길 수 있어서 교육적으로도 좋죠."

김 씨가 말하는 자녀 교육의 중심은 `애정`과 `대화`다. 어떤 아이로 키우겠다는 목적은 버려야 한다. 아이가 어떤 말이든, 행동이든 할 수 있도록 열어주는 공간을 부모가 해줘야 하고 가족이 함께 해야 한다는 것이 제일의 원칙이다.

아이의 말에 귀 기울이고 함께 웃어주는 것에서 대화가 시작되고 대화는 항상 아이에게 무한 믿음을 보여주는 `애정`으로 마쳐야 한다.

그는 재형 군에게 그런 기회를 부여한다. "아이의 마음을 말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 가장 가까운 대상은 부모가 돼야 한다는 거죠. 진실이든 거짓이든 간에요. 거짓말을 해서 부모에게 야단 맞을 수 있다는 걸 알아도 부모는 아이의 가장 진솔한 대화 상대가 돼야하고 조금 힘든 과정일 수 있지만 함께 간다는 것이 중요하고 소중하다는 인식을 가질 수 있게 해줘야 합니다."

◇부모의 뒷 모습은 아이가 원하는 모습이 돼야…나머지는 아이가 스스로 하게끔

김 씨는 책을 좋아하는 아이로 키우고 싶다면 부모가 책을 읽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설명한다. 직접 솔선수범에 나서라는 조언이다.

"아이와 교감하기 위해서는 아이가 하고 싶은 것을 함께 해주는, 같은 속도를 내주는 게 필요해요. 책을 읽고 싶어하는 아이와 책을 함께 읽고, 신문을 본다면 호기심 많은 아이들은 관심을 갖게 돼있어요."

`책돌이`가 된 재형 군은 재능을 인정받아 8살이 되던 해에 카이스트 영재교육원생이 됐다. 초등 3학년 이상이라는 자격요건이 안됐지만 교육감이 특별 추천해서 최연소 입학생이 된 것.

책의 바다에 빠져살던 일상이 `영재`라는 호칭을 갖다 주게 된 것이다.

김 씨는 특이한 교육법은 없다고 한다. 아이가 하는 말에 "안돼", "그건 아니야"라는 말을 절대 하지 않는다는 것. 다만 아이가 지치거나 힘들어할 때에는 과감히 `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해주면서 아이의 결정을 존중해준다.

"왜 못하니, 거의 다 했어라는 말은 하지 않아요. 대신 그렇게 힘들면 그만해도 돼, 하지만 나중에 이번 일보다 더 큰일이 있을 때 넘어야 할 산은 더 높아, 그 때에는 이번 일이 어쩌면 소중한 경험으로 작용할거야라고 해주죠. 그러면 재형이도 다시 생각해보겠다고 해요."

공부하는 것에도 일절 참견하지 않는다. 그저 아이가 책을 읽으면 옆에서 책을 읽어주고 문제집을 풀면 함께 문제를 푼다. 이런 과정에서 아이들 역시 스스로 하는 모습을 배우게 됐다. 4살인 셋째아이는 벌써부터 누가 말하지도 않았는데도 이불을 펴고 개면서 스스로 할 일을 찾아 한다. 재형 군은 초등학교를 올해 졸업했다. 2년 조기졸업한 것이다. 결정 과정에서도 부모는 아이의 의견에 귀 기울였고 대화를 했다. 그리고 아이의 의견을 존중했다.

오는 8월에 재형 군은 중학교 졸업 검정고시를 볼 예정이다. 김씨가 아들 재형군에게 보내는 또다른 신뢰다. 강은선 기자 groove@daejonilbo.com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백점 아빠' 김정호(38)씨.'언어·수학천재' 김재형(12)군.
'백점 아빠' 김정호(38)씨.'언어·수학천재' 김재형(12)군.

강은선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